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대가 매각 의혹으로 시끄럽다. 박윤식 목사가 세운 평강제일교회에 학교를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개혁주의, 성경무오설, 보수 신학을 추구해 온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대한신대) 황원찬 명예총장이 주요 교단들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고 박윤식 목사가 세운 평강제일교회(이승현 목사)에 학교를 매각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황원찬 명예총장은 대한신대 설립자 아들이자 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인사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대한신대는 1996년 12월 설립됐다. 교육부 인가 신학교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소속이었지만, 갈등을 빚고 교단을 탈퇴했다. 현재는 예장대신석수 총회에 가입해 있다.

학교 매각 소문은 4~5년 전부터 떠돌았다. 총회나 학교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이사로 하나둘 들어왔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이승현 목사가 대한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평강제일교회에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박 아무개 총학생회장과 몇몇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학교 매각설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 그 결과 2015년~2016년 평강제일교회 측 관계자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신대 이사회는 현재 총 11명이다.

박 총학생회장과 교수 3명은 올해 1월 19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승현 목사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승현 목사는 이 자리에서 "이 일은 저보다 어르신(박윤식 목사)이 시작하시고 가신 거다. 만약 어르신이 처음 시작 안 하셨다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황 명예총장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황원찬 명예총장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 나는 무조건 당하기만 한다.(중략) 이제 (이사회가) 6:5로 되면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자기들(황 명예총장 측)이 마음대로 못 한다. 기도한 지가 4년이 넘었는데, 맨날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목사는 2월 1일 박 총학생회장과 교수 3명을 다시 만나 이사회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목사는 "지금 우리가 4명 들어가 있다. 우리 사람 집어넣어서 5:5 만들고, 그 다음 1명 넣어 맞추면 6:5가 된다. 그렇게 가기로 합의가 됐다. 과반 가져가는 것을 (올해) 6월까지 하기로 했는데, 넘겨준다는 이야기가 안 들린다"고 말했다. 전체 이사 11명 중 과반인 6명을 받아 주기로 했는데, 4명 이상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 실체가 드러나자, 박 총학생회장과 교수들은 황 명예총장에게 학교 매각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매각 의혹을 부인하던 황 총장도 입장을 바꿨다. 그는 5월 19일, 박 총학생회장과 교수들을 만나 확약서를 작성했다. 확약서에는 평강제일교회 출신 이사 4명의 사표를 받고 즉시 수리하며, 매각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총학생회는 확약서대로 진행되면 단체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총학생회(원우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7월 17일, 학교 매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소집 공고를 냈다. 학생들은 공고문에서 "평강제일교회가 학교를 인수하면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이단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을 하게 된다. 졸업 후에는 이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만 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정통 신학교가 이단에게 넘어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학생들 반발에 학교 측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학교는 7월 18일, 원우회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해산을 공고했다. 학생들이 부착한 공고문은 불법이며, 비상 대책 모임도 불법이라는 이유였다. 25일에는 박 총학생회장을 퇴학 처분했다.

황원찬 명예총장 "매각설은 음해"
평강제일교회도 '모르쇠'

대한신대 설립자 아들인 황원찬 명예총장은 매각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황원찬 명예총장은 학교 매각 의혹을 부인했다. 황 총장은 8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강제일교회와는 전혀 그런 게 없다. 이승현 목사가 교육이사를 추천해서 받긴 했는데, 그분들이 평강제일교회를 출석한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이사 4명 중 2명은 이미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근거 없는 매각설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기자를 직접 만나 해명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황 총장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학교 측도 황 총장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학교는 7월 25일 공고문을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매각한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다. 다수 언론사 기자가 평강제일교회에 확인한바 학교 매수설과 학교에 재정을 투입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게 밝혀졌다. 매각한다는 것은 음해"라고 해명했다.

평강제일교회 측도 대한신대 인수 의혹을 부인했다. 교회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매입설은 우리 교회와 관련 없다. 직원들도 교인들도 모르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승현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승현 목사를 직접 만난 박 총학생회장은 황원찬 명예총장과 평강제일교회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20일 기자를 만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매각을 주도했던 황원찬, 서재주 총장, 이승현 목사는 뒤로 물러나 모른 체하고 있다. 학교 측은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다'는 황 총장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황 총장은 매각하지 않겠다고 확약서까지 써놓고, 이제 와서 자신도 몰랐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우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학교 측은 원우회를 해산시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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