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장인호 형제는 중국 연길에서 태어난 조선족입니다. 4년 전 방문 비자로 한국에 와서 일하던 중 메르스 사태 때 직장을 잃고 결국 거리로 나와 노숙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거리에서 봉사 단체 프레이포유를 만나, 거리에 쓰러진 분을 돕는 사역자로 세워졌습니다. 장인호 형제는 중국에 있을 때 친구의 전도로 '안상홍증인회'에 한두 번 갔을 뿐 예수님·하나님·성령님에 대해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습니다. 이 글에는 한국에 와서 프레이포유 사역자와 함께 처음 교회라는 곳을 다니고 세례를 받고 봉사를 하며 경험한 한국교회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너무나 익숙해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중국 내몽골에 가면 양을 방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유한 양에 따라 부유한 집인지 가난한 집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양을 많이 소유하거나 적게 소유하거나 생활하는 집은 똑같이 이불로 만든 둥그런 텐트식 집이라는 사실입니다. 양들은 한곳에서 오래 방목할 수 없고, 신선한 풀이 많은 곳으로 또다시 이동해야 하기에 어느 순간이든지 이동할 수 있도록 접기 쉽고 짓기 쉬운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주인은 양을 이끌고 이동하기 전에 먼저 그곳에 며칠 머물면서, 마실 물이 있는지 신선한 풀이 많은지 얼마나 머물 수 있는지 늑대들은 없는지 주위 환경을 둘러본 다음,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양을 데리고 간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양을 생각하는 주인의 모습을 보았기에 양은 주인을 따라 어디든지 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양을 방목하는 사람도 양이 본인 가족의 기쁨과 생활을 유지하는 데 유일하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양을 지키기 위해 늑대와도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내몽골에서는 이런 분들을 '목자'라고 합니다.

똑같이 '목자'라는 칭호를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입니다. '영적 목자'라고 합니다. 저는 성경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하나님 말씀을 교회에 다니면서 목사님 설교를 통해 한 구절 한 구절 이해해 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를 드리고, 한 교회 담임목사님으로서 새벽 기도와 수·금·일요일 예배 설교를 준비하시느라 밤늦게까지 애쓰시는 목사님들께 진심으로 "수고하십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청 주변 거리에 계신 분과 대화를 나누고 기도하는 장인호 형제. 사진 제공 손은식

그런데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교회에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새 신자 교육도 받고 세례도 받으면서 교회를 경험하고 나니, 제 마음속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혹시 담임목사님께서는 매주 설교하는 그 말씀을 성도의 자리에 앉아서 성도의 마음으로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제가 많은 교회를 다니지는 못했지만, 보통 하나님의 사랑·용서·섬김과 행함을 많이 설교하십니다. 그런데 설교하셨던 대로 가장 낮은 자세로 교회에서 청소하고, 성도들 점심을 배식하고, 빈 그릇을 설거지하면서 섬겨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담임목사님으로 많은 성도 앞에서 준비한 말씀을 전하기 전에 설교 내용대로 행한 적 있나요? 담임목사님으로서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 중 건강상 문제로 계단으로 이동하기 힘든 분들 손을 잡고 부축하고, 건강상 문제로 교회는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어르신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 있나요? "하나님은 가난한 자, 아픈 자, 병든 자와 함께 있었습니다"라고 설교하시며 담임목사님으로서 그런 분들을 두 발로 찾아 다녀 본 적 있나요?

'한 교회 담임목사님으로서 이런 일은 왜 못했는지 백 가지 이유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을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양을 키우는 목자는 말보다 행함이 앞서고, 교회 담임목사님은 행함보다 말이 앞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루는 용산역과 주변 텐트촌에서 노숙하시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혹시 예수님을 아세요?"라고 물어보았는데, "요즘 예수님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대답하시고 하나님의 복음에 대해 솔직히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했고, 어떤 분들은 교회에는 밥만 먹으러 간다고 했고, 본래 교회에 다녔던 분들도 요즘은 잘 다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교회에 가면 항상 똑같은 설교만 할 뿐, 달라지는 모습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설교한 분들의 행함도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교회도 많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도 많기에 복음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를 나가지 않는 많은 분에게 물어보면, 입으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보다 행함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용산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도중 거리에서 만난 분과 대화를 나누고 기도하는 조승호·장인호 형제. 사진 제공 손은식

*프레이포유(http://www.prayforyou.co.kr)는 거리에서 삶의 희망을 잃은 분, 좁은 방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분, 홀로 사는 어르신과 함께 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봉사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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