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강제일교회는 2007년부터 나라 사랑 웅변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여한 학생이 손을 들고 웅변하고 있다. (평강제일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이단 논란으로 교계 신문에 이름을 알리던 평강제일교회(유종훈 목사)가 지나친 반공 사상으로 일반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교회 내에서 진행하는 '나라 사랑 웅변대회' 때문이다.

11월 9일, <미디어오늘>은 반공주의의 잔재로 학교에서 사라진 '반공 웅변대회'가 교회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사로 참여한 현역군인들은 예배당에서 "종북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북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현재까지 같은 수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를 좀 먹이고 있으며, 이들의 목적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공산화, 적화통일이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회는 평강제일교회였다.

알고 보니 평강제일교회는 벌써 9년째 6월마다 나라 사랑 웅변대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현역군인을 포함, 전국 교회의 유년부, 초‧중‧고등부,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 가장 최근에 열린 제9회 웅변대회에는 예선을 거친 9명의 연사가 참가했다. 10대 7명과 20~30대 2명이었고 최연소 참가자는 만 7세였다. 

초등학교 1학년인 김 아무개 양은 '6‧25는 명명백백한 북한의 불법 남침'이라는 주제로 웅변했다. 김 양이 나오자, 화면에는 전쟁에 참가한 듯한 옛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회자의 경례 소리에 맞춰 '멸공!'이라고 우렁차게 인사한 김 양은 웅변을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짝 놀란 것은 오빠‧언니들이 공부하는 많은 교과서에 6·25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있다고 적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김 양이 준비한 내용을 틀리지 않고 모두 읊자, 행사에 참여한 교인들은 박수하고 환호했다. 참가자를 응원하는 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평강제일교회는 본 행사가 있기 나흘 전인 6월 21일 주일, 유치부 예배에서 웅변대회 예선전을 치렀다. 예배당 앞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고 화면에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었고, 남자아이들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단 위에 선 아이는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정은!'이라는 제목으로 웅변했다.

"공산당은 지구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합니다!"
"저 악한 공산당과 싸워 이기는 유치부가 되자고 이 연사 큰 소리로 외칩니다!"

평강제일교회는 나라 사랑 웅변대회의 목적을, "호국 정신의 계승과 보훈 의지를 북돋우며 나라 사랑의 마음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고 박윤식 원로목사가 2007년 처음 시작했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 상이군인 출신이다. 그는 우익 보수 관점에서 쓴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휘선)로 2013년 10월 국방부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교회는 박 목사가 별세한 후에도 그의 뜻을 이어 웅변대회를 꾸준히 열었다.

그간 평강제일교회는 행사 사진과 동영상을 유튜브와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몇몇 언론에서 웅변대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자,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편, 평강제일교회 평강어린이역사노래합창단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열린 '건국 67주년 기념 국민 대회'에서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을 개사한 곡을 불러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어린이 수십 명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는 '공산당', '반공'이라는 단어가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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