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모교회를 떠난 지 10년이 돼 간다. 모태신앙으로 20대 후반까지 한 교회에서 '교회 보이'로 살았던 내가 그 교회를 떠난 일은 인생의 큰 변곡점 중 하나다. 이상한 교회라서 떠난 건 아니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리스도인으로 좀 더 잘 살아 보기 위해 교회를 떠났다.

고민 중 하나는 '신자들을 계속해서 예배당에 끌어모으는 시스템이 과연 성경적인가'였다. 물론 세상에 나가 섬기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교회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예배당으로 모이게 했다. 예배에 많이 나올수록 경건한 신자로 대우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나도 그런 구조 속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걸 강화하는 데 일조하며 살았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기 전까지.

사랑의교회가 내놓은 '영적 건강 진단표'를 보고 교회를 떠나기 전 했던 고민이 스쳤다. 오정현 목사는 2월부터 '성도의 온전함'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설교를 했다. 그는 2월 7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선대 옥한흠 목사님께서 제자 훈련에 미쳐야 한다는 '광인론'을 가지고 한국교회 귀한 사역을 우리가 감당하도록 은혜 주셨다면,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전론', 온전함의 은혜를 가지고 한국교회 앞에, 시대 앞에 잘 쓰임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2월 28일 홈페이지에 '온전함을 사모하는 성도의 영적 건강 진단표'를 올리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 진단표는 △예배 △공동체 △경건 △섬김 △삶의 현장 △일상생활 등 6개 주제에 각각 질문 5개가 있고, '매우 그렇다'(5점), '그렇다'(3점), '아니다'(1점) 중 선택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점수를 '밸런스 휠'에 그리고 낮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기록하게 돼 있다. '영혼의 영적 밸런스 점검표'라고도 부른다.

각 질문은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셨습니까?', '작년 한 해 다락방에 잘 참석하셨습니까?', '날마다 시간을 정하여 기도하였습니까?'와 같은 내용이다. '가정·직장·학교에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까?', '교회에서의 당신의 모습과 삶의 현장에서의 당신의 모습에 큰 차이는 없습니까?', '직장이나 학교 동료들과 화목한 관계를 맺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편입니까?' 등 이웃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질문도 있다.

각각의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내용은 기성 교회에서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기 위해 으레 하던 질문들이다. 이번에 사랑의교회가 그것을 하나로 모아 세련되게 구성했기 때문에 다른 교회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오정현 목사가 '온전함'을 주제로 설교한다거나 그 특유의 '영적' 레토릭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논외로 하자. 다만 이런 질문들로 '영적 건강'을 진단하는 시도에 대한 기시감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기성 교회를 떠나기 전 고민했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벌써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교회는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시도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교회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교인들의 영적 건강을 우려할 것이다. 무엇이 '영적 건강' 상태에 해당하는지는 질문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해 밸런스 휠이 꽉 찬 정육각형 상태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길 텐데, 아마 대부분은 어딘가 일그러진 도형이 나올 것이다. 교인들은 필연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온전함'이라는 이상에 이르기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죄책감은 교인들이 교회에만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더 큰 문제는 노력해서 꽉 찬 정육각형을 만든다 해도 그가 정말 영적으로 건강한 상태인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배와 소그룹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날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어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며 온갖 음모론을 믿을 수 있다. 수십 년간 교회 열심히 다닌 '착한' 기독교인들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하나님나라와 전혀 상관없는 정책을 펴는 자들에게 표를 몰아준다. 누군가를 쉽게 '종북'으로 매도하며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기도 한다.

교회에서는 인정받지만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에는 실패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 아닌가. 이런 현실 인식으로 보면, '영혼의 영적 밸런스 점검표'는 그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교회에서는 영적으로 건강하다고 자타가 인정해 줄지 모르나, 교회 밖에서는 그저 배타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종교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예배가, 찬양이, 기도가 혹은 좀 더 착하게 살려는 의지가 부족해서 한국교회가 이렇게 된 건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을 더 열심히 하면 영적으로 건강해지고 오정현 목사 말처럼 '시대 앞에 쓰임받을'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 실패가 교회의 문제라면, 교인들을 교회 시스템 안에 두려 하기보다 성경의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오히려 목회자와 교회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자기 상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면 좀 다른 질문지를 추천한다. 아래는 <해로운 신앙>(그리심)에 나오는 질문지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실은 종교 중독에 빠진 건 아닌지 돌아보는 점검표다. 저자들은 이 질문들에 세 가지 이상 '예'라고 답했다면 기독교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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