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뉴스앤조이>는 지난 2주간 '해로운 신앙' 시리즈로 축복산기도원교회 김형숙 목사, 인천 주님의교회 김용두 목사, 부산 ㅇ교회 김 아무개 목사 사건을 다뤘다. 목사들은 축귀를 빙자해 온갖 이단적 행위를 벌이거나, 교인들에게 무리한 헌금을 강요하는 한편 자신은 호화 생활을 하거나, 상습적·지속적으로 교인들을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충격적인 모습이지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통 교회'와 다른 이단·사이비 집단에서만 벌어지는 일로 치부할 수도 없다. 강도만 다를 뿐 주술적 행태나 기복신앙, 수직적 계급 문화 등은 주류 교회에서도 드러나는 현상이다. 이런 신앙은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종교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롭다. 해로운 신앙은 나, 우리, 한국교회 공통의 문제다.

'해로운 신앙'이라는 말은 스티븐 아터번과 잭 펠톤이 쓴 <해로운 신앙>(그리심)에서 따 왔다. 저자들은 해로운 신앙과 종교 중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해로운 신앙 - 종교 중독과 영적 학대의 치유> / 스티븐 아터번, 잭 펠톤 지음 / 문희경 옮김 / 도서출판 그리심 펴냄 / 343쪽 / 2만 1000원
<해로운 신앙 - 종교 중독과 영적 학대의 치유> / 스티븐 아터번, 잭 펠톤 지음 / 문희경 옮김 / 그리심 펴냄 / 343쪽 / 2만 1000원

"해로운 신앙(toxic faith)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종교에 파괴적이고 위험스러울 정도로 몰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히 여러 가지 경험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역기능 가족에서 자란 사람들,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진 사람들, 자기 자신만의 유익이나 위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빠져들기 쉽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불완전하고 왜곡된 견해를 가진 잘못된 신앙이다. 이런 신앙은 사람을 학대하고 조종하고 중독에 빠지게 한다." (33쪽)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될 수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처리할 수 없는 고통을 숨기거나 제거해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앙생활과 종교에 몰두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중독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의롭다는 느낌이나 무엇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으레 따라오는 느낌에 중독될 수 있다. 우리는 기도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경배와 찬양으로 주어지는 감정적인 절정감에 중독될 수도 있다. 무엇인가 흥미진진한 것의 일부에 참여했다는 느낌에 중독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거대한 것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에 중독될 수도 있다. 다른 신봉자들과 같은 집단에 속했다는 것은 대단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한 관계에서 오는 느낌을 반드시 즐기게 된다. 그것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데서 오는 놀라운 열매가 아니라 어떤 노력의 목적이 될 때에 중독으로 변한다." (136~137쪽)

<뉴스앤조이>는 해로운 신앙 시리즈 마지막으로 '종교 중독'의 위험성을 이야기해 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성철 소장(교회와사회연구소), 조믿음 대표(<바른미디어>), 정신실 소장(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김선미 소장(르비딤심리상담심리연구소)이다.

- 사람들은 왜 이런 해로운 신앙에 빠지게 될까.

조믿음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믿음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믿음 / 첫 번째로는 종교나 하나님을 '현실도피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몸이 아프다가 종교 생활을 열심히 했더니 호전됐다고 치자. 이 사람은 몸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하면 종교적 열심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자기 몸을 고쳐 줄 수 있을 것 같은 강력한 지도자를 만나게 되고 점점 해로운 신앙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왜 종교를 도피처로 인식하게 될까. 결국 관계다. 사이비 집단 탈퇴자를 만나 '왜 거기 빠지게 됐는가'라고 물어보면 '교주가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누가 잘해 줘서'라고 답한다. '사람은 좋은 말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 말을 듣는다'는 말처럼 그 집단의 누군가가 엄청 잘해 준 것이다. 보통의 교회에서는 어느 정도 절제도 가르치는데, 여기는 무조건 잘해 주니까 도피처로 생각하게 된다.

<해로운 신앙>에는 관계 중독이 종교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나온다. 학대 피해자나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 부모가 이혼하거나 부모에게 버려지는 경험으로 큰 실망을 경험한 사람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 삶의 어느 순간 해로운 지도자를 만나면 종교 중독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는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목회자 탓이 크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특별한 죄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부자 되기 원하신다', '하나님은 특별한 사람만 사랑하신다', '종교적 행위에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 등 잘못된 가르침을 오랫동안 학습한 결과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것이다. 일종의 종교적 그루밍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병 고쳐 주는 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거기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종교적 행위만 더 열심히 한다. 종교적 열심을 내야만 질병이 호전된다고 믿는 것은 신앙생활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방증이다. 하나님을 그 자체로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구화하는 것이다.

정신실 / '두려움'과 '욕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축복산기도원교회 경우처럼 '태아가 저주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두려워하지 않을 엄마는 없다. 주님의교회나 ㅇ교회를 보면 교인들이 복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느껴진다. 본인은 적은 월급에 '십육조'를 하면서도 목사가 고급 수입차 타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목사는 광야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자신도 결국 그렇게 되고 싶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욕망은 모두에게 있다. 스펙트럼, 그러데이션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떻게 해로운 신앙으로 넘어가는지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종교 중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흔히 중독의 정의를 고통스러운 현실을 회피하거나 대체하려 할 때 쓰는 물질이나 과정이라고 한다. 종교 중독은 현실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종교로 대체하는 것이다.

누구나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해로운 신앙의 문제는 현실을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반드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있다. 그런 지도자는 영적 학대를 일삼는다. 추종자들은 그를 통해서만 무언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대당하는지도 모른다.

김선미 / 관계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종교 중독에 쉽게 빠지게 된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학대 경험, 상실의 고통 등 여러 가지 취약한 상태가 다듬어지지 않은 채 성장한 사람들은 결핍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사람은 사랑받고 주기 위해 계속 관계를 형성한다. 종교 중독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종교로 풀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도자가 영적으로 학대해도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박성철 / 한국의 이단들이나 주류 교회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곳을 보면, 말로는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 싶다고 하지만 삶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웃을 더욱 사랑하기보다 뭔가 신비한 방법으로 하나님께 더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이건 영적인 갈망이 아니다. 갑자기 삶이 나빠진다든지 사회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한다든지 할 때 사람들은 신비한 방법으로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하나님을 더 갈망하다 보니 이단으로 갔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이 말하는 것일 뿐 결국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그걸 신비하고 주술적인 방법으로 바꾸고 싶으니까 극단적인 형태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이를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는 없다. 그런 곳에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있다. 한국에서 자기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2%나 될까. 나머지는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억압받고 살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가치, 왜곡된 인식 구조, 억압된 가치 체계 때문에 피해 입은 사람들,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도 사회에서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에 매력을 느낀다. 종교 중독은 일부 사교 집단이나 기독교 이단에 빠진 사람들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에 있으면 누구나 쉽게 종교 중독에 빠질 수 있다.

박성철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성철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해로운 신앙을 조장하는, 종교 중독을 강화하는 집단의 특징은 무엇인가.

조믿음 / 사이비 종교의 메커니즘은 4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해로운 신앙이 자리를 잡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첫째는 '희소성 모델'이다. 우리가 쟁취해야 할 것이 있는데 얻기 힘들다는 논리다. 신천지의 14만 4000명만 구원받는다는 교리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두 가지 반응을 일으킨다. 희소한 곳에 들어왔다는 소속감과 탈락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이는 집착으로 연결된다. 심리학 용어로 '터널 비전(시선) 효과'라고 한다. 마치 터널에 있는 것처럼 옆이 보이지 않는다. 비상식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합리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그 상황 자체를 합리화해 버린다.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는 상태다.

세 번째는 '두려움을 통한 통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열심을 내는 이유는 철저한 통제 속에서 탈락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적어도 그들의 열심이라도 본받자'는 얘기는 틀렸다. 마지막은 '보상 독점'이다. 다른 곳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이런 과정이 수월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통제다.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가족과 연을 끊게 만들며 모든 사생활을 보고하게 한다. 그다음은 극단적 이분법 사고방식이다. 적군과 아군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어떤 문제에 대한 간명한 원인을 찾는다. '코로나는 하나님의 심판', '병은 귀신이 주는 것', '가난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라는 식이다. 마지막은 목회자 절대화다. 목회자를 우리와는 다른 뭔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박성철 / 사회문제는 현상과 기제로 형성된다. 현상은 달라도 기제는 같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단들이 움직이는 기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권위주의와 주술적 성향, 지도자에 대한 강한 집착 등이다.

이런 집단에서는 돈 문제가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종교 중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권력 중독이다. 비상식적인 말에도 남들이 추종해 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체험이다. 내가 권력을 실행했을 때 다른 사람이 무력하게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인간의 죄악 된 심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다. 재정을 착취해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때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 요즘은 재정 착취와 함께 성 착취가 나타난다. 이 두 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와 지배감을 느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종교 중독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강한 배타성과 함께 나타나는 반대자를 향한 폭력성이다. 이는 기독교 근본주의도 비슷하다. 근대성에 대한 거부를 기반으로 한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는 1920년대 게토화 현상을 보였다. 외부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후 이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폭력성이 드러났다. 지금 미국이 딱 그런 상황이다.

정신실 /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와 삶의 문제를 절실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은 신앙적·사유적·정서적으로 지도자에게 맞설 힘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가부장적인 구조와도 연결된다. 가부장적이라는 말은 지도자가 꼭 남성이라는 뜻이 아니다. 가부장이 주로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결정 권한이 한 사람에게 있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정답인 조직은 가부장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해로운 신앙 집단의 특징은 한국교회 보편적인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교인들은 대부분 명확하고 간결한 정답을 줄 수 있는 강한 지도자를 원하지 않나.

정신실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신실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이미 해로운 신앙에 빠진 사람이 많다.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다. 어떤 대처가 필요할까.

조믿음 / 제일 힘들면서 제일 중요한 게 가족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돌아오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런 경우를 보면 가족의 역할이 컸다. 종교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가족보다 더 나은 공동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을 끊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이 더 나은 공동체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가족들은 처음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싸우고 정죄하려고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판단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주는 게 좋다. 결국 스스로 깨달아야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받아 주고 품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결국 빠져나온 사람들을 보면 포기하지 않는 가족이 있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 없다면 정말 어렵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저렇게 황당한 교리에 왜 빠지냐'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리는 두 번째 문제고 결국 결핍된 관계 때문에 빠지는 것이다. 단순히 한 사람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에는 교회적·사회적 이유가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여태껏 이단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미혹된 사람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바뀌어야 할 것 같다. 2000년 동안 이단 연구는 많이 했다. 이제 사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신실 / 중독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정받는 AA그룹(Alcoholics Anonymous) 창시자 빌 윌슨이 말하길, 알코올중독에 빠지게 된 첫 음주에서 느낀 것은 '소속감'이었다고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고립감을 알코올로 위로받은 것이다.

종교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쨌든 종교심이 큰 사람들이다. 종교로 인생 문제를 해결해 보려다 그렇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분들을 대하다 보면 '너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기 쉽다. 중독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 대하게 된다. '중독'보다는 '종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중독에 방점을 찍어서 '중독자', '이단에 빠진 사람'으로 분리하지 말아야겠다. 결국 중독에 빠진 이유는 고립감이다. 연결이 필요하다. 그들의 고립감이나 진짜 갈망을 봐 주는 게 연결이다.

사실 교회가 그 연결 역할을 해 주는 곳 아닌가. 교회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해로운 신앙과의 접촉점이 생겼을 때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보면 결국 교회가 회복돼야 할 문제다.

박성철 / 종교 중독이라는 말을 쓰는 게 조심스럽다. '중독'이라고 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광신'이라는 말보다 '종교 중독'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신은 주로 사이비·컬트 집단에 적용하는 말로 사용했다. 이제는 그런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통·주류 교회에 종교 중독 요소가 많다.

사람들이 이단이나 사교 집단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한국에서 주류라고 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돼 있다. 정말 그런 집단과 교회가 명확하게 구분됐다면 사람들이 쉽게 이상한 가르침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집단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근본주의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별반 다르지 않은 거다.

교회는 기독교 사이비 집단 발흥에 책임이 있다.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종교 중독을 개인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종교 중독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단체든 연합체가 필요하다. 교회들이 종교 중독의 심각성과 책임을 인지하고 이런 곳들을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교회가 기존 구조를 반성하고 사회적 윤리를 정립해야 한다. 교회가 종교 병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집단과 구별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복된다. 단순히 하나님 은혜 받아서 회복하자는 차원이 아니고 시민사회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끼리 건강의 척도를 규정하면 안 된다. 한국교회 스스로 그걸 말하기에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

- 해로운 신앙에 빠지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

김선미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선미 소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믿음 /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예방법은 단순하다. '해로운 신앙'에 빠지지 않기 위해 평소 '건강한 신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단·사이비들은 성경을 가지고 사기 친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성경 해석을 목회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종교개혁 핵심은 만인제사장이다. 목회자도 교인들이 성경을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선미 / 상한 감정의 문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 열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열심이 무엇을 좇는 건지 점검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사랑·인정받는 느낌이나 소속감 등 기분만 좋은 게 아니다.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야 한다. 교회 생활이 전부가 아니라 예수님 사랑을 실천해야 할 장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목회자들은 교인들의 예배나 기도나 봉사 등이 강박적·습관적 행동이 되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

정신실 / 신자들이 의심할 수 있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게 이런 기사를 보고 '나는, 우리 목사님은, 우리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매주 우리 목사님 설교에 은혜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로운 신앙에 빠질 확률이 크다. 고민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교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 위험하다.

치유 사역을 하는 마태오 린 신부 팀은 영적 학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두 살 아이에게 열 살 아이처럼 행동하도록 기대하거나, 열 살 아이에게 두 살 아이처럼 계속 의존하도록 하는 것." 신앙도 발달의 문제다. 자라나는 것이다. 다양한 신앙의 발달단계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과연 이런 다양성이 한국교회에 허용될 수 있을까. 신자 개인의 책임이 있겠지만 더 큰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고 본다. 목회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본인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나. 목회자의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 내 설교에 은혜 받지 않고 의심할 자유를 줘야 한다. 어렵겠지만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박성철 / 위에서 얘기했듯 해로운 신앙 집단의 특징 중 하나가 권위주의다. 종교적 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는 문화다. 이는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숭배로 나타난다. 또 강한 배타성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주류 교회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직적 위계 구조다. 목사-장로-집사 등 직분 자체가 계급화해 있다. 모든 종교가 어느 정도 위계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더욱 심하다. 오랫동안 권위주의 사회가 지속돼 왔기 때문에 가부장제와 군사 문화가 종교적인 위계 구조와 결합했다.

가부장제와 군사 문화 모두 문제가 있다. 사회는 더 민주화, 다문화, 소통 중심으로 가는데 교회는 바뀌지 않는다. 교회 세습이 단적인 예다. 세습이라는 것은 이미 교회가 재벌 집단처럼 물화했다는 의미다. 교회가 얼마나 병들면 사유화하고 세습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 돼 있나. 담임목사가 교회를 사유화해도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병리적이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수직적 위계 구조이며 그걸 떠받치고 있는 게 군사 문화와 가부장제다.

종교 중독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한국교회가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적절한 도움을 받아서 종교 중독 집단에서 벗어날지라도 획일화·통일성 등이 마치 기독교 신앙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문화에서는 금세 강력한 카리스마, 소속감 등이 주는 만족감을 그리워하게 된다. 교인들에게 다양성과 자율성을 교육해야 한다. 무엇이 성숙한 신앙인지 고민하게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한국교회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비판을 수십 년 계속해 왔지만 주류 교회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문제화해서 계속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시민사회와 연계해야만 풀 수 있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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