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평'은 <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 콘텐츠입니다. 기독교 출판계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진으로 평가단을 꾸려,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기독교 서적을 선정해 별점을 매기고 짧게 평가합니다.

2019년 12월 선정 도서는 <이제는 놓아 줄 시간>(비아토르), <설교자의 기도>(비아), <생각 많은 판다>(새물결플러스),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IVP), <마르틴 루터 95개 논제>(감은사), <공동체를 위한 시스터 케어 리더십>(대장간)입니다.

'별의별평'은 매월 초 업데이트됩니다. [6월호 바로 가기(클릭), 7월호 바로 가기(클릭)8월호 바로 가기(클릭)9월호 바로 가기(클릭)10월호 바로 가기(클릭)11월호 바로 가기(클릭)] - 편집자 주

별의별평 12월 선정 도서. <이제는 놓아 줄 시간>(비아토르), <설교자의 기도>(비아), <생각 많은 판다>(새물결플러스),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IVP), <마르틴 루터 95개 논제>(감은사), <공동체를 위한 시스터 케어 리더십>(대장간).

1. 메리 페이,
<이제는 놓아 줄 시간>(비아토르)

<이제는 놓아 줄 시간> / 메리 페이 글 / 존 인세라 그림 / 이은진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68쪽 / 1만 원

- 임혜진 옐로브릭 대표

같은 저자가 쓴 <겨울을 견뎌 낸 나무>(비아토르) 프리퀄로 읽어도 재미있을 책. 정든 잎을 떨구는 나무 이야기를 덮은 후, 다이어리에 '오늘 버린 것' 항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동네 공원에서 주운 오렌지빛 느티나무 잎을 갈피에 끼웠다. 나무야 고마워.

별점: ★★★☆☆(3/5)

- 박용희 용서점 대표

내가 일하는 서점에서 그림책 <나무처럼>(책고래) 원화를 전시한 적이 있다. 사람은 종종 원화 앞에 말을 잊고 서 있곤 했다. 때로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에 관해 식물학자가 쓴 빽빽한 글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림으로 그린 나무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다. 판화 같은 묘한 그림체로 표현한 다양한 나무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다만, 조금 수다스럽고 과하게 가르치려 해서 살짝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 겨울이 시작될 때 읽기 좋은 책!

별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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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 바르트,
<설교자의 기도>(비아)

칼 바르트 지음 / 박정수 옮김 / 비아 펴냄 / 172쪽 / 1만 3000원

- 박혜은 서울책보고 북매니저

때로 막막하게 시작해야 했던 아침과 고단한 하루를 지나 어지러운 마음으로 퇴근한 밤, 견결한 언어의 기도를 따라 마음을 다잡았다. 개인에 머물지 않고 사회를 아우르는 바르트의 기도는 권력자부터 "극심한 외로움에 홀로 있는 사람"까지 호명하며 "가련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품는다. 다른 시대, 다른 대륙에 살았던 설교자의 기도가 2019년, 신앙하는 한 노동자에게까지 와닿는 걸 보니,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는 다름 아닌 기도의 언어.

별점: ★★★★☆(4/5)

- 최경환 과학과신학의대화 기획실장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라고 해서 그의 기도에 특별한 신학적 의미라든가 깊이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회력에 따라 담담하면서도 깔끔한 언어로 정제된 기도문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기독교 신앙의 근원에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아쉬운 게 있는데, 저자를 모르고 이 책 기도문을 읽어도 '왠지 기도가 바르트스러운 걸' 하면서 저자가 누군지 낌새라도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좀 더 바르트스럽고, 좀 더 특별한 기도문을 기대했는데….

별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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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대위,
<생각 많은 판다>(새물결플러스)

<생각 많은 판다 -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 / 최대위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28쪽 / 1만 6000원

- 개봉동박목사

나는 교회를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요즘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복잡하고 우울해진다. 이 책은 만화 주제에 가볍게 시간을 때워 주지도 않고, 술술 읽히지도 않으며 오히려 교회와 신앙에 대한 내 고민을 계속 후벼 파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나만 당할 수는 없으니 당신도 읽고 생각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 출판사가 내세운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 1만 4000명, 에끌툰 최장 기간 연재, 최고 조회 수"라는 홍보 문구는 좀 힙하지 못하다.

별점: ★★★★(4.5/5)

- 정다운 번역가

어떤 질문은 열고, 어떤 질문은 닫는다. 어떤 질문은 갇힌 생각을 열어 주어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게 하지만 어떤 질문은 우리를 그 질문에 가두어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한다. 생각하는 판다의 어떤 질문은 전자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어떤 질문은 후자로 빠지는 것 같다. 판다가 그냥 '생각하는 판다'가 아닌 '질문할 줄 아는 판다'로 자라 가기를 바란다.

별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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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영봉,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IVP)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 삶이 어렵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 김영봉 지음 / IVP 펴냄 / 208쪽 / 1만 1000원

- 박용희 용서점 대표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데 출판사는 매번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하고, 서점은 좋은 책을 골라 제안해야 한다. 모두 만만찮은 미션이다. 숙제를 풀고자 책을 볼 때 '변주곡'을 떠올린다. 저자·출판사가 어떻게 변주했는지 살핀다. 판매를 떠나, 내가 즐기는 독서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은 '생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주제를 오늘날 한국 그리스도인을 위한 '모두가 아프다' 버전으로 변주한다. 익숙한 설교집이지만 곳곳에 시도한 작은 변주가 눈에 띈다. 출판사들이 독자를 믿고 더 많이, 세게 시도하기를!

별점: ★★★★☆(4/5)

- 개봉동박목사

어려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사려 깊은 설명을, 이렇게 친절한 어투로, 이렇게 차근차근 써 주면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다. 부디 그 누군가에게 잘 가닿는 책이면 좋겠는데, 나에게는 김영봉 목사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책'일 뿐이었다. 성실하게 책을 많이 내신 목사님 탓이라기엔 좀 그렇고, 김 목사님 책을 너무 많이 읽고 설교를 너무 많이 들은 내 탓이지 싶다.

별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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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 95개 논제>(감은사)

<마르틴 루터 95개 논제(라한 대역/해제/역주본)> / 마르틴 루터 지음 / 최주훈 옮김·해제 / 감은사 펴냄 / 128쪽 / 8300원

- 최경환 과학과신학의대화 기획실장

인간의 죄를 용서할 권한은 교황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밝힌 루터의 95개 논제를 친절한 해제와 함께 소개했다. 이 작은 팸플릿이 가져다준 충격과 영향력을 지금 우리는 가늠할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루터의 떨리는 손끝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더불어 죄의 고백과 사죄의 은혜가 이리도 중요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 의미가 퇴색해 버린 오늘날 예배를 되돌아보게 된다.

별점: ★★★★☆(4/5)

- 임혜진 옐로브릭 대표

'반박문'이란 이름으로 알고 있던 이 문서가 사실 '논제'였다는 점은 여러 유익한 생각을 해 보게 한다. 함께 차근차근 따져 보자는 도전은 훌륭한 파워가 있구나, 하는. "일반 신자들이 던지는 예리하고 불편한 질문들"(90조)을 대변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도 끄덕끄덕. 번역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던 '인둘겐티아'의 세 가지 번역어(사면증, 면죄부, 대사)는 하나로 통일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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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캐롤린 홀더리드 헤겐·로다 쉥크 키너,
<공동체를 위한 시스터 케어 리더십>(대장간)

<공동체를 위한 시스터 케어 리더십> / 캐롤린 홀더리드 헤겐, 로다 쉥크 키너 지음 / 문선주 옮김 / 대장간 펴냄 / 1만 원

- 정다운 번역가

사려 깊게 묻는 법, 서로를 토닥이는 법,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법을 훈련하기에 좋은 작고 따스한 매뉴얼. 찬찬히 책을 따라 물음에 답하다 보면 영성 깊은 선배 언니와 대화를 나눈 기분도 들고, 거리로 나가 나와 비슷한 문제로 분투 중일 그녀들 손을 잡아 주고도 싶어진다. 여성이 구성원의 다수지만 여전히 여성과 만나는 법을 잘 모르는 교회들에 이 책이 널리 널리 퍼지기를!

별점: ★★★☆(3.5/5)

- 박혜은 서울책보고 북매니저

안전, 성적인 위협, 가부장적 질서와 문화로 인한 낮은 자존감, 빈곤 등 전 세계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두 여성 저자의 실천적 시스터 케어 실행서. "돌보는 자의 피로"에 지쳐 있고, 가정 폭력으로 무기력에 빠진 내곁의 그녀들이 떠오른다. 여성의 적은 여성? 노. 여성을 일으키는 이가 곧 여성. 그래서 여성들이 더 활발히 모여 서로의 내적 힘을 북돋워야 할 지금, 폭력의 시대, 이 책을 들고 모일 것을 권한다.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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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 인터뷰

*'별의별평' 2019년 12월호부터 '개봉동박목사'가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아래는 개봉동박목사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온갖 잡다한 데 관심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모든 것에 비판적이고, 어느 순간 취향이 맞으면 극단적이고 맹목적으로 좋아해 버린다. 편파적인 사람인데, 굳이 좋게 포장하자면 취향과 주관이 선명한 사람이다.

- 어떤 기준으로 별점을 매기고 책을 평가할 생각인가.

'평가'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기왕 하는 김에 여러 가지를 고려하느라 애매하고 어정쩡한 평가를 하기 보다는 '독자' 입장에서 장점과 단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다. 물론 내가 말하는 독자는 보편적인 독자가 아니라 나와 유사한 고민과 취향을 가진 '일부 독자' 입장이라는 점은 감안해 주시길.

- 지난 5년간 읽은 책 중 인상 깊은 책 1권만 꼽는다면. 그 이유는?

양희송의 <세속 성자>(북인더갭). 나는 목사인데 가나안 성도이고, 교회 밖의 신앙을 실험하고 있다. 양희송이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포이에마)와 <세속 성자>에서 보인 문제의식에 대부분 공감했고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그렇다고 가장 인상적으로 꼽을 만큼은 아니었는데, 최근 양희송의 삶과 글이 기만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이 책의 문제의식과 내용, 맥락 등 모든 게 인상적인 것이 돼 버렸다. 골치 아프게 인상 깊은 책이다.

- 책은 주로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나?

아주 급하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한다. 책의 물성이라는 것도 있지만, 진짜 책을 잘 고르려면 온라인에서 충분하게 제공되는 정보를 잘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서점이 편리하고 싸고 효율적이다. 굿즈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포인트는 잘 챙기는 편이다.

- 신간 나오면 무조건 살 정도로 특별히 좋아하는 저자와 그 이유는?

한때 전작주의자여서 나름 유명했던 영성/신학 작가 책은 빠짐없이 봤다. 아직도 애정과 미련이 남은 작가는 유진 피터슨, 헨리 나우웬, 본회퍼,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떠오르는데 모두 고인이거나 너무 늙어서 더 이상 신간이 없을 것 같다. 한국 작가로는 김회권, 김영봉, 김기석의 책도 전작을 탐독했었는데, 이분들은 신간이 너무 계속 나와서 당황스럽다.

- 즐겨 읽다가 지금은 읽지 않는, 떠나보낸 저자가 있다면. 그렇게 된 사연은?

위에 언급한 거의 모든 저자를 즐겨 읽었는데, 이제 거의 아무도 즐겨 읽지 않는다. 저자를 떠나보냈다기보다는 내가 떠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책은 주로 어디서 어떻게 읽는가. 나만의 독서 장소, 책을 읽기 위해 조성하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냥 아무 데서나 되는 대로 읽는다. 분위기 조성을 잘 못 해서 요즘 책을 잘 못 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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