<바다의 문들 - 상처 입은 세계와 하느님의 구원> /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지음 / 차보람 옮김 / 비아 펴냄 / 196쪽 / 1만 3000원
<바다의 문들 - 상처 입은 세계와 하느님의 구원> /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지음 / 차보람 옮김 / 비아 펴냄 / 196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저자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는 2011년 <무신론자들의 망상>(한국기독교연구소)으로 3년마다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신학 저작에 수여하는 '마이클 램지상'을 수상하고 전공 분야인 조직신학뿐 아니라 역사, 성서학, 문화 비평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저술 활동을 하는 신학자다. 2004년 말 12개국에 걸쳐 3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인도양의 쓰나미 참사가 일어난 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의문의 미진', <퍼스트씽즈>에 '쓰나미와 신정론'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바다의 문들>은 이 두 글에 기반해 재난과 악의 문제 앞에서 제기되는 '신정론'에 대한 신학적‧철학적 성찰을 발전시킨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하느님의 선하심(과 이에 관한 성서의 주장), 구원의 형태, 악의 본성, 타락한 세계의 상태"(130쪽)를 설명하고 "그리스도교를 비방하는 이들과 수호하는 이들이 내놓는 많은 주장과 질문들이 복음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음"(131쪽)을 보여 주며, 그러한 실패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드러낸다. 부록에는 이 책의 출발점이 된 글 '의문의 미진'과 신학자 제이슨 바이어시(밴쿠버신학교)와 나눈 대담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가 실려 있다. '의문의 미진'을 먼저 읽으면 본문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도양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난 후 며칠 동안, 평범한 무신론자들이 즉흥적으로,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쏟아 낸 트집들보다 더 불쾌했던 주장들은 자신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쏟아 낸 말들이었다. 어떤 말들은 지독히 해로운 병리적 현상으로 무시할 만했다. 이를테면 자신을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라고 밝힌 버지니아의 한 설교자는 인도양에서 일어난 재앙을 불신자들에 대한 하느님의 분노 어린 심판으로 보고, 그분이 숭고하고도 잔인하게 벌을 내리는 모습에 열광하면서 가학적인 고함을 질러 댔다. 참사에 열광한 또 다른 설교자는 재난의 영향을 받은 일부 나라들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한 나라로 악명이 높다고, 그렇기에 그런 재난을 겪는 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닌 양 말했다. 보수적인 어느 로마 가톨릭 언론인은 교양 있어 보이는 말투로 태연하게(그래서 더 역겹게)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교훈을 주기 위해 쓰나미를 일으키셨다고 기뻐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자칭 '그리스도교 신앙에 근거한' 주장들이 나왔다. 모두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그럴듯하게 왜곡한 진술들이었지만, 이 때문에 더 무시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나를 더 낙담케 했다." (1부, '세계의 조화', 40쪽)

"하느님은 생명이시며 빛이시고 무한한 사랑이시다. 그분은 자연과 역사를 통해 우리를 당신의 나라로 인도하시지만, 단순히 자연과 역사의 윤곽을 따르지는 않으신다. 자연과 역사의 내적 논리에 복종하지도 않으신다. 오히려 그분은 '빈 무덤'이라는 (자연 질서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부조리, 혹은 격노를 통해 우리에게 당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열어젖히신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현실의 참혹함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아니,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인도양 상부에 있는 안다만해와 벵골만 연안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시신(그중 3분의 1은 아이들이다)을 바라보며, 이 모든 비극에 궁극적 의미나 목적이 있다는 공허한 위선으로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로할 필요가 없다. 결국, 그리스도교는 구원의 종교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죄의 부조리, 공허한 죽음, 생명의 낭비, (어리석은 우연이든 이해타산에 따라 나오는 악의든) 살아 있는 영혼들을 산산이 부수는 힘들로부터 당신의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다고 믿는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현실을 증오하도록 허락하셨다. 그리하여 그분은 모든 공간과 시간을 통해, 이 우주, 그리고 시간은 단지 당신이 본래 의도하신 참된 시간, 더 온전하고 더 풍성하며 더 실재하고 더 영광스러운 창조 세계의 그림자임을 우리가 믿도록 허락하셨으며 이를 요구하신다." (2부, '하느님의 승리', 138~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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