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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말하면 사회주의 운운…종교개혁가들도 강조했다"
<희년> 출간 기념 북 토크 "단순한 경제 제도 아닌 하나님나라 모형"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3.21 18:56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레위기 25장은 희년을 설명하는 대표 본문이다. 본문에는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다음 해, 즉 50년째 해가 되면 땅을 본래 소유주에게 돌려주고, 노예를 해방하며, 부채를 탕감하라고 나와 있다. 이러한 내용만 보면, 희년을 마치 토지·재산·채무 등과 관련한 경제 제도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희년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경제문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1980년대부터 희년 사상을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려 온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은 "희년의 목적은 참된 만남과 관계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하나님의 획기적 조치가 바로 희년이라고 설명한다.

"희년은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해할 수 있다. 모세가 하나님께 받은 시내산 율법의 정점에 위치한 희년, 안식일과 안식년을 포함하고 있는 희년의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희년>, 248쪽)

희년함께(공동대표 김경호·남기업·방인성·이대용·벤 토레이)는 3월 20일 서울 중구 필동 카페바인에서 <희년>(홍성사) 출간 기념 북 토크를 열었다. 이 책은 2012년 발간한 <희년, 한국 사회, 하나님나라>(홍성사) 개정판으로, 전보다 주제가 더 확대되고 저자도 늘었다. 기존 필진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유준 교수(연세대 겸임), 김회권 교수(숭실대), 남기업 소장, 신현우 소장(서울신약학연구소), 장성길 교수(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와 더불어 김윤상 교수(경북대 명예), 김덕영 사무처장(희년함께), 이성영 학술기획팀장(희년함께), 조성찬 원장(하나누리동북아연구원)이 새 필진으로 합류했다.

<희년>은 표제 그대로 희년과 관련한 주제들을 망라하는 책이다. 희년이 담고 있는 하나님나라 가치와 정신이 무엇인지(김회권·김근주), 구약과 신약에서 희년 법이 어떻게 기술되는지 소개한다(장성길·신현우). 희년은 초대교회와 종교개혁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계승·발전돼 온 사상이다. 책은 초기 교부와 종교개혁가가 전했던 희년 사상도 보여 준다(김유준). 저자들은 통일 한국을 바라보며 희년을 오늘날 어떻게 적용할지(남기업·김윤상·조성찬), 한국교회가 희년을 실천할 수 있는 사례들도 함께 제시한다(김덕영·이성영).

<희년> /  김근주, 김덕영, 김유준, 김윤상, 김회권, 남기업, 신현우, 이성영, 장성길, 조성찬 지음 / 홍성사 펴냄 / 392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박요셉

저자들 중 남기업 소장, 김유준 교수, 김근주 교수가 북 토크에서 발제를 맡았다. 행사에는 희년 사상에 관심을 가져 온 기독교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들은 참석자들에게 희년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빚을 탕감하고 땅을 돌려주는 경제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나라 모형으로서 희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내산 율법의 정점에 희년이 있다. 희년은 안식일과 안식년을 포함하는데, 이 희년을 통해 이루려는 사회는 '평등한 사회'다. 거룩한 나라는 바로 희년이 성취된 사회인 것이다. (중략) 시내산 율법의 주된 관심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에 있었다. 3500년 전 이런 사람들의 안위를 염려한 종교는 없었다. '불쌍한 이들을 한없이 측은히 여기며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면 가슴 아파 견디지 못하는' 신은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하다." (9쪽)

"예수님의 부활·승천 후 성령이 임하자 초대교회 성도들은 희년을 실천하게 된다. 죄에서 자유를 얻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적 속박에서 자유를 누렸다. 이들은 50년 동안 기다렸다가 실천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희년을 실천했다. 즉 형식이 아니라 정신을 실천했다. 재산을 서로 나누어 쓰고 가난한 자를 없게 했다. (중략) 성령께서 임하신 진정한 증거는 방언이 아니라 희년 정신을 실천해 서로 재산을 아끼지 않고 나누어 주는 데 있었다." (12쪽)

희년함께는 청년들의 채무난을 돕기 위해 희년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남기업 소장 "하나님 형상 회복 프로젝트
경제적·정신적 예속된 사람들
수평 관계에서 개별 주체 발견"

남기업 소장은 희년이 하나님나라 구성원들의 관계, 즉 하나님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킨다고 말했다. 성서에는 50년째가 되는 해 음력 7월 10일, 뿔 나팔을 불며 희년을 선포하라고 나와 있다. 이날은 대속죄일로,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가 회복되는 날이다.

희년에 실행해야 하는 토지 반환, 부채 탕감, 노예해방 등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조치다. 남 소장은 "하나님은 경제적·정신적으로 예속돼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주려고 했다. 각 사람에게 준 고유함을 인간이 스스로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성서에는 희년이 되면 농경지를 휴경하라는 규정도 등장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는 목적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업 소장은 삼위일체에서 희년이 추구하는 참된 관계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하나님은 전제군주와 같은 유일신이 아니었다. 성부, 성자, 성령이 서로 하나가 되어 동역했다. 각 위 하나님은 고유한 역할이 있고, 누가 누구를 통솔하고 관리하는 종속적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희년 경제의 핵심도 '관계'다. 관계성과 고유성이 조화를 이룬 전범은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삼위 하나님의 '하나' 되심은 삼위 간의 상호 내주, 상호 침투를 전제로 한다. 하나님이 관계성과 고유성을 가지시듯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도 수평적 관계 속에서 비로소 고유성을 발견·계발할 수 있고, 그랬을 때 개별 주체 형성이 가능히다. (중략) 이렇게 희년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 프로젝트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하나님나라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251~252쪽)

남기업 소장은 희년을 하나님의 형상 회복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근주 교수 "희년, 하나님 사랑의 표현
정의와 공의, 그리스도인 삶의 방식"

김근주 교수는 희년을 하나님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하나님이 새로운 삶으로 '리셋'할 수 있도록 희년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히브리 민족은 대속죄일이 되면 동물을 제물로 바쳐 죄 사함을 얻었다. 죄가 모두 리셋된 것이다. 김 교수는 "하나님은 매년 제사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이 더 이상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원했다. 희년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이유로 땅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백성들이 리셋해서 새 삶을 살게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나님이 희년으로 새 삶을 얻은 백성들에게 원하는 건 정의와 공의라고 했다. 그는 "정의와 공의는 희년의 은혜를 겪은 기독교인이 실천해야 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이웃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다른 이와 마음을 같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쩨다카(공의)는 마음을 같이하는 것, 공감하는 것과 연관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에 마음을 같이하여 따르는 것이 하나님께서 보시는 인간의 의로움이다. 그리고 인간의 처지를 보고 불쌍히 여기시고 바로잡으시고 건지시는 것이 하나님의 의로움이며, 많은 경우 하나님의 쩨다카는 구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131쪽)

"매 50년 희년이 선포될 때 자유케 된 이스라엘이 자신의 유업으로 돌아갈 때마다 그들은 그 땅 위에서 가족과 더불어 정의와 공의를 행하며 살아간다.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삶은 여호와의 영이 임함으로 가능하며, 언제나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으로 가능하다.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서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삶이 이뤄질 때, 달리 말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해질 때, 그 공동체 가운데 평화의 왕국이 임하게 된다." (151쪽)

김근주 교수는 하나님께서 희년으로 새 삶을 얻은 백성들에게 정의와 공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희년 사상 강조했던 교부와 종교개혁가
"루터, 불로소득 환수 주장
칼뱅, 희년 법에 근거한 경제정책"

김유준 교수는 교회사에서 등장하는 희년 사상을 소개하며, 초대 교부와 종교개혁가들이 희년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희년을 소개하며 토지 문제 등을 거론하면, 청중들은 사회주의 운운하며 경계한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좋아하는 칼뱅을 포함해 많은 종교개혁자는 이전부터 희년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4세기에 활동한 암브로시우스는 가난한 자에 대한 재분배를 부자의 구제나 시혜 차원으로 보지 않았다. 마땅히 돌려줘야 할 것을 반환하는 것으로 보았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은 다수의 빈자가 타고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193쪽).

4세기 말 콘스탄티노플 감독을 지낸 크리소스토무스는 부자와 나사로 비유를 들며 부자가 자신의 자원과 소유를 공유하지 않은 것을 강도 행위에 빗댔다. 그는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유하고 나누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199쪽).

김유준 교수는 종교개혁가들의 경제사상에서도 희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루터가 토지를 통한 지대 차액을 노리는 상업 활동을 비판하고, 불로소득을 최우선으로 환수할 것을 주장했다고 했다. 칼뱅도 희년에 기초한 지공주의 정책을 펼쳤다고 했다. 그는 칼뱅이 가난한 자를 위한 규례를 사회정책으로 체계화해 경제 정의를 실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칼뱅은 교부들과 같이 어떤 재물의 소유권을 절대화하거나 독점적인 권리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가 있을 때는 공유할 수 있는 제한적이고 조건적인 것이다. 칼뱅은 하나의 표준으로서 일정한 연한이 되면 땅을 재분배하고 채무를 변제해 주어 재산이 사회적 억압의 근거로 탈바꿈하지 않도록 제도화했던 고대 유대의 법, 즉 희년 법 사상을 강조했다." (239쪽)

초대 교부들과 종교개혁자들도 희년을 강조해 왔다. 김유준 교수는 칼뱅 사상에 나타난 희년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희년은 신·구약을 관통하는 중심 사상이자, 초대교회 교부들과 종교개혁가들도 강조해 온 정신이다. 그러나 토지 반환이나 부채 탕감 등만 보고 이를 급진적인 사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희년을 정말 구현할 수 있는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입장에 발제자들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유준 교수는 "여전히 한국 교계에서는 희년 사상을 급진적이라고 여긴다. 영국에서도 윌리엄 윌버포스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할 때,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 세대가 바뀌자 마침내 노예제를 폐지할 수 있었다. 국내 희년 운동도 한 세대가 바뀌어야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남기업 소장은 희년을 토지나 금융 문제에 한정해서 볼 게 아니라 인간의 자유가 확대되는 측면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여러 굴곡과 부침이 있는 것 같지만 인간의 자유는 조금씩 확대됐다. 억눌린 이들이 자유롭게 되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나는 하나님나라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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