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고시위원회(정병주 위원장)가 결국 무지개 퍼포먼스를 벌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과 그를 지지한 신학생 두 명을 목사 고시에서 불합격 처리했다.

예장통합 고시위원회는 9월 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었다. 위원 66명 중 37명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두 학생의 합격 여부를 놓고 3시간 정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두 학생이 불합격 처분을 받기까지 과정은 이렇다. 고시위원회가 총회 임원회에 합격자 명단을 보고했는데, 동성애대책위원회(고만호 위원장)가 두 학생의 합격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며 '재론'을 요구했다. 동성애대책위원회는 이들이 '동성애 옹호자'에 해당한다며 총회 결의대로 교단 목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목사 고시 합격 여부는 고시위원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총회 임원회는 동성애대책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여 고시위원장과 동성애대책위원장을 포함한 5인위원회를 꾸렸다. 5인위원회 역시 동성애대책위원회와 같은 의견을 냈다.

고시위원회는 8월 6일, 실행위원들과 5인위원회가 참석하는 확대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학생과 이들이 속한 노회장·당회장을 불러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고시위원회 전체 회의로 공이 넘어온 것이다.

두 학생을 일단 합격시키고 6개월 지도 후 안수를 주자는 안건도 나왔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확대 실행위 후 두 학생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동안의 행위를 해명하고 반성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그동안의 행동은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옹호한 행위가 아니며, 다만 사회적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동성애자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시위 전체 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두 사람이 동성애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자를 선교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동성애자 인권을 옹호한 것이라며 이들을 합격시켜야 한다고 발언했다. 두 사람을 합격시키되 6개월 동안 소속 노회에서 교육한 뒤 목사 안수를 주는 안을 투표에 부쳤다. 목사 안수는 노회 소관이고, 확대 실행위에서 노회장·당회장들이 두 학생을 지도·교육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밝혔으니 이들에게 위임하자는 것이다.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두 학생을 합격시켜야 한다는 의견보다 이번에 총회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불합격을 주장한 위원들은 두 학생이 '동성애 옹호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합격 여부가 총회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두 학생에게 '면접 불합격'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가 끝난 뒤, 반동성애 입장에 섰던 위원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한 위원은 두 학생에 대해 "앞으로 1년 동안 소셜미디어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 된다. 자숙하는 차원에서 1년 조용히 보내면 내년에 면접만 다시 보면 된다"고 했다.

정병주 고시위원장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이들이 명확하게 '동성애 옹호자·지지자'라고 단정했기에 불합격시킨 게 아니다. 두 사람은 '동성애자 인권'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해 온 활동에 오해가 있었다. 또 총회 결의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위원들이 총회와 노회의 지도 기간이 필요하고 생각해 면접 불합격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 관련 내용을 새롭게 다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당사자들에 대해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동성애 옹호자·지지자의 의미가 명확하지도 않다. 이 일을 계기로 총회가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좀 더 촘촘하게 합리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의도한 대로 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 
학생들 소셜미디어 뒤져 200쪽 보고서 제작
전체 회의 전 문자메시지도 보내
"두 학생은 충분한 회개와 반성 없어"

두 학생의 목사 고시 합격 여부를 고시위원회 전체 회의까지 끌고 가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은 바로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다. 동성애대책위원회는 두 학생을 불합격시키기 위해,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다수 포함한 20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총회 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 것인데, 정작 보고서는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고시위원회와 공유되지 않았다. 두 학생도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어떤 글을 문제 삼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고시위원회 한 위원도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두 학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까 좀 과하게 모은 것도 분명히 있다. 우리도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작성했다는 보고서를 전부 보지 못했다. 일부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성애대책위원회는 고시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도, 두 학생을 합격시키면 안 된다는 문자메시지를 위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와 서기 권용식 목사 명의로 메시지가 유포됐다. 메시지에는 두 사람이 충분한 회개와 반성을 하지 않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불합격 처리하고 1년 동안 지켜본 뒤 내년 목사 고시에 재응시하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이번 고시부 전체 회의가 아주 중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성평등 정책을 앞세워 교회를 압박하는 시점에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총회 결의를 준수하도록 적극 의사 반영해 달라"고 했다.

고시위 전체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은 "이번 결정이 앞으로 우리 총회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성애대책위원회 메시지와 같은 차원으로 발언했다. 결국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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