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고시위원회가 주관한 2020년 제2차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관들의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고시위원회가 주관한 2020년 제2차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관들의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 총회 고시위원회(고시위·한대웅 위원장)가 주관한 2020년 제2차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여성 지원자들에게 성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접 당사자를 포함한 연서명자 155명은 6월 26일 기장 총회 게시판에 '성 정의를 위한 우리의 함성: 나도 당했고 나도 보았고 나도 들었던 성차별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렸다.

성명서에 따르면, 6월 16일 목사 고시에서 면접관들은 여성 지원자들에게 "남편도 목사인데 왜 사모를 안 하고 목사를 하고 싶어 하나?", "남편이 담임목사가 되면 남편도 교회도 사모 역할을 하라고 할 텐데, 그때는 목사직을 포기할 건가?", "결혼했는데 왜 아기는 안 낳는가? 애는 생기는 대로 낳는 게 은혜다", (부부 사역자에게) "남편 앞길 막지 마라" 등 성차별 발언들을 쏟아 냈다.

연서명자들은 면접관들이 여성 지원자에게 목사 자질과 아무 상관이 없는 질문을 한 것은 단지 지원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교단 안에 성 불의가 만연하다는 것이 이번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목소리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우리도 목소리를 내려 한다. 교단·교회 안에 있는 견고한 성차별의 벽을 우리 함성으로 무너뜨리겠다"고도 언급했다.

이들은 총회와 고시위에 △면접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성차별 문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 △고시위 ⅓ 이상을 여성으로 조직하고 면접 시 면접관 3명 중 여성 1명을 의무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나온 성차별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교단 내 많은 단체가 잇달아 성명서를 냈다. 6월 30일 기장여성연대, 7월 1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 신학대학 여학생회, 7월 4일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등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기장 총회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게재됐다. 이들은 "우리도 동일한 경험을 했다", "왜 여성 목사들은 남성 목사들이 듣지 않는 질문을 항상 들어야 하는가"라며, 목사 고시 응시자들과 연대하고 총회·고시위 책임자들의 조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고시위는 7월 7일 기장 총회 홈페이지에 '2020년 제2차 목사 고시 면접 과정 때 있었던 일에 관한 고시위원회의 입장'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고시위는 "목사 고시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당사자에게 위로를 드리고 연관된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면접 전후로 고시위 면접 매뉴얼과 유의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주지했으나, 앞으로 이 부분에 더욱 유의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제도적 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세 문장짜리 짧은 입장문이었다.

입장문은 기본적으로 내용도 부실한 데다가 고시위 내부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위 여성 대표 위원 이영미 교수(한신대)는 같은 날 총회 홈페이지에 '고시위원회의 성차별 사건 발생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를 재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건이 교단 공식 행사에서 벌어진 명백한 성차별 사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면접관은 '사모'라는 용어를 통해 여성을 보조적·이차적 존재로 규정하고 지원자를 그 역할에 한정해 질문을 반복했다. 이는 단지 '성차별적인 질문'이 아니라 명백한 '성차별'이다. 고시위는 당사자에게 위로가 아닌 사과를 해야 한다"며 고시위 입장문에 담긴 표현을 지적했다.

이영미 교수는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시위 입장문이 나오기 전, 이 문제로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교단 전반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번 고시위뿐만 아니라 모든 위원회에서도 성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고시위가 입장문 마지막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반드시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시위원장 한대웅 목사는 <뉴스앤조이>가 전화를 걸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문자메시지로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인정한 것인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차별 발언한 면접관들에 대한 제재는 없는지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물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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