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복음성가 수백 곡을 만든 한국교회 1세대 찬양 사역자 김석균 목사가 한 무명 시인의 시에 허락 없이 곡을 붙인 것이 드러나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시인이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라 파장은 더욱 크다. 김 목사는 현재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당사자 김석균 목사와 시인 이 아무개 씨 등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어 봤다.

사건 맥락은 이렇다. 1990년 김석균 목사를 알게 된 이 씨는 약 15년간 김 목사에게 꾸준히 편지를 써 보냈다.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과 몸 상태를 알리기도 하고, 그럼에도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내용의 시를 적어 보내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 씨에게 받은 시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수정·보완해 곡을 붙였다. 이렇게 '하나님이 나를', '고통 속에서만', '나의 찬송 가운데 임마누엘', '주님의 손' 등 복음성가 9개가 탄생했다.

문제는 김 목사가 이 씨에게 시를 사용해 곡을 만들겠다고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곡을 만들고 나서도 알려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사자에 이 씨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정작 이 씨는 곡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나서야 TV나 라디오에서 듣고 자신의 시가 노래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작권 개념을 몰랐던 그는 그저 자기 시가 노래가 됐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러다 지난해 시집을 내는 과정에서 출판사 관계자에게 '저작권료는 받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고 그때서야 김 목사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하게 된 것이다.

2019년 3월 C채널에 출연해 간증하는 김석균 목사. 1만 번 넘게 찬양 간증 집회를 해 왔다고 말했다. C채널 유튜브 갈무리

또 한 가지 문제는, 김석균 목사가 간증 집회를 인도할 때 이 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의 실명과 처지 등을 구체적으로 말했고, 때로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까지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김 목사는 종종 "지금까지 1만 회가 넘는 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에서 이 씨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그의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다. 김 목사는 1999년 출판된 목회자 28명의 간증집 <내가 전하는 십자가>(신지성사)에도 한 꼭지를 썼는데, 여기서도 이 씨 이야기를 했다.

김 목사는 이 씨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여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이 씨를 때렸다고 말했다. 이 씨가 사는 집은 무허가 판잣집이라며 그의 형편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이 김 목사 간증을 들은 개신교인들의 블로그나 교회 소식지에 그대로 실렸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학대당한 건 맞지만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김 목사는 한 번도 자신이 사는 집에 찾아온 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 기억도 서로 달랐다.

중증 장애인에게 스스로 저작권 등록해라?

사건은 이 씨가 김석균 목사에게 저작권료를 문의한 3월 중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씨의 사연을 알게 된 몇몇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목사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중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이 씨의 권리를 찾아 주자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만나 모임을 만들고 이 씨를 돕기 시작했다.

김석균 목사는 3월 17일 이 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나는 작사자에 자매(이 씨) 이름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내 이름까지 있는 것은 이미 있는 시에 한 단어라도 추가하면 작사자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저작권료는 애초에 얼마 되지 않는다며 "자매가 저작권협회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저작권료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이 씨의 의도를 의심하는 듯한 말도 했다. 그는 "나는 (이 씨가) 순백의 영혼이라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니더라. 세상 시류에 물들지 말고 주님과 깊은 기도의 교제를 하며 신앙을 잘 지키시라. 예전 이OO는 참 순수했는데"라고 했다. 또 "이후로는 어느 곳에서도 이OO 이름은 내 입에서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씨를 돕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김석균 목사에게 해명과 사과,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김 목사는 3월 18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작사자로) 내 이름만 기록했다면 도용이겠지만, 내가 2절이나 후렴 가사를 만들었다면 내 이름도 들어가는 게 맞다. 공동 작업이 된 것이다. 나는 이OO 자매의 가사를 도둑질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저작권료에 대해서도 "내가 갈취한 게 아니다. 이OO 자매가 저작권협회에 등록해서 저작권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렇다면 내가 이OO 자매에게 지불해야 할 빚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헌데 왜 내가 마치 사기꾼처럼 오해를 받아야 하느냐"고 썼다.

이 글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씨에게 말도 안 하고 시를 사용해 놓고서 오히려 자기가 억울하다고 한다", "중증 신체장애인에게 알아서 저작권협회에 등록하라는 게 말이 되나", "그동안 발생한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등 김 목사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김석균 목사는 다음 날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30여 년 동안 장애가 있는 자매를 따뜻하게 안아 주지 못한 것 △자매가 쓴 시에 곡을 붙일 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용한 것 △가사에 첨삭을 할 때 동의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음반에 수록을 하면 작사에 대한 저작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자매에게 알려 주지 못한 것 △유튜브에 업로드할 때 실수로 이름을 오기한 것 △기타 자매에게 서운하게 했던 것 등 6가지를 목록으로 올려 사과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 역시 그동안 발생한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대표인 김 목사가 저작권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계속해서 이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비판이 계속되자 김 목사는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김석균 목사는 현재 극동방송과 CTS에서 프로그램을 맡아 사회를 보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린 지 2주가 지난 4월 4일 극동방송에서 약 1분 30초간 사과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저는 참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근래 제가 또 실수해서 한 자매에게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줬다. 저는 10여 년 전부터 기독저작권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저작권에 대해서 원칙을 잘 지켜야 할 제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이OO 시인의 시를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말하면 그분의 시로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이OO 시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작곡을 했다. 또 자매님의 몇 작품의 시에 2절 가사 혹은 후렴을 임의로 첨가하고 공동 작업이라고 이름을 표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자매님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줬다. 제가 이OO 시인의 작품에 흠집을 냈기에 그분이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러워서 이 자리를 빌려서 또 한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이후 원칙에 따라 제가 저작료를 보상하고 공동 작업 표기도 바로잡았으니 이제 마음을 푸시고 예수님의 부활로 인한 기쁨을 누리시길 바란다. 앞으로 더 좋은 교제를 하자."

이후 김석균 목사는 자신이 소속한 저작권 관리 회사를 통해 이 씨의 저작권을 등록해 줬다. 제목이 바뀐 곡은 이 씨 요구대로 모두 원제로 바꿨다. 공동 작사자로 표기된 부분도 모두 이 씨 단독 이름으로 바꿨다. 그동안 발생한 저작권료는 음반 10개에 9곡이 쓰인 것을 계산해 총 147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씨의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김 목사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간 발생한 저작권료뿐 아니라, 이 씨 시로 만든 곡과 사연으로 집회를 한 후 받은 수입, 잘못된 사실이 널리 퍼져 이 씨가 받은 충격과 상처 등을 고려해 적절한 사과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 목사가 극동방송과 CTS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 회사가 계산한 이 씨 저작권료.
저작권 회사가 계산한 이 씨 저작권료.
"20~30년 전 의식 수준 고려해 달라"

김석균 목사는 4월 16일과 23일 두 차례 <뉴스앤조이>와 통화하며 자신의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김 목사는 다시 한번 이 씨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시에 곡을 붙이고 집회 때 그의 사연을 상세히 소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씨와의 연락은 10여 년 전부터 끊겼으며, 늦게라도 저작권을 등록해 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20~30년 전 의식 수준을 고려해 달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당시는 저작권이 일반화하지 않았을 때였다. 시집으로 나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했지만, 그렇지 않은 글이나 시에는 저작권이 있는 건지조차 잘 모를 때였다. 오히려 내가 지인들의 글이나 시에 곡을 붙여 주면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 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씨가 내 자식들과 비슷한 나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 고생해서 그 시를 곡으로 만들어 준 건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간증 집회 때 이 씨 사연을 언급한 것도 시대적 한계를 감안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 씨 이야기로 나도 그렇고 집회에 참여한 교인들도 은혜를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은혜가 되니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목사가 그렇게 했다. 지금은 '장애인 인권침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더라. 그 말도 맞지만 당시 상황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틀리게 언급한 부분은 일부 인정했지만, 일부는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했다. 이 씨 아버지를 알코올중독자로 표현한 것에 대해, 김 목사는 "편지에 아버지에게 맞는다는 말이 많았다. 어떤 아버지가 술 취하지 않고 자기 자식을 때리겠나 싶어서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이 씨를 만난 장면은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했다.

이 씨 집을 직접 찾아간 적은 없지만, 그것이 무관심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내가 몇 번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이 씨는 자기 형편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지 거절했다. 그 힘든 아이가 나에게 헌금이라며 10만 원, 20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나도 돈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가지고 간다며 그러지 말라더라. 이 씨 어머니가 입원하셨다고 했을 때는 병원에 찾아가서 금일봉을 주고 왔다"고 말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에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올해 초 암 수술을 받고 심신이 지친 상태였는데, 여러 사람이 공격조로 이야기하니 자기방어적인 태도가 됐다며 사과했다.

중증 신체장애인에게 스스로 저작권료를 등록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나중에 사람을 보내 등록 절차를 밟아 줬다. 이미 발생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저작권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저작권료가 나온다. 저작권 등록 절차를 밟아 주겠다는 말에 다 포함된 내용인 것이다. 저작권료는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지급됐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이 씨에게 '순수하지 못하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내가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바로 답이 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 답하기 전 그를 돕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한 뒤 나에게 답장을 하는 것 같다. 이 씨가 나에게 극동방송과 CTS 방송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내가 아는 이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돕는 사람들 중 일부 강성인 분의 말을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균 목사는 "사실 공동 작업 표기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니, 그냥 곡을 버릴까 싶었다. 하지만 이 곡도 하나님이 쓰게 하셨고, 이 찬양을 통해 많은 교인이 은혜를 받았다면, 논란이 있더라고 안고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메시지를 그렇게 보내기는 했지만, 내가 방송에서 공적으로 사과한 것처럼 이 씨와 다시 좋은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의 도달했지만 몇 시간 만에 파기

김석균 목사와 이 씨는 4월 21일 합의에 다다르기도 했다. 이 씨를 돕는 이 중 한 명이 중재를 서 이 씨와 김 목사가 동석한 가운데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 목사가 △곡 쓸 때 알리지 않았고 편지 등 사생활을 공개한 것에 대한 사죄로 위로금을 전달하겠다 △앞으로도 이 씨의 다른 시들을 곡으로 써서 그의 시를 더 알리겠다 △이 씨를 자주 찾아와서 부녀지간처럼 지내고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몇 시간 만에 파기됐다. 이 씨를 돕는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한 대리인이 참여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이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합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대화에서 "예고 없이 찾아오셔서 사인을 하라길래 한 것"이며 합의를 파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김 목사가 CTS와 극동방송에서 하차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씨를 돕는 모임 한 목사는 "우리는 저작권료뿐 아니라 김 목사가 잘못된 정보로 수없이 많은 교회를 다니며 집회한 것 때문에 이 씨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바란다. 김 목사는 1만 회 이상 집회를 다니며 수십억 원을 받았을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00만 원 이상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방송에서도 하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석균 목사는 "이 씨를 돕는 사람 중 한 분은 내가 집회당 100만 원을 받았을 거라고 계산하더라. 한국교회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지금도 평균 20~30만 원 수준이고, 내가 집회를 시작한 30여 년 전에는 그보다 훨씬 못했다. 교도소 집회도 많이 다녔는데 그런 곳은 그냥 봉사였다"며 "나도 적절하게 보상하고픈 마음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무슨 합의가 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저들은 지금 내가 사역을 접기를 바라고 있다.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심으로 회개·사과·보상하면 받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 씨 시를 사용해 곡을 붙인 것은 그를 등쳐 먹으려고 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서였다.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2021년의 인권 의식을 그 시절에 적용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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