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주의 산상팔복 이야기> / 이덕주 지음 / 홍성사 펴냄 / 352쪽 / 1만 6000원
<이덕주의 산상 팔복 이야기> / 이덕주 지음 / 홍성사 펴냄 / 352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2018년 정년 은퇴 때까지 신학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고, 기독교 역사학계에서도 왕성히 활동해 온 저자가 2006년 쓴 <한국 교회 처음 이야기>(홍성사)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1870년대에서 1910년까지 한국 개신교 초기 선교 역사를 복음서와 사도행전 본문과 연결지어 살폈다면, 이 책은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 민족 수난사 속에서 빛나는 신앙의 자취를 남긴 이들의 믿음과 삶을 마태복음 5장 '팔복'에 비추어 조명한다. 이수정, 두동교회 신자들, 이상재, 김정식, 로버트 하디, 손정도, 이덕수, 백사겸, 종순일, 최병헌, 신석구, 서기훈, 함석헌, 주기철 등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르고, 긍휼하고,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고, 의를 위하여 박해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산상수훈 해설과 함께 펼쳐진다. 저자는 "마음을 돌이켜 회개하고 조상들의 '처음 행위'를 다시 하는 것"만이 한국교회가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천사의 호통'을 체험한 후 이상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그러자 성경에 닫혔던 마음이 열리며 전에 의심스러웠던 대목이 이해되었다. 성경 말씀이 유교의 근본 가르침과 통하는 것을 알았다. 산상수훈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는 선비의 안빈낙도安貧樂道로,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는 선비의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군신유의君臣有義로 읽혔다. 그리고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 함이라'(마 5:17)라는 말씀에서 기독교가 동양에 공맹도公孟道를 폐하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고 들어온 것임을 깨달았다. 바울이 율법을 복음으로 이끄는 몽학 선생蒙學先生(초등 교사)으로 설명했던 것처럼(갈 3:25) 동양에서 전통 종교는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진리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고대 요, 순 임금이 섬겼던 '하늘', 공자와 맹자가 '모르고 섬겼던' 하늘은 곧 성경의 하나님이요, 창조 이전에 말씀(요 1:1)으로 존재했던 그리스도였다.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분이 그리스도였기에 그 전까지 동양 사람들은 하늘을 '알지 못하는 신'(행 17:23)으로 모호하게 섬겼다. 이제 그 하늘이 기독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으니 모르고 섬겼던 시대가 끝나고 '알고 섬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2장 '첫 번째 복, 그 어디나 하늘나라', 66~67쪽)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쌓은 신앙의 공덕으로 견뎌 왔다. 처음 신앙인들이 가난과 고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순수한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총과 축복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 왔다. 마치 브엘세바에서 만난 하나님으로부터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다.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창 26:24) 하시는 말씀을 들었던 이삭처럼, 우리는 우리 신앙 선조들의 믿음 덕분에 분에 넘치는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조상의 은덕으로 쌓였던 축복의 창고가 비어 가고 있다. 기도를 해도 응답이 없고 찬송을 불러도 공허할 뿐이다. 예배를 드려도 그때뿐이요 행사를 해도 자기 자랑뿐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모였다고는 하지만 정작 주님이 계시지 않으니 사람들 주장과 의견만 난무할 뿐이다. 위기다. 어찌할 것인가?" (10장 '다시 복을 받으려면', 320~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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