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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살 집 개척하는 전도사
[인터뷰] 셰어 하우스 '봄날' 최규현 대표
  • 김재광 (jaekwang721@gmail.com)
  • 승인 2019.07.17 11:31

신대원을 졸업했다. 목사 고시에도 응시해 합격했다. 하지만 교회 전임 사역자의 길은 내려놓기로 했다. 준전임 사역을 파트 사역으로 전환했다. 일주일에 나흘 가던 교회를 주말에만 가기로 했다. 나머지 5일 동안 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최규현 전도사(34세)가 신대원을 졸업하고 2년 남짓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 왔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졸업 학기 끝자락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학교 근처에 방을 하나 얻어 기타 교습실을 열었다. 청년부 시절부터 교회 동생들에게 기타를 즐겨 가르치다가, 본격적으로 교습실을 연 것이다. 단지 기타를 좋아하고 가르치는 데 자질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다른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셰어 하우스 '봄날'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살 집을 개척하고 있는 최규현 대표 겸 전도사를 지난 7월 15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제공 희년함께

뭉치면 사는 길을 모색하다

"자립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싶었고요. 해마다 신대원 졸업생이 수백 명 배출되고, 우리 교단에서만 매년 목사 고시에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응시해요. 그리고 그중 절반 가까이 목사 안수를 받는데, 모두 전임 사역자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사실 갈 자리가 없어요.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에 모두가 한길만 가야 한다는 법은 없고, 그럴 수도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목회 형태는 다양할 수 있고, 저도 그중 하나의 목회 형태를 고민하고 있어요."

기타 교습실을 차리기 위해 얻은 공간에는 방이 두 개 있었다. 방이 하나 남았다. 마침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머물 때 셰어 하우스에서 생활했던 게 생각났다. 방 하나를 거주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페인트칠도 하고 집기도 수리하고 조명도 바꿔서 나름대로 썩 괜찮은 주거 공간을 만들었다. 의외로 손재주가 있다는 것도, 이런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입주자 2명이 나타났고, 그때부터 공유 공간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우선 교습실 임대료를 반으로 낮출 수 있었다. 뭉치면 주머니는 두 배가 되고, 씀씀이는 절반이 되었다. 혼자서는 부담인 정수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모여서 같이 쓰기로 계획하면 가능한 조건이 되었다. 그렇게 기타 교습실에서 함께 쓰고, 나눠 절약하는 길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특별히 주거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전도사는 전도사다. 이윽고 셰어 하우스 판을 벌렸다.

일부러 거실 있는 방 4칸짜리 집을 구하는 이유는, 입주자 간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진 제공 봄날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봄날'의 운영 방침이다. 3호점 2인실 모습. 사진 제공 봄날

방이 꼭 4개 이상인 이유

부동산을 다니면서 집을 찾아 나섰다. 집 구하는 기준을 세웠다. 첫째, 일단 방이 4개 이상이어야 했다. 그래야 여럿이 모이는 이점을 살릴 수 있지 않겠나. 가뜩이나 청년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데, 되도록 방세로 들어가는 비용을 낮춰 주고 싶었다. 둘째, 거실이 넓은 집으로 구했다. 각자의 방도 있지만 거실이 넓으면 자연스럽게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단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집을 수소문해서 알아봤다.

매물은 있었다. 방이 네 개 이상인 넓은 집은 오히려 공급이 남았다. 가구당 세대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넓은 집 수요도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틈새를 공략한 게 통했다. 드디어 집을 계약했다. 셰어 하우스 1호점이 생긴 것이다. 집 이름은 '봄날'이라고 지었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공사에 두 달을 꼬박 써야 했다. 단순 인테리어 내부 시공인데 너무 오래 걸린 것은 아닐까? 그럴 만도 한 것이 혼자서 하나부터 열까지를 도맡아서 시공했다.

문고리를 바꿔 달고, 페인트칠하고, 화장실 세면대와 샤워기를 교체하고, 조명도 다시 갈아 끼우고, 콘센트도 곳곳에 쓰기 알맞게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닦고 쓸고 밀어서 누구나 살기 좋은 새 집을 만들었다. 작업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이어졌고, 장거리 시공도 했다. 입주자를 맞이하기 위해 그야말로 혼신을 기울였다. 교회를 개척하는 심정이 이와 같을까. 셰어 하우스 1호점은 그렇게 시작됐다.

내부 인테리어 시공은 되도록 직접 한다. 사진 제공 봄날

공간을 통해 관계를 터득한다

지금 셰어 하우스 '봄날'에는 총 4채가 있다. 모든 집의 방은 4개 이상이다. 각 집마다 7~8명의 청년들이 모여 산다. 그렇게 해서 총 32명이 입주해 있다. 입주 청년들이 내는 평균 월세는 30만 원 정도이다. 주변 지역 평균 방세에 비해 10만 원 이상 저렴하다. 게다가 프린터, 세제, 주방 용품, 생활필수품은 모두 제공되니 부가적인 생활 경비가 들어가지 않아 체감하는 경제 사정이 훨씬 나아진다. 하다 하다 이제는 된장, 고추장, 참기름도 제공한다. 월세와 관리비 3만 원 외에는 들어갈 돈이 따로 없다.

모여 살면 과연 돈만 절약할 수 있을까. 최규현 대표는 분기마다 한 번씩 있는 방별 모임에서 전해 들었다며 한 입주자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날 밤 고열로 몸이 너무 아파 위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룸메이트가 급히 119를 불러 응급실까지 동행했다. 그리고 밤을 지새웠다. 같은 집 사는 식구 모두가 밤을 꼬박 새웠다. 다행히 차도가 있었고 점차 회복되어 퇴원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퇴근 후에 방 식구들과 교류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응급실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는 서로 무척 돈독해진 데다가 '봄날' 계약도 연장했다는 사연이었다.

생일 축하 깜짝 파티를 열고, 같이 모여 나들이 겸 소풍을 가고,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도 사귀고, 퇴근 후 여가를 함께 즐기는 일 등은 이제 '봄날'의 일상이 되었다. 물론 모두가 다 교류에 열성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러 방 4개 이상으로만 집을 구하고 큰 거실이 있는 공간만 엄선하는 셰어 하우스 '봄날'의 뜨락에 모여서 그런지, 입주 청년들은 어떻게든 서로 관계의 망을 형성하는 흐름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

'봄날'에는 공공재가 많다. 같이 쓰면 절약되는 삶의 방식을 공유 주택 생활에서 익힌다. 사진 제공 봄날

주거 취약층을 위한 집 마련의 꿈

'기거할 곳 없는 이웃들을 위해 집을 만들자'. 셰어 하우스 '봄날'의 꿈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하나 접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을 나온 한 여성을 위한 원룸이 마련됐는데, 그 안에 아무것도 갖추어진 것이 없다는 사연이었다. 이런 일에 '봄날'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 연락을 하고 리모델링과 각종 집기 세팅에 나섰다. 인연은 잇따랐다. 며칠 전에는 또 새터민 청년들을 위한 셰어 하우스 건립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셰어 하우스 운영을 맡으면서 교회 준전임 사역을 내려놓았는데, 이제는 인테리어 준전임 사역자가 되어 여기저기서 찾는 곳이 많아졌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교회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최규현 전도사는 서울 중·대형 교회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을 위해 학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청년 주거 공간을 상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당장 몸 누일 방만 마련해 제공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공유 경제의 값어치를 발견하고 공간을 통해 관계 맺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청년 주거 공간을 새롭게 열어 가는 교회들이 하나씩 생겨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눴다.

셰어 하우스 '봄날'은 지금 5호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5호점은 희년은행과 힘을 합쳐 마련했다. 희년은행 공동 주거 지원 무이자 대출 대상에 선정되어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역시 방은 5개이고, 입주 예정자는 7명이다. 5호점도 실내 인테리어 공사는 최규현 대표가 맡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최 대표는 검은색 캡 모자에 작업하기 편한 차림이었다. 오후 3시가 가까워 오는데 아직 점심도 먹지 못했기에 얼른 김밥 한 줄을 사서 놓고 마주앉았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김밥은 다 먹지도 못하고 2시간을 훌쩍 넘겼다.

희년함께는 7월 18일 청년 주거 문제 이야기 한마당을 연다. 최규현 대표와 셰어 하우스 '봄날' 이야기도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눌 예정이다.

#희년함께청년주거문제이야기한마당
*참가 신청하기: 
https://forms.gle/CKdXttBWPtaRBGVb9
*안내 글 보기: http://bitly.kr/h4Qk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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