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교회 여성 사역자들에게 출산과 육아는 기쁜 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많은 경우 사역을 그만두게 되기 때문이다. 경력이 단절된 이후로는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시행률은 둘째 치더라도, 한국 사회는 곤두박질치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려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출산과 육아를 '하나님의 축복'이라 말하면서도, 정작 여성 사역자에게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도 잘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출산·육아를 가장 권장하는 곳 중 하나가 교회일 텐데, 정작 이를 감당하는 여성 사역자들을 위한 제도는 미비하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제29대 여학우회 '두잇'은 6월 17일, 출산휴가를 제도화해 달라는 편지와 리플렛을 현재 담임목사로 있는 동문 500명에게 발송했다. 이는 여학우회가 진행하는 '출산휴가 주는 교회, 좋은 교회' 캠페인의 일환이다. 출산휴가 주는 교회가 좋은 교회이며, 나아가 '당연한 교회'로 인식될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이다.

여학우회는 편지에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로 서 가기 위한 한 가지 제안으로, 교회 내 사역자들을 위한 출산휴가를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고자 서한을 보내게 됐다"며 "교회 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여 여성 사역자들뿐 아니라 남성 사역자들도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를 함께 출산하고,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부끄러움 없이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썼다.

여학우회가 담임목사 동문 500명에게 보낸 리플렛. 사진 제공 장신대 신대원 제29대 여학우회 두잇

여학우회가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장신대에 있는 '여교역자 사역 잇기' 제도다. 교회가 출산을 앞둔 여교역자에게 90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학교에 대체 사역자를 요청하면, 학교는 대체 사역자를 파송하고 그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다. 여교역자 사역 잇기 제도는 2017년 장신대 신대원 여학우회가 총장에게 직접 제안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32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리플렛에는 여교역자 사역 잇기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출산을 앞두고 교회에서 사임해야 했던 사례와 반대로 교회에서 출산휴가를 보장해 줘 사역을 지속할 수 있었던 사례가 실렸다. 한 전도사는 "우리 교회에는 운영 내규에 '출산휴가 3개월 보장'이 명시돼 있었다. 여성 사역자로서 출산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교회 내규에 명시돼 있는 것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학우회는 6월 22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사역자 3명을 인터뷰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이들은 사역하던 교회에서 출산휴가를 보장해 줘, 아이를 낳고 각각 8개월, 6개월, 2개월 만에 교회에 복귀했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이선애 목사는 "엄마가 됐기 때문에 더 많은 강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느끼고, 더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며 "그런 사람을 만들어 간다, 그런 좋은 사역자를 키워 간다는 생각으로 품어 주시고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신대 신대원에는 여학생이 200여 명(약 30%)이다. 고나현 29대 여학우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학우들은 교회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는 점을 많이 아쉬워한다. '출산 이후에는 어떡하지', '교회에서 계속 사역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두려움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 출산하고 사역을 그만둔 선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들이 제도를 만들고 의식도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학우들의 요청과 바람을 직접 교회에 전달해 보자는 생각으로 편지와 리플렛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 목회자들의 사역을 돕기 위해 출산휴가에 따른 대체 사역자를 파송하고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마련한 곳은 국내에서 장신대 신대원이 유일하다. 고나현 회장은 "여교역자 사역 잇기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는 졸업생까지 이용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예산 부족으로 재학생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교단·학교·교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신대 글로컬현장교육원 박재필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교역자 사역 잇기 제도는 지금까지 특정인의 기부로 유지돼 왔는데, 올해부터 기부가 종료됐다. 그래도 이 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총장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예산을 들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예산 확충을 위해 고민 중이다"며 "장신대뿐 아니라 여러 학교에도 여성 사역자들의 출산휴가과 육아휴직을 지원하는 제도가 퍼져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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