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쓰는 일 -  상실의 늪에서 오늘을 건져 올리는 애도 일기> / 정신실 지음 / IVP 펴냄 / 256쪽 / 1만 3000원
<슬픔을 쓰는 일 -  상실의 늪에서 오늘을 건져 올리는 애도 일기> / 정신실 지음 / IVP 펴냄 / 256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지난해 3월 저자는 엄마를 잃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였다. 면회도 자주 하지 못하고 엄마를 보내야만 했다.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렀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긴 장례식이 남아 있었다. 감당이 안 되는 슬픔과 상실의 무게를 견디려고 자신의 블로그에 엄마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숨을 쉬기 위해, 하루를 살기 위해 썼다고 한다. "마음의 벗들과 연대하여 연구하고 상담하는 치유 공동체"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를 일구고 있는 저자에게 글쓰기는 치유이자 연결이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의 마음, 엄마 잃은 딸의 마음을 내보여 같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 블로그에 쓴 애도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슬픔을 위한 시간>을 쓴 박정은 수녀는 "너무나 정직해서 서럽게 아름다운 이 고백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상실을 마주할 용기를 북돋울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심리 치료를 공부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오늘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애도하지 못한 언젠가'에서 기인한 것임을. 그때 충분히 울었어야 했는데, 울음을 삼키고 슬픔을 막아 버린 탓에 몸과 마음의 숨 쉴 구멍들이 하나둘 막혀 버린 것이 오늘의 고통이라는 것을. 
 

과연 재난 같은 슬픔 앞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조차도 글을 쓰지 않았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애도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어쩌다 내가 글로 숨을 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은총을 혼자 누릴 수는 없으니 엄마 잃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어떻게든 끝까지 써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쓰인 글'이 '쓰는 글'로 온전히 탈바꿈하는 시점이었다." (들어가며, 8~9쪽)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엄마가 떠난 시간은 예상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내내 이렇게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씻겨지지 않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하겠지. 그저 그렇게 무의미한 슬픔을 안고 살고 싶지는 않다. 엄마 잃은 빈자리에 자주 생의 의미를 달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가볍게 버려질 것이라면 기꺼이 내던져 버릴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3장 '그리움의 노래'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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