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촛불들 - 코로나 시대의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 / 로완 윌리엄스 지음 / 김병준 옮김 / 비아 펴냄 / 204쪽 / 1만 4000원
<어둠 속의 촛불들 - 코로나 시대의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 / 로완 윌리엄스 지음 / 김병준 옮김 / 비아 펴냄 / 204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영국 케임브리지 한 작은 교회는 지난해 예배와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교인들이 매주 만나기 어렵고 손잡고 기도해 주는 것도 힘든 일이 됐다. 교회는 공동체를 위해 소식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기도문, 성경 구절, 묵상을 돕는 사진, 사제와 교인들의 글 등을 담았다. 이 책은 전 캔터베리대주교 로완 윌리엄스가 소식지에 쓴 묵상 26편으로 구성했다. 책에서 저자는 한때 세계 성공회 공동체를 이끌었던 신학자가 아닌,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재를 사는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의 시대에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이가 있다면, 저자의 진솔하고 깊이 있는 묵상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는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자기보다 더 큰, 더 높은 무언가를 보고 지향하는 이, 동시에 자신이 언제든 실패할 수 있음을 알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이러한 판단에 움츠러들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랑하는 이, 이러한 사람을 우리는 신뢰합니다. 그런 이들이 공적 영역에서 좀 더 많아질 때 오늘날 만연한 냉소의 흐름은 바뀔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러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는 일, 이를 배우고 익혀 나가는 것이 오늘날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뢰의 도전', 41쪽)

"그리스도교 복음은 우리가 언제나 공동의 실패로, 공동의 연약함, 취약함, 공동의 불안으로 엮여 있다고 반복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 때, 자기, 상대의 실패와 연약함, 취약함을 부정하지 않을 때 비로소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복음은 하느님께서 예수와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을 닫은 문을 부수어 여신다고 선포합니다. 신앙은 우리 모두의 연약함, 취약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고통과 대가를 축소하거나 포장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오히려 우리의 공통된 연약함과 취약함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길,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두려움에 남을 짓밟고서라도 나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우리는 모두 서로가 필요함을, 내 이웃의 안전, 안녕이 곧 내 삶의 안전, 안녕과 직결된 문제임을 깨달을 것을 요구합니다." ('나가며',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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