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회적 현안에 관한 개신교인의 인식을 조사해 발표해 온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이, 올해도 전국 성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생태·통일·안보·사회·신앙에 관한 입장을 조사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사회 구성원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주안점을 두고 조사했다.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7월 21~29일 온라인으로 조사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이번 인식 조사에는 김상덕 연구실장(기사연)과 신익상 교수(성공회대)가 책임 연구자로, 송진순 교수(이화여대), 이상철 원장(크리스챤아카데미), 이민형 연구원(기사연)이 연구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10월 14일 서대문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는 분야별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두 번째는 '경제·생태' 분야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신교인 다수가 '가난'을 '개인 책임'으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사연 인식 조사에서 '가난의 책임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개신교인들은 '개인 책임' 45.2%, '사회 책임' 35.2%, '잘 모르겠다' 19.6%로 응답했다.

가난이 개인 책임이라는 응답은 연령대가 높고, 가구 소득이 높으며, 정규직이고, 교회 내 직분이 있으며, 대형 교회 교인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교회 예배에 얼마나 자주 참석하는지', '자신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다고 생각하는지'는 가난 문제에 대한 응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3가지 중복 응답), 근면 성실한 노력(61.5%), 자기 계발(51.8%), 공평한 조세제도 마련(44.9%), 복지 정책 확대(43.9%)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화두가 된 기본 소득제 도입과 전 국민 고용 보험 도입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기본 소득제 도입은 찬성 43.2%, 반대 46.7%, 모르겠다 10.2%로 반대가 좀 더 높았다. 전 국민 고용 보험은 찬성 60.5%, 반대 24.3%, 모르겠다 15.1%로 나타났다.

기본 소득과 전 국민 고용 보험 중 무엇을 우선 도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 국민 고용 보험 35.4%, 기본 소득 34%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어느 것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15.7%였다. 기본 소득을 도입할 경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자 증세'가 33.4%로 가장 높게 나왔다.

경제 분야 발표를 맡은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는 "대다수 개신교인이 가난 문제를 개인주의적으로 접근한다. 결과를 보면 이러한 인식은 교회 내 지위와 경제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 신앙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할수록 교회 내 취약층에게 절망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난을 개인 책임으로 규정할수록 취약 계층의 신앙이 현실도피적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남성에 비해 더 불리해졌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 36.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돌봄 노동이 증가했느냐는 질문에, 여성 85.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최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정책으로는 아동·노인·장애인을 위한 지역 내 돌봄 서비스 센터와 프로그램 지원(46.3%)을 꼽았다. 

이에 대해 송진순 교수(이화여대)는 "여성에게 편중된 가사와 돌봄, 열악한 외부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경제활동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위기는 그동안 잠재된 불평등과 차별을 드러내고 이를 가속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 도피나 위안을 제공하기보다는 기독교적 가치관과 윤리 의식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인 97%는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15.4%가 이미 늦었다고 응답했다. 1~10년이라는 응답은 22.2%, 11~30년이라는 응답은 21.8%였다. 다음 세대(30년 이상)로 넘어가더라도 시간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3.1%였다.

교회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는 에너지 절약 운동(4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사회운동 참여가 24.3%, 과소비 절제 운동이 10.1%,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운동하는 환경 단체 후원이 9.9%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원인이 무엇인 것 같은지 묻자, 74.5%가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긴 사회적 재난 현상'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가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9.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6.4%였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기독교인의 올바른 관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66.3%는 '인간이 청지기로서 창조 세계를 보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간과 지구가 동등한 피조물이므로 자연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응답은 25%였다.

신익상 교수는 인간과 지구가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고 응답한 25%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도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지구 권리' 같은 개념은 앞으로도 개신교 대중에게 퍼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 교회가 탈 인간 중심적 생각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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