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 필립 얀시 지음 / 홍종락 옮김 / 두란노 펴냄 / 280쪽 / 1만 5000 원
<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 필립 얀시 지음 / 홍종락 옮김 / 두란노 펴냄 / 280쪽 / 1만 5000 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필립 얀시는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생명의말씀사)를 비롯해 '고통'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작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그는 17세기 영국의 유명 시인이자 세인트폴대성당 수석 사제였던 존 던이 쓴 <비상시의 기도문>을 꺼내 읽는다. 400년 전 흑사병으로 초토화된 영국 런던에서 확진자로 격리된 존 던의 투병기와 기도문은 21세기 팬데믹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질문·씨름과 공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던의 문장들 가운데 일부는 미로 같은 종속절들 사이를 헤매고, 한 문장이 200개 단어를 훌쩍 넘긴다. 책 전체에 풍부한 통찰이 가득하지만 오늘날 학계 바깥에서는 거의 읽는 이가 없고, 학자들조차 던의 난해한 인유법을 설명해 주는 주석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24~25쪽) 필립 얀시는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이 셧 다운된 기간에 <비상시의 기도문>을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 쓰기로 결심하고, 산속 어느 조용한 곳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존 던의 기도 일기 중 "코로나19의 위기뿐 아니라 실존적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위기 상황에 딱 맞는다고 느껴지는"(13쪽) 23편을 선별해 번역했다. 거기에 자신의 해설 7편을 덧붙여 이 책을 완성했다. 독자들이 30일간 묵상하면서 나누어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로 죽을 수 있다면 과연 안전을 도모할 방법이 있을까? 우박이나 총알을 맞고 죽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다른 사람이 내뿜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죽는다? 자연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설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이단적 생각임은 알지만, 공기는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내가 오랫동안 막혀 있던 우물이나 새로 개발된 광산에서 나오는 가스를 흡입하고 부작용에 괴로워한다면, 불운을 탓할지언정 이런 식으로 불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독을 뿜어내는 우물이고, 배기가스를 토해 내는 화덕이고, 죽음의 물방울을 분출하는 광산이라면, 친구, 친척, 나 자신을 비롯한 누구라도 잠재적 살인자일 수 있다." (2부 '환난 날, 전능자와 벌이는 씨름 한판', 132~133쪽)

"하나님과 씨름하는 동안 던의 질문은 달라졌다. 처음에 그는 대체 무엇 때문인지 물었다. '누가 왜 이 질병, 이 역병을 일으켰을까?' 그는 그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다. 그의 단상은 점차 고통받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본질적 사안인 반응의 문제로 옮겨 간다. 위기가 닥치고, 그 때문에 두려움에 휩싸인다 해도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아니면 앙심을 품고 분통을 터트리며 하나님을 등지고 떠날 것인가? 던은 자신의 질병이 징벌인지 단순한 자연적 사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느 쪽이건 그는 하나님을 신뢰할 것이었다. 결국 신뢰만이 주님을 올바르게 두려워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3부 '실의와 낙담을 딛고 모든 순간, 하나님 보좌 앞으로',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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