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은 2017년 102회 총회에서 마술과 요가를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이를 두고 시대에 뒤처진 결의라는 비판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림형석 총회장이 교회에서 '마술쇼'를 열었다. 예장통합은 2017년 102회 총회에서 '교회 내 마술 금지'를 결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현실성 없는 결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정작 총회장부터 이 결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림형석 총회장이 담임하는 평촌교회는 올해 6월 30일 교회가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마술쇼를 열었다. 6월 9일과 16일 자 주보에는 '꿈마루도서관 무료 특강 - 마술쇼: 6월 30일(일) 오후 1~2시, 제한 없음'이라는 행사 안내가 실렸다. 꿈마루도서관은 교회가 2011년 교육관 건물에 설립한 지역 도서관이다.

101회기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는 연구 보고서에서 어떤 취지로든 교회 내 마술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마술이 복음 전도 수단으로서 사람들의 관심·흥미를 끌어서 지루한 복음이 아닌 '재미 있는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술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손재주나 도구들을 사용하여 인간의 눈속임을 통한 감탄과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고안/개발한 것이라고 보면,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교육·전파하는 거룩한(세상의 것과는 구별된) 공동체인 교회에서 사용해선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수단이 좋고 훌륭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참된 복음 전도 목적이 거짓 수단 사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이대위는 마술뿐 아니라 요가도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이대위는 "요가의 기원과 목적 자체가 이방신을 섬기는 종교적 행위일 뿐 아니라 힌두교인이 되게 하는 수단임을 감안하면, 교회는 요가의 위험성을 철저히 교육해서 성도들이 그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보고서들은 지금도 예장통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촌교회는 6월 30일 교회 도서관에서 마술쇼를 열었다. 교회는 주보에 이를 2주간 홍보했다. 평촌교회 주보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림형석 총회장에게 마술쇼를 연 것이 총회 결의를 위반한 게 아닌지, '마술 금지' 결의가 실효성 없다는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질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자, 림형석 총회장은 9월 3일 "안양시 관계자가 '도서관에서 그런 행사(마술)를 하면 반응이 좋다'고 추천해서 진행했다더라. '다음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총회장이 총회 결의를 위반한 것을 이대위는 어떻게 생각할까. <뉴스앤조이>는 이에 대해 전·현직 이대위원장의 입장을 물어봤다. "림형석 총회장 교회에서 마술 공연이 열린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현 이대위원장 최종호 목사는 "(총회에서) 마술을 금지했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지금 바빠서 답변을 못 한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2017년 총회 결의 당시 이대위원장이었던 서성구 목사는 "그런 연구를 했던 기억이 나지만, 그 사안(마술)은 내가 맡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답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총회장이 교회에서 마술쇼를 열었다고 말하자 "그 사실은 몰랐다. 모르는 사안을 이렇다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요가와 마술 금지 결의는 당시에도 비판을 많이 받았다. 2017년 <뉴스앤조이>가 실시한 '올해 총회 최악의 결의'를 묻는 온라인 설문에서 11.2%가 요가·마술 금지를 꼽았다. 응답자들은 "요가나 마술을 직업으로 하는 교인들은 이단인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고,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교회가 걷어차 버리며 스스로 왕따당하는 모습이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결정이다"고 비판했다.

예장통합 이대위원장을 지낸 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 결의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대위가 할 일이 무엇인지 구별해야 한다. 무조건 나쁘다며 반대하는 이분법적 태도는 성숙하지 못한 자세다. 요가나 마술도 교회가 잘 활용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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