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회적 현안에 관한 개신교인의 인식을 조사해 발표해 온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이, 올해도 전국 성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생태·통일·안보·사회·신앙에 관한 입장을 조사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사회 구성원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주안점을 두고 조사했다.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7월 21~29일 온라인으로 조사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이번 인식 조사에는 김상덕 연구실장(기사연)과 신익상 교수(성공회대)가 책임 연구자로, 송진순 교수(이화여대), 이상철 원장(크리스챤아카데미), 이민형 연구원(기사연)이 연구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10월 14일 서대문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는 분야별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첫 번째는 '정치' 분야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 개신교인 정치 성향이 보수 28.8%, 중도 39.8%, 진보 31.4%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중도층 6.8%가 보수 성향으로 이동한 수치다.

구체적인 정치 성향은 매우 보수 4.3%, 약간 보수 24.5%, 중도 39.8%, 약간 진보 29.5%, 매우 진보 1.9%로 나타났다. 2019년 조사에서 개신교인들 정치 성향은 보수 21.4%(매우 보수 2.7%, 약간 보수 18.7%), 중도 46.6%, 진보 32%(약간 진보 29.1% 매우 진보 2.9%)로 나왔다.

작년과 비교해 자신이 중도층이라고 응답한 이가 6.8% 줄었고 보수 성향이 그만큼 늘어났다. 진보 성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령별로는 '20대 개신교인'의 보수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20대 교인은 39.8%였는데, 올해는 28.6%로 11.2%가 줄어들었다. 반면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12.7%에서 2020년 22.3%로 대폭 증가했다. '중도 성향'은 2019년 47.5%, 2020년 49.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치 분야 발표를 맡은 이상철 원장은 20대의 보수화가 두드러진 현상에 대해, 부동산 등 경제정책 문제와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장관 문제가 '공정성' 화두로 인식되면서 청년들의 보수화를 추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치 성향이 보수화한 또 다른 이유로, 이상철 원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불안이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을 유발했다고 가정할 수 있고, 특히 방역 과정에서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확장하면서 그에 따른 집단주의·권위주의적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체를 중시한다는 인식은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운 이유'에서도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자신의 건강을 해칠까 봐 염려된다'는 응답은 12.6%였지만, '나의 확진으로 가족에게 피해 줄까 봐 걱정된다'는 응답이 39.8%, '확진되면 직장이나 모임 등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피해를 줄까 봐 무섭다'는 응답은 33.7%였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비율보다 각각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스크 미착용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은 58.9%로 '처벌에 반대한다'는 26.6%를 크게 웃돌았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은 14.5%였다.

이상철 원장은 "마스크 미착용자를 문제라고 인식한 이유는, 본인 몸을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어서다. 정부 방역 대처에 대해서도, 공동체 안녕을 위해 기꺼이 개인 불편을 감수하고 희생하려는 측면이 개신교인에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마스크 미착용자 처벌에 반대하는 26.6%와 유보적으로 응답한 14.5% 등 처벌에 찬성한다고 응답하지 않은 41.1%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공동체성을 중시하면서도 개인의 자유도 존중한다는 미묘함이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촉발된 한국 개신교의 시민성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개신교의 시민성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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