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온라인으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이런 질문은 사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국교회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예배를 가짜 취급하던 목사들도 유튜브로 예배를 중계하는 상황이다. 각종 소모임은 온라인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오래 비대면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는 가운데, 온라인 소통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교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모이는 중에도 마음 한편에 일말의 찜찜함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대면 모임은 대면 모임이 금지됐기에 할 수밖에 없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 모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을 뿐.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은혜 교수(기독교와문화)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개념적으로 나누는 언택트와 콘택트 그리고 성전 예배와 온라인 예배, 모이는 예배와 흩어지는 예배를 우열의 관계로 바라보는 자세를 시급하게 수정해야 한다. 우열의 관점으로 사유하는 한 우리는 지금 행하는 많은 언택트의 신앙 활동을 부차적이고 임시적인 것으로 규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신뢰는 그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생명이 없고 그 은총이 주어지지 않는 부차적인 공간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어떠한 역사의 기간도 임시적인 순간이 없다는 믿음이다."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다> '언택트 시대의 관계적 목회 가능성', 23~24쪽)

교회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온라인 예배와 모임은 계속될 것이다. 
교회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온라인 예배와 모임은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미 온라인 모임으로 깊은 공감과 위로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온라인 모임을 하고 있는 다양한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인터뷰 대상은 오현선 목사(여울교회), 고직한 선교사(사단법인 좋은나무), 정신실 작가(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권대원 집사(삼일교회)다. 이들은 목회자로서, 상담가로서, 소그룹 리더로서 각자 자리에서 온라인 모임을 통해 풍성한 나눔을 누리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영적인 소통은 가능하다.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이게 될까' 심리적 장벽 있었지만
예배는 물론 전문 상담까지 가능
공간 제약 없어 고립된 사람도 참여

물론 처음부터 온라인 모임을 적극 활용했던 건 아니다. 오프라인 모임이 익숙한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비대면 모임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모두 시도하기 전까지 심리적 장벽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온라인 모임을 해 보면서 깊은 소통과 공감, 위로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나도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었다. 코로나19 전이었는데, 한 교수와 조울증에 관한 스터디를 온라인으로 시도해 봤다. 온라인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보이스톡으로 그 교수와 우리 가족들이 스터디를 했는데,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이후 유튜브 채널 '조우네마음약국'을 통해 연결된 조울러(조울증을 않는 사람)들과도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이게 '된다'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진 후에도 확신을 가지고 내가 관여하는 모든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지금은 조울러들과 함께하는 스터디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 만나는 일도 줌(ZOOM)으로 한다. 내가 섬기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공동체에서도 순장 모임을 온라인으로 인도한다. 그 외 내가 관여하는 다른 단체들에서도 온라인 모임이 정착됐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줌 모임이 있다. 스터디, 세미나, 예배, 소그룹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한다. 눈물도 흘리고 헌신도 일어난다. 참가자들이 몰입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 고직한 선교사

"내가 하는 일은 마음을 깊이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적이었다. 온라인으로 마음을 나누는 게 가능할까. 편견을 깨 준 사건이 있었다. 작년 여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주 코스타에서 강의를 하나 맡게 됐다. 온라인이라 하기 싫었는데 마지못해 수락했다. 강의 후 질의응답을 20분 정도 했는데, 익명 질문이 여러 개 올라오더라. 질문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교회에 대한 아픔, 개인의 신앙적 어려움, 그런 고민들에 대한 공감이 느껴졌다. 그 짧은 시간에, 역시 사람은 영적 존재이고 온라인에서도 깊은 교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이후로 연구소에서 하는 내적 여정 세미나와 글쓰기 치유 모임을 줌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글쓰기 모임은 하면 할수록 줌에 최적화한 방식 같다. 한 주에 한 번씩 2시간 반 진행하는데, 각자 준비해 온 글을 읽고 나눈다.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영혼이 씻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참가자들도 온라인으로 하니 오히려 더 잘 집중하는 것 같다. 올해부터는 집단 상담도 할 예정이다." - 정신실 작가

"교회에서 처음 줌으로 예배하겠다고 했을 때 조금 저항감을 가진 분들도 이제는 '이런 예배도 좋다'고 한다. 근원적으로는 만날 수 없다는 상황에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영적 예배를 이어 가야 한다는 교인들의 간절한 열망을 확인하기도 한다. 지난 성탄 전날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여성들을 위한 예배를 인도하면서 도유塗油식을 했다. 예배가 끝나고 한 참가자가 시공간을 초월해 2000년 전 사람들과 만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나눴다. 또 한 사람은 예배할 때 다른 참가자들을 처음 봤는데도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뭉클했다." - 오현선 목사

"독서 모임을 10년 넘게 해 왔다. 그간 적은 인원이라도 꼭 만나서 진행했는데,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모임에 참여했다가 프랑스로 돌아간 한 분이 다시 참여하실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나. 고립된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그분은 이 모임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 내용이 책과 다른 방향으로 좀 새기도 하는데, 지금 시대에는 그냥 이렇게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오프라인에 비해 소통이 부족할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 권대원 집사

공간 제약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온라인의 큰 장점이다. 시간만 맞으면 수도권 외 지역이나 해외에 사는 이도 참여할 수 있다. 정신실 작가는 "지방이나 해외에서 고립돼 있는 분이 많다. 연결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글쓰기 모임을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이런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원 집사는 "프랑스에서 참여해도 끊기는 현상 없이 원활하더라. 기술이 이렇게 발전해 있는 줄 몰랐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좋은 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원 집사는 2주에 한 번씩 줌으로 독서 모임을 한다. 처음에는 그 역시 저항감이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소통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낀다. 사진 제공 권대원
권대원 집사는 2주에 한 번씩 줌으로 독서 모임을 한다. 처음에는 그 역시 저항감이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소통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낀다. 사진 제공 권대원
온라인 모임도 '준비'가 중요
준비 잘하면 기도·찬양 못 할 것 없어
'예배당에선 소통 있었나' 근원적 질문도

이들은 비대면으로 깊은 교제를 하기 위해서는 인도자의 '준비'가 필수라고 했다. 온라인 모임에 저항감이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온라인 모임 툴의 기능들을 숙지하고 혹시 모를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우 준비된 시간이 돼야 한다. 기획자가 온라인 상황의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온라인 모임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사전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한다. 글쓰기 모임 때는 써 온 글을 미리 다 받아서 화면 공유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모임 20분 전부터 참가자들 영상과 마이크를 체크하고 카메라에 가까이 앉으라고 안내한다. 참가자들이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정신실 작가

"제한적 상황에서도 함께 예배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연결은, 결국 예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예배에 전체적인 요소들이 신학적으로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신경 써야 한다. 예배 안에 작은 순서, 언어, 화면에 보이는 상징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는 영적 교육 자료가 돼 예배자들에게 스며들 수 있게, 강요되지 않은 채 젖어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걸 고안하는 예배 준비자들의 태도와 시각이 중요하다. 나는 예배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준비된 예배에서는 성령이 어느 곳에서든 감동을 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 오현선 목사

"인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 비대면 모임은 할 수 없어서 하는 게 아니다. 온라인 모임에 여전히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온라인 모임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장점도 너무 많다. 이 장점들을 알게 되면 오프라인으로 모이자는 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만족할 것이다.

 

처음에는 실수도 있겠지만, 하면 할수록 는다. 기도·찬양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모임에서 통성기도도 해 봤다. '요새 온라인으로만 하다 보니 뜨겁게 기도하는 게 그립기도 하다. 우리 모두 음소거 해제하고 뜨겁게 한번 기도해 보자'고 했다. 너무 좋았다. 찬양도 한 절씩 돌아가면서 하게 하거나 좋은 노래를 선곡해 들려주면서 따라 부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다들 눈 감고 손 들고 찬양·기도한다." - 고직한 선교사

"어느 모임에서나 대화를 주도하는 분들이 있고, 이들만 너무 말하지 않도록 적절히 개입하는 게 인도자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모임에서 이런 분들이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기가 말하는 모습이 화면에 보여서 그런 건지.(웃음) 자기 객관화가 된다고 해야 하나. 원격이기 때문에 서로 더 배려하게 되는 것 같다." - 권대원 집사

오현선 목사는 온라인 예배 또한 순서, 언어, 상징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성탄 전날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여성들을 위한 예배를 인도하는 오 목사. 기름 붓는 여인 조각상과 보라색 스톨, 초 등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현선 목사는 온라인 예배 또한 순서, 언어, 상징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성탄 전날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여성들을 위한 예배를 인도하는 오 목사. 기름 붓는 여인 조각상과 보라색 스톨, 초 등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온라인에서 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우리는 다른 질문들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 모여서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왜 또 모여야 하는가' 등등. 이런 상황에서 파생하는 질문들은 우리 신앙의 근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상황 전 예배당에서 한 예배들은 진정한 영적 소통이 가능했나. 지나치게 목사 중심, 강단 중심, 나이 든 남성 중심의 예배이지 않았나. '자모실'이라고 하는 가부장적 언어로 차단된 공간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있었다. 이건 배려를 가장한 배제다. 이런 것들이 교회 안에 차고 넘쳤는데, 그에 대한 비판 의식은 없고 그저 모일 수 없는 상황이니 영적으로 차단됐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 살든,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로 하나님께 예배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오현선 목사

"온라인 모임을 지속하며,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친해지게 된 사람들을 본다. 그간 예배당에서 많이 만났더라도 소통이 없었다면 친한 게 아니다. 이제 뭔가를 모여서 하려면 모이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패러다임이 달라질 것이라 본다. 이제 교회가 예전처럼 건물 크게 올리는 건 확실히 어리석은 짓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많은 교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할 것이다. 이는 교회가 본질을 찾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이제 관계와 양육 등 모든 교회 기능이 더욱 본질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 - 고직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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