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여자인데 여기(거기) 왜 왔냐(갔냐)'는 질문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여성들에게 익숙하다. 남자 신대원생에게 듣기도 하고, 면접 때 교수에게 듣기도 하며, 주변인들에게 듣기도 한다. 학부 신학과는 졸업 후 여러 분야로 진로를 바꾸는 사람이 많아 그런 질문이 덜하지만, 신대원은 다르다. 3년간 진행되는 총신대 신대원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은, 교단 규모에 걸맞게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과 쌍벽을 이루며 입학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총신대를 운영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교단은 장신대를 운영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예장통합과 달리, 예장합동은 아직도 여성에게 안수직(목사·장로·안수집사)을 주지 않는다. 예장합동이 내세우는 칼뱅주의 개혁신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예장합동에서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35절),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디모데전서 2장 11-12절)와 같은 구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

예장합동은 그간 계속해서 여성 안수를 허하라는 요구를 받아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으로도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가 급증하면서, 이런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작년 9월 예장합동 104회 총회 전,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사단법인 평화나무가 결성한 교단 총회 참관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예장합동에 여성 안수 논의를 요구했다. 총회 현장에서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여성 안수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총신 여동문회는 매년 총회 현장을 찾아 총대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며 여성 안수를 논의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예장합동 총회에서 여성 안수에 대한 헌의가 올라온 것은 2012년 97회 총회 때가 마지막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신대 신대원에서 여성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항상 존재해 왔다. 현재 총신대 신대원은 한 학년당 정원이 300~400명이다. 3학년 중 여성은 약 40명, 2학년은 약 70명, 1학년은 약 90명으로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에는 만학도도 있지만 20·30대 젊은 여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여성들은 왜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했을까. <뉴스앤조이>는 현재 총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2030 여성 5명을 인터뷰해 보았다.

여성 안수 불가 근거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성경 구절. 뉴스앤조이 구권효
여성 안수 불가 근거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성경 구절. 뉴스앤조이 구권효
왜 왔냐고? 너희랑 같은 이유지!

<뉴스앤조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총신대 신대원에 간 이유는 '신학 공부'와 '목회'로 수렴됐다. 20대 A와 30대 B는 오로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20대 C·D·E는 모두 교회에서 사역하기 위해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왔다.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자기 소명과 목사 안수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고, 교회 사역을 위해 왔다는 사람들도 이미 교단 방침을 알고 왔기 때문에 반드시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공통적으로는 '개혁신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A / 밖에서 보면 '왜 여자가 그런 데를 가지' 싶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냥 공부하고 싶은 학교일 뿐이다. 이만한 커리큘럼이 다른 학교에도 있다면 그곳을 고려해 보겠지만, 아직까지는 총신대 신대원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성경을 원어로 잘 가르쳐 주고, 개혁신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졸업 후 유학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목사 안수는 필요 없다.

B / 직장 다니다 입학했다.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나중을 위해 신학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따로 연구하고 싶고 신학을 배우고 싶어서, 학문만 보고 입학한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총신과 다른 학교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해서 다니던 교회 목사님 소개로 왔다.

C / 교회에서 사역하는 게 꿈이다. 그렇게 하려면 M.div.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성 안수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만, 총신이 추구하는 개혁신학 자체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았다. 지금은 목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면 타 교단 가서 받으면 된다. 교단이 달라지면 임지 문제가 생기겠지만, 수도권 아닌 지방 교회들은 사역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파트타임 같은 경우 교단 상관없이 고용하기도 하니까 문제 될 건 없다고 본다.

D /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본다. '돈은 돈대로 내고 공부는 공부대로 하면서, 왜 목사 안수 안 주는 데로 갔냐'고. 목사 되는 것에 관심은 없지만,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전문성 갖춰야 하니까 공부를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왔다. 개혁주의 신학이 다른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옳다고 판단했다. 혹시나 목사 안수를 딴 데서 받더라도, 제대로 된 신학을 배워서 기본 뿌리를 잘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E / 내 소명은 기독교 안에서 청소년들이 잘 자라날 수 있게 케어해 주는 것이다. 올바른 세계관을 정립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일단 신학을 제대로 배우고 나중에 청소년 상담 자격증도 따서 사역에 접목하고 싶다. 딱히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목사에게서 유익한 모습들을 많이 못 봤다. 굳이 목사가 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사역이 있으니까 상관없다.

총신대 신대원에 있는 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당. 뉴스앤조이 구권효
총신대 신대원에 있는 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당. 뉴스앤조이 구권효

'여자인데 여기 왜 왔냐'는 질문은 때로 무례하게 다가온다. 특히 학교 내부에서 들었을 때 그렇다.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같이 입학한 남성 신학생들도 이런 질문을 주저 없이 한다.

C / 주변 남자 원우들이 만날 때마다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너희랑 똑같은 이유에서 왔지. 신학 공부하려고, 사명 받아서 왔지. 그걸 왜 물어보냐'고 답한다. 어차피 목사 안수 못 받는데 왜 왔냐고 묻는 걸 반대로 생각하면, 남자들은 그냥 목사 안수만 받으러 온 건가? 목사 자격증 따려고? 여성들이 총신대 신대원에 온 이유는 하나님과의 관계, 소명 때문이다. 그걸 생각 안 하고 이야기하는 남성들이 있다.

여성 안수 안 주는 데
'신학적 이유'가 있다고?
"아니, 교단 '윗분'들 때문"

인터뷰에 응한 다섯 명 모두 '목사' 타이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교단 방침에도 동의할까. 예장합동은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것에 신학적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성경 해석이 교리화하고 교리가 헌법에 녹아들어, '법적으로' 여성 안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뉴스앤조이> 인터뷰에 응한 총신 여성 신대원생들은 모두 이런 성경 해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B / 수업 시간에 잠깐 여성 안수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여성 안수가 불가하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성경 구절은, 당시 상황에 몇몇 문제 되는 사람을 향한 것이었다고 공부했다. 그 상황을 고려해서 봐야 하는데, 모든 여성은 잠잠해야 한다고 일반화하는 건 잘못이라는 인식이 있다. 몇몇 성경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반대한다는 건 독단적인 해석이다.

 

남자 원우들도 대부분 찬성했다. 이 문제는 여성끼리만 단합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 남성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그걸 지금 우리가 적극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어쨌든 총회에서 결정될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D / 정말 여성 안수 불가가 성경 해석 문제라면, 먼저 학자들이 모여서 반대 구절들을 중립적인 시각으로 올바른 방법론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자존심 내려놓고 철저하게 학문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교단에서 이런 심화 연구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성 목사 안수 논의가 들려오면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총신 교수 중 한 분이 어떤 신학 간행물에 교단 방침과 다른 여성 안수에 대한 글을 썼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C / 성경에도 여성 지도자가 있지 않나. 여성 안수가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을 왜 묵과하는지 모르겠다.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면서, 그 시절 얘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더 어색하지 않나. 교수들도 어려워한다. 여성 안수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며 말하기 어렵다면서 넘어간다. 교수 중에서는 이제 여성 안수가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생계 문제 걸려 있으니 조심하는 것 같다. 뉘앙스나 표정을 보면 난감한 게 느껴진다.

 

오히려 원우들 중 여성 안수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구세대 어르신이나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자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다. '하나님이 주신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식이다. 그런 분들은 돕는 배필로 '사모의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란 사람들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면 '너는 왜 그렇게 세상을 피곤하게 사냐'는 식으로 쳐다본다.

E / 솔직히 '신학적 이유'라고 하면, '반박하지 말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성경 들이대며 말씀에 순종하지 않느냐는 식 아닌가. 교단 윗분들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대화가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분들은 몇십 년간 그렇게 생각하고 산 것 아닌가. 그 세대는 그렇다고 쳐도, 앞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야 할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내 주변에는 여성 안수 당연히 허락해야 한다는 남자 신학생이 많다. 몇몇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은 우리 앞에서는 잘 말 못 한다.

A / 우리 교단이 여성 안수를 안 주는 건 성경 해석 문제가 아니다. 거기까지 갈 수준이 아니다. 위에 계신 분들의 성경 해석학은 '유교 해석학'이다. 여성에 대한 틀이 있다. 에베소서를 가지고도 유교 경전을 만든다. 창세기를 읽어도 아담과 하와 역할을 나누는 분들이다. 새로운 성경 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유교적 시각을 깨야 한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상이 깨지지 않으면 안 변한다. 한편으로는 여성 안수를 허락한 라이벌 장신대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교수들에게 들었다.

총신대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여성 차별 문제가 터져 나왔다. 2003년 당시 교단 총회장이 총신대 채플에서 여성들을 향해 "어디 기저귀 찬 사람이 강단에 올라오느냐"고 발언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2014년에는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신대원에서 여성을 안 받겠다고 결의한 적이 있었다. 목사가 될 수 있는 남성들만 받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이는 나중에 취소됐지만 교단 소속 여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2016년에는 강호숙·박유미 교수가 여성 안수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강의에서 배제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총신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이 드러나기도 했다.

A / 여러 사건이 안 터졌다면 나도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런 사건들이 터지고 난 후 모임이 생겨서 공부를 했다. 총신에서 여성들은 신대원 입학 안 받겠다고 했을 때, 한 학우가 스터디 모임 만들어 여성 안수 반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김세윤 교수의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해서 보기도 했고, 다른 교단과 신학들 입장도 보고, 외부 아카데미에서 배운 내용으로 토론하고 그랬다.

 

아쉽게도 신대원에는 그런 모임이 없다. 여기는 여성 안수에 대해 물어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여성 안수가 너무 쉽게 동성애랑 엮인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입학했을 때에는 여성 안수에 아무 생각 없었던 사람도, 3년 있으면 여성 안수는 안 된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 구절을 정말 그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지 공부해야 벗어날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한다. 공부하고도 여성 안수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A는 신대원 안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A는 신대원 안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목사 안수는 단순히 타이틀 문제가 아니다. 사역 현장에서 임금을 비롯한 각종 실질적인 차별을 불러온다. 같이 공부했는데, 남성은 1년 뒤 강도사가 되고, 2년 뒤에는 목사가 된다. 교회에서도 계단을 밟는 식으로 승진(?)한다. 교육 부서에 있다가 청년부를 맡게 되고, 이후 부목사가 되어 교구를 맡는다. 여성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전도사다. 만년 교육 부서에만 있고, 부교역자실에서 자잘한 행정 등 부수적인 일만 도맡게 된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E / 불공평하다는 생각 많이 했다. 남자라는 것 자체가 무슨 특권같이 느껴진다. 이건 성경 해석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유교 사상의 문제다.

A / 기본적으로 전도사들 대우가 안 좋다. 하향 평준화한 현실에 여성은 더 다운그레이드다. 남자는 강도사 달면 올라가고 부목사 되면 올라가는데, 여자는 안 그렇다. 계속 전도사다. 사례비도 계속 차별돼서 올라간다. 그런 부당한 대우를 다 알지만, 얘기할 커뮤니티가 없다. 사역자 게시판에도 남성들이 많으니 여성 사역자들만의 장이 없다. 그러니 어디다 물어볼 데도 없다.

 

현실이 이러니 주일학교 사역에 대한 인식도 딴판이다. 일부 남성 사역자는 주일학교를 위로 올라갈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부서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반면, 여성 사역자들은 다음 세대를 자기가 평생 바쳐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주일학교 사역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건 한국교회가 주일학교를 일종의 탁아소·보육원처럼 생각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B / 지금 내가 사역하는 교회는 담임목사가 깨어 있어서 여성에게 부목사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실제로 주요 보직인 목회 디렉터를 여성 전도사에게 맡겼고, 자신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하셨다. 그렇지 않은 교회가 많겠지만, 목회자들 인식도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성도들 인식도 중요하다. 자기 부서에 여성 사역자가 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
'인권에 뒤처진 집단'

한국 사회에 아직도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성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그런 차원에서 예장합동을 비롯해 아직도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보수 교단들의 방침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로 여겨지기 쉽다. 외부에서 '여자인데 왜 총신에 가?'라고 질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런 인권에 뒤처진 집단에 왜 가냐는 것이다. 이런 외부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하지만 여성 신학생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E / 외부에서 관심 가져 줘서 고마운 마음이 있다. 오히려 이런 문제들을 내부에서 다뤄야 하는데…. 여성 안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총신 신대원에 안 오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교단 안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는 조금씩 괜찮아질 것 같다. 욕을 먹고 매를 맞아야 고쳐지나 보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부터 들어야 하니까.

C / 외부 압박에 학교가 반응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지만, 보통 총신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남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이런 데 관심이 없다.

A / 맞는 말이니까 할 말이 없다. 내 입장에서는 <뉴스앤조이>가 고맙다. 다른 기독교 신문을 봐 봤자 이런 얘기들 올라오는 게 없는데. 이번 성희롱 사건도 <뉴스앤조이>가 정확한 사실을 알려 줘서 좋았다. 신대원 내부에서는 그런 일이 터져도 잘 말 안 한다. 원우회부터 나서서 교수들을 옹호했다. 이상한 게 총신에서는 여성 안수와 동성애가 계속 엮인다.

D / 여성 안수 안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독교에 반감 품는 사람을 많이 봤다. 복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하나 더 닫아 버리는 것 같다.

B /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사실이다. 그런 말들도 필요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압박이 없으면,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말아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외부에서 말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듣고 개선해 나가는 게 맞다. 총신은 개혁주의다. 계속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신학이다. 당연히 외부 이야기도 듣고 생각하고 개혁해야 한다.

예장합동, 여성 안수 논의 재시작
"결론 내지 않고 진지하게 연구 중"

예장합동 총회에는 현재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여성사역자위·김재철 위원장)가 꾸려져 있다. 2017년 102회 총회에서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을 위해 여성사역자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여성 안수를 논하는 곳은 아니다.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교단 소속 여성 사역자 5000명의 타 교단 유출을 막고 이들이 교단 안에서 계속 사역할 수 있도록 현실을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의 위원회다.

눈에 보이는 천장이 존재하는데 무슨 지위 향상을 논할까마는, 더디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2018년 103회 총회는 여성사역자위 보고를 받아들여, 여성 선교사에게 성례권을 부여하기로 결의했다. 여성사역자위는 지난해 5월 교단 목사·장로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교단 남성 80% 이상이 여성 사역자 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여성 강도권과 여성 군목 제도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사역자위 위원장 김재철 목사는 4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 사역자 문제는 교단 목사·장로들도 다들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헌법과 신학 문제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니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여성사역자위는 말 그대로 지위 향상까지다. 여성 사역자의 길을 넓히고, 그들이 졸업하고 나서 겪는 차별 문제를 개선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과 만나 이런 한계를 다 말했다"고 했다.

여성사역자위는 작년 104회 총회 현장에서 여성 강도권을 허락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헌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있어, 총대들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결론 냈다. 총회는 여성 강도권에 대한 연구를 신학부로 넘겼다. 현재 신학부는 이 문제를 여성 안수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 교단 신학교 교수들과 목사 6명에게 연구를 맡긴 상태다. 결과물이 나오면 공청회를 열어 교단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올해 9월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신학부장 고창덕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 사역자에 대한 대책은 우리 교단이 꼭 풀어야 할 과제지만, 신학적 검토 없이 갈 수는 없다. 지금 성경적·신학적으로 여성 안수가 타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결론을 내지 않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성경이 금하고 있는 건 못 한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 텍스트에 대해, 과거 시대 문화적 문제인데 판단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오늘날 신학적 관점 및 교단 입장만 가지고 너무 좁게 생각한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아마 종합적인 판단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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