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은혜의 능력> / 존 M. G. 바클레이 지음 / 김형태 옮김 / 감은사 펴냄 / 400쪽 / 2만 4800원 
<바울과 은혜의 능력> / 존 M. G. 바클레이 지음 / 김형태 옮김 / 감은사 펴냄 / 400쪽 / 2만 48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최근 신약학계의 가장 '핫한' 신학자 존 M. G. 바클레이의 바울 은혜신학 연구서. 1000페이지가 넘는 전작 <바울과 선물>(새물결플러스)의 요약판이자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은혜' 개념은 모든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은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통·이단이 갈리고 여러 분파로 나뉘어 논쟁해 왔다. 이는 소위 '바울에 관한 새 관점'과 '전통적 바울 해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간 양측 모두가 은혜를 '다분히 현대적인' 하나의 고정된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 논점에서 다소 벗어난 논쟁을 만들어 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서 가져온 '선물' 개념에서 바울의 은혜 개념을 설명할 단서를 발견하고, 고대 그리스-로마 문헌과 제2성전기 유대 문헌에 나타난 선물(은혜) 개념의 다양한 '극대화' 방식(초충만성·단일성·우선성·비상응성·유효성·비순환성 - 비순환성은 나타나지 않음)을 토대로 바울서신(갈라디아서·로마서)에 나타난 '신적 은혜(그리스도-선물)'의 독특한 성격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읽는다. 이를 통해 지난한 논쟁을 포괄하면서도 논쟁의 추를 근원적으로 옮기는 '바울 읽기의 새 지평'을 제시한다.

1~9장에서는 <바울과 선물>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 10~11장에서는 개인적·공동체적 변혁을 강조하는 이 패러다임이 바울의 다른 서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자신의 논지를 다른 관점들과 비교·분석한 12장은 그 자체로 바울 해석의 핵심 쟁점을 한눈에 요약·정리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다. 13장에서는 바울 은혜신학의 급진성·역동성을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함의들을 다루며 맺는다.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은 현대 신약학계 최전선에 있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학술적이고 전문적이면서도 목회적이고 실천적인 성서신학의 정수를 만나 볼 수 있다.

"바울에게 중요한 것은 갈라디아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선물에 의해 세상이 얼마나 완전히 새롭게 형성되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이 세상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기대들과 가치들도 변화되어야 한다. '율법 아래에 있는' 조상들의 전통을 포함하여 오래된 표준적 체계들은 이제 약화되거나 주변부로 밀려났다. 복음은 무조건적인 선물일 때 또한 그렇게 여겨질 때에만 좋은 소식이 된다. 이 비상응적인 은혜는 인간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하나님이 전복시키시는 수단이 되었기에, 이제 새로운 공동체들이 창조될 수 있었고, 새로운 관계들이 형성되었다." [5장 '그리스도-선물, 율법, 약속(갈 3~5장)', 157쪽] 

"은혜는 사전 조건이 없고 가치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값없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보답에 대한 기대 없이, 반응에 대한 희망 없이, '아무런 부대조건 없이' 주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선물은 한편으로는 (가치나 자격과는 상관없이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응에 대한 기대 없이 주어지는 의미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확인했듯이, 그리스도-선물은 강한 기대를 동반하는데, 이는 그 선물이 변혁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아를 새롭게 빚어내고 신자들의 공동체를 창조한다. 그러므로 인간적 실천 속에서 나타나는 이 신적 선물의 사회적 효과는 은혜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11장 '은혜의 실천',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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