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직한 선교사가 <뉴스앤조이>에서 '고직한의 정품교회론'을 연재합니다. '정품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글은 격주 간격으로 게재합니다.

25년간 지옥을 50번 다녀왔다. 두 아들의 조울증 때문이다. 큰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작은아들은 대학교 1학년 때 발병했다. 한번 정신병원에 입원하려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입원 전과 후에 최소 2~3번은 지옥에 다녀온다. 당사자가 자의 입원을 한다고 해도, 가족들은 그전에 수차례 지옥 같은 일을 겪어야 한다. 큰아들은 4번 입원했다. 음악을 하는 작은아들은 무척 예민해 약 부작용을 많이 호소하고 약을 자주 버리고는 했는데, 지금까지 13번 입원했다. 그러니까 2~3 X (4+13)인 셈이니, 25년간 50회 정도 지옥을 다녀왔다고 해도 결코 거짓말은 아니다.

큰아들은 2003년경 처음 입원했다. 자기 동생의 조울증 발병에 충격을 받고 한두 가지 생활 사건을 겪으면서 조증이 재발한 것이다. 아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여긴 나와 아내는 아들을 보호하고자 입원을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디데이, 나는 나와 동역하던 힘 좋은 사역자 두 명을 대동하고 아들을 '속여서' 차에 태웠다. 정신병원에 도착하자 아들이 자신을 강제 입원시키려는 것을 눈치챘다. 다행히 동역자 두 명이 아들의 양쪽 팔을 각각 붙잡고, 거세게 반발하는 아들을 강제로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대기하던 덩치가 매우 큰 남자 간호사 두 명이 아들을 강제로 질질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들은 엄청나게 반항했고 큰 소리로 외쳐 댔다. 이어서 철창 문이 닫히는 소리가 쾅 났다. 그 후 아들을 고분고분하게 하려고 윽박지르는 것 같기도 하고 패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났고, 아들의 고함이 내 귓전을 때렸다. 나는 무너졌다.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넘어졌다. 비교적 젊은 의사의 치맛자락 밑에서 한동안 대성통곡했다. 그 후 약 2주 동안 아내와 함께 침대에서 매일 밤 아들을 정신병원에 처넣은 '나쁜 아비'로서 죄책감을 느끼며, 아들이 당할 혼란과 고통을 생각하며 울면서 잠을 설쳤다.

아들이 입원할 때마다 이랬던 것은 아니다. 점점 덤덤해졌다. '정신 건강 증진 및 정신 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6년 전면 개정되면서 가족이라고 해도 당사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일이 무척 어려워졌다.

돌아보면 나도 조울증에 너무 무지해서 그랬다. 아들을 그때 강제 입원시킨 점에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설 119를 불러 큰아들과 작은아들을 강제 입원시킨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어떤 때는 수개월 입원했던 큰아들이 퇴원할 무렵 작은아들이 증세가 악화돼 이어서 배턴터치하듯 연거푸 입원한 적도 있었다. 자기 발로 입원한다고 해도, 증상 악화로 1번 입원하기까지 오만 가지 일이 일어나기에 가족들은 별의별 지옥 체험을 한다.

그러다 기적 같은 일이 2018년 여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해 왔던 큰아들은 그해 7월 유튜브 방송을 하고자 했다. 큰아들 부부는 자신들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소재를 찾고자 의논하며 고민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재여야 했다. 그러면서 나와 아내에게도 같이 방송을 하자고 했다. 소재가 뭐냐고 물으니 아들 부부는 "조울증!"이라고 답했다. 순간 마음이 찡했다.

"그래! 그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너와 동생도 함께 조울증을 겪어 왔고, 합치면 도합 40년은 될 테니 오죽 다룰 내용이 많겠니? 오랫동안 우리가 붙잡아 온 '상처 입은 치유자'로 드디어 나갈 수 있겠는데!"

이렇게 큰아들 부부와 우리 부부는 첫 방송을 했다. 그 후 동생 부부가 참여했다. 나의 두 며느리는 친자매이기에 우리 부부와 두 자매의 어른들과는 겹사돈이었던 터라 재미있는 스토리도 많았다. 큰며느리가 동생이고 작은며느리가 언니다. 그래서 웃기는 일도 많이 생겼다. 큰아들의 딸들이 작은아들 부부를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우리 방식으로 '이모'와 '삼촌'을 정해야 했다. 남이 들으면 뭐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안 같은 호기심도 생길 듯했다.

사실 우리 두 아들이 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 데 두 며느리의 기여가 가장 크다고 본다. 둘은 무척이나 사이좋은 친자매간이라 둘은 각자의 남편을 놓고 수많은 의료와 회복 정보를 연구·교환하기도 하는 등 남편들을 정신과 간호사 수준으로 돌보면서 기나긴 조울증의 터널에서 나오게 했다.

우리는 정신 질환과 관련해 사회 안전망을 기대할 수 없어서 가족 안전망을 구축해 세 가족이 같은 지역에 산다. 사돈댁도 근처로 왔으니 네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사는 셈이다. 그러면서 두 아들의 비상사태에 대비한다. 한번은 새벽 2시에 작은며느리에게서 긴급한 전화가 왔다. 남편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급히 달려갔고, 아들을 달래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반사로 일어났다. 우리는 큰아들의 어린 세 자녀를 서로 돌보면서 대가족의 파워와 소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체험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시작한 방송이 '조우네마음약국'이다. 조우는 조울증과 우울증의 첫 글자로 큰아들이 사용하는 방송명이다. 큰며느리는 조우 아내이고, 나는 조우 아빠, 아내는 조우 엄마다. 조우 동생은 그레이라는 별명을 자기 자신에게 붙였고, 그 아내는 그레이 부인으로 방송을 타고 있다. 큰아들 부부, 작은아들 부부, 우리 부부 총 6명이 호흡을 맞추면서 방송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영상을 106개 올렸다. 구독자 수는 3530명, 누적 조회 수는 약 26만이다.

큰며느리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2급 사회복지사지만, 대학 졸업 후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에 들어갔다. 그러다 이제 '조우네마음약국'을 하면서 자기 사명을 되찾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따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 가족 모두가 새로운 사명자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는 큰아들 부부가 유튜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카카오톡 상담을 위한 플러스 친구를 오픈했다. 2~3달도 안 되어 300명 정도 상담을 요청해 왔다. 엄청난 사연이 많았다. 아들 부부가 생업과 자식 키우는 일도 바쁜데 수백 명을 사례 관리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더 늘어났다. 지금은 658명을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며느리와 아내가 정신 질환 관련 서적을 읽는 독서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102명이 활동한다. 며느리가 만든 성경을 통독하는 기도방과 별도 대화방도 카카오톡에서 돌아간다.

정모 요청이 와서 2019년 가을부터 매월 모이다가 6회째를 맞았을 때 코로나19 때문에 줌으로 전환했다. 월 2회 '패밀리 파워'라는 비대면 화상 모임을 진행하는데, 미국에서도 한 부부가 참여한다. 그리고 정모에서 만난 조울증 겪는 네 자매를 엮고 도와서 '원더우먼의 수다'를 '조우네마음약국'에 올리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가 무척 흥미롭다. 뮤지컬배우, 시인, 디자이너, 결혼한 대학생인 네 자매가 '결혼 덕분에 vs 때문에', '살과의 전쟁', '무기력 끝판왕'이라는 썸네일을 달고 재미있고 진솔하게 수다를 떤다. 젊은 남성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도 띄우고자 주 1회 줌으로 만나 공부하며 흥미롭게 준비하고 있다.

작은아들은 뮤지션이다. 작곡과 작사를 하고, 드럼을 치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창작곡으로 앨범을 3개 냈다. 조증 기운이 올라오면 무척 연주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홍대 앞 작은 공연장을 빌려 연주회를 했다.

그러다 아내가 운영하는 유치원 홀에서 '온리 원 콘서트'를 시작했다. 우리와 아주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사람 또는 한 커플, 한 가족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한다. 그 후 아들이 창작한 드럼 곡을 MR을 틀어 놓고 연주하며 그의 부인은 노래를 부르고 MC를 맡는다. 나는 방송 엔지니어 역할을 하고, 아내는 지금부터 17년 전 큰아들이 만든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영상에 내레이터 역할을 맡아 등장한다.

이 영상은 팔다리 없는 원숭이를 키운 한 일본 사진사의 감동적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바탕으로 큰아들이 만든 것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스토리다. 콘서트 하이라이트는 작은아들이 초대받은 한 사람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며느리와 함께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다. 내가 미리 PPT를 만들어서 그의 사진들이 나오는 화면을 띄어 놓고, 화가가 초상화를 그려 주듯 작은아들이 그 사람을 위해 작사·작곡한 곡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불러 주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상대방은 '뿅!' 간다. 그 노래를 녹음해 보내 준다고 며느리가 말하면 그 사람은 너무 좋아한다. 이후에는 다과와 함께 담소를 나눈다. 이렇게 진행한 온리 원 콘서트가 65회에 이른다.

한국에서 17개 정신 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성인 기준 25%이다. 이 말은 평생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성인 네 명 중 한 명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광역형 정신 건강 복지 센터 16개소, 기초 정신 건강 복지 센터 235개소, 중독 관리 통합 지원 센터 50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정신 건강 증진 시설로는 정신 의료 기관 1669개소, 정신 재활 시설 348개소, 정신 요양 시설 59개소가 운영 중이다. 작은아들 부부는 이런 곳들에 찾아가는 '온리 원 콘서트'를 하여 수많은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도우려고 준비하고 있다.

정신 질환, 끝이 아니다. 정신 질환자, 끝난 인생 아니다. 큰아들 부부가 '조우네마음약국'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정신 질환자와 가족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회복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나는 놀랐다. 함께 나누고 공부하면서 회복의 길을 가는 가정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무엇보다 우리 두 아들과 며느리들과 나와 아내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 삶의 지평을 새로 열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25년간 지옥을 50번 다녀오기까지 나는 하나님이 만드신 두 기관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가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늘 가정'인 교회다. 나의 경우에는 교회가 많이 고마웠다. 우리가 카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일대일 사례 관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658명 중 상당수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를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제목에 끌려서 흥미가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 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과연 교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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