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직무 유기 - 평화를 위한 순종> / 송강호 지음 / 대장간 펴냄 / 288쪽 / 1만 5000원 
<그리스도인의 직무 유기 - 평화를 위한 순종> / 송강호 지음 / 대장간 펴냄 / 288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가 자신이 몸담은 단체 '개척자들' 소식지에 실은 칼럼을 위주로 20여 년에 걸쳐 쓴 글 50편을 책으로 엮었다. 평화를 만드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그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몇몇 청년들과 평화 단체 '개척자들'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반전·평화운동을 펼쳐 왔다. 군사주의 체제와 국가 폭력 앞에서 때로는 무모하고 과격해 보일 만큼 비폭력·비타협·불복종을 실천했다. 이 책에서 그의 행동하는 신앙을 가능케 한, 거칠지만 웅숭깊은 사색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천국의 노숙자들'(1부), '붉은 십자가들'(2부), '군대 귀신 들린 나라'(3부), '평화 복무'(4부)라는 목차 구성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저자의 메시지는, 일상의 안온함에 매몰된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깨우는 돌멩이질이다. 화평케 하는 자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한국교회를 향해 날리는 '뼈 때리는' 비판과 호소다.

"전쟁 없는 세상은 신기루 같은 환상이 아니다. 오늘 전쟁 없는 세상을 살아 내는 자들에 의해서 전쟁 없는 세상은 실현되는 것이다. 이미 고대의 예언자들이 전쟁도 군대도 없는 세상을 시작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그런 나라를 세우셨으며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그 나라 백성의 삶을 실천했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만들어야 할 책임을 떠맡은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화평케 하는 직무를 맡겨 주셨다. 지금도 이 세상이 끊임없는 갈등과 불화로 고통을 겪는 이유는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프롤로그, 28~29쪽)

"한국교회의 전도 열성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도하기 위해 고구마처럼 찔러도 보고 진돗개처럼 물고 늘어져도 보지만, 새 신자는 고사하고 기존 교인들도 교회를 떠나고 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도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도를 하니 전도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 우리의 처지가 자신도 못 먹는 약을 파는 약장수나 자신도 가입하지 않는 보험을 파는 보험 설계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중략) 우리는 정말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있는가, 아니면 믿는 척하고 있는가. 정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따르는 척하고 있는가." (2부 '붉은 십자가들',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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