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슬픔 앞에서 손 모아 - 아침에 읽는 시 이야기1> / 김응교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320쪽 / 1만 6000원
<질병과 슬픔 앞에서 손 모아 - 아침에 읽는 시 이야기1> / 김응교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32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김응교 시인은 기도를 이렇게 정의한다. "첫째 나를 잘라 내는 영적인 도끼질이다. 내 정욕과 욕망과 고집을 쳐내는 대화의 시간이다. 둘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깨닫게 해 달라고 말씀을 듣는 시간이다. 셋째 그 힘으로 노력하고 살겠다며 다짐하고 고백하는 시간이다(314쪽)." 국문학도 시절부터 기도하는 마음을 "손 모아"라고 표현한 그는, 손 모으는 마음을 담은 여러 시를 수년간 KBS 국제부 라디오와 월간 <목회와신학>에 소개했다. 그중 52편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맞춰 새로 편집해 매주 한 편씩 읽을 수 있게 엮었다. 얀 후스, 울리히 츠빙글리, 칼 바르트,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윤동주, 김수영 등 45명의 신학자와 예술인이 쓴 시·경구·기도문을 "압도적인 사랑과 평화로 질병과 폭력을 몰아내기를"(9쪽) 염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깃든 해설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예수의 삶은 늘 새롭다. 예수님의 말씀은 시멘트 벽 안에서 전해 온 것만은 아니다. 기쁜 소식은 웅장한 찬양이 있어야 꼭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손짓은 거대한 성전에서 울려 퍼진 공허한 메시지가 아니었다. 
 

'저기, 들에 핀 백합화를 보세요. 공중에 나는 새 떼를 보세요.'


그의 목소리는 따스한 눈길, 자연 그대로 전해도 느껴지는 진한 지성, 너무도 가까운 심려, 간절하게 모은 두 손으로 전해 온다. 어떤 건물 안에서 특정한 정해진 시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예배다. 새벽이 흔들어 깨운 아침부터 새들이 잠드는 저녁까지, 온몸으로 온 생애를 기도와 지성과 노동으로 하루하루 감사하는 일상, 그것이 예배다." (2장 '봄 새싹과 함께 손 모아', 111쪽)

"그에게 기구하게 살다가 죽어 간 이들은 '내 친구'다. 거지 소녀도 행상하는 엄마도 시인의 친구다. 김종삼 시인은 그 거지 소녀의 10전을 기억하게 한다. 김종삼 시인은 '먹을거랑 입을거랑'을 준비하는 엄마를 기억하게 한다. 
 

'기구하게 살다가 죽어간 / 내 친구를 / 기억하소서.'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것뿐이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써 놓은 듯한 마지막 구절이다. 이런 직설적인 말을 잘 안 쓰는 분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이런 문장을 썼을지. 윤동주는 '죽어 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썼었다. 안타까운 이 애원은 절대자를 향한 간구인 동시에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당부이다. 동시에 시인 자신의 다짐이리라. 

이 구절을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나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망하고, 장례식도 못 치르고 돌아가신 가족을 멀리서 바라보는 눈물 어린 가족의 눈망울 앞에 전한다. 이 말밖에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5장 '백설자작나무 숲에서 여럿이 손 모아',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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