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신대학교 전·현직 교수의 성희롱·성추행을 폭로한 시간강사 A가 소속 교단 총무에게 2차 피해를 입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 총무 김창주 목사는 피해 사실을 알려 온 A에게 교단과 신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라고 종용했다.

A는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3월 23일 김창주 총무와 통화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에서 A는 자신의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A는 4월 27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김 총무는 내가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기장과 한신대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내가 존경하는 기장 목사님들의 명예 또한 함께 다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는 또 "김 총무가 나더러 '목사님이 기장 교단의 유수한 목사 딸이라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더라. 이걸 언론에 폭로해서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없게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걸 짊어지면 기장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는 김창주 총무가 뜬금없이 '오프라 윈프리' 이야기를 꺼냈다고도 했다. A는 "김 총무는 오프라 윈프리가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하고도 위대한 인물로 성장했다며 나도 아픔을 딛고 더 멀리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목사님의 끝은 한신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 사건을 기본적으로 덮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김창주 총무는 피해를 호소하는 A에게 "교단 유수 목사 딸이었으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창주 총무는 피해를 호소하는 A에게 "교단 유수 목사 딸이었으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는 교단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2019년 9월 <성폭력 예방과 처리 지침서>를 발간했다. 이는 기장 총회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지침서에는 △성폭력 예방과 대처 지침 △성폭력 사건 발생시 처리 지침 △성폭력 피해자 및 제3자를 위한 지침 등이 수록돼 있다. 여기에는 최초 상담자 혹은 제3자가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나와 있다. 지침서에서는 "피해자 등과 행위자의 섣부른 화해 종용과 사건 종결 시도", "피해자 등에게 앞으로의 조치를 지정 또는 단일안을 제시하는 행위" 등이 담겨 있다.

김창주 총무는 교단 성폭력대책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그런데도 지침서에 나온 처리 지침에 따르기는커녕 피해자를 상대로 '사건 종결을 시도'하며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지침서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교단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조사 신청서와 접수 보고서를 내라고 안내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신대 내부 상담센터를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창주 총무는 이 중 아무 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김 총무는 5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차 가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이 공론화되기 전 피해자와 상담하면서 위로해 드린 이야기다. 피해자분이 나에게 직접 말씀하시면 대답을 해 드리겠지만… 나는 그분과 상담하면서 신고 절차를 다 말씀드렸고 상담을 권하기도 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A는 "성희롱 신고 안내를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통화한 김창주 총무도 그렇고 많은 목회자들이 전반적으로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2차 가해를 하고도 2차 가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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