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 한 인문주의자의 사회와 교회 읽기> / 최종원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358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성경 텍스트와 한국이라는 콘텍스트 사이에서 다리 놓기를 시도하는 책. 인문주의자를 자처하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ancouver Institute for Evangelical Worldview·VIEW) 최종원 교수의 신간. 교회를 향해 텍스트에 갇히지 말고, 텍스트를 넘어 사회를 읽어 낼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음과상황> 연재 글을 비롯해 그동안 써 왔던 여러 글을 엮어 다시 정리한 것이다. 유럽중세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답게 여러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며,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인 렌즈로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텍스트를 넘어서 콘텍스트를 읽다 △한국교회를 넘어서 보편 교회를 고민하다 △배제와 혐오를 넘어서 포용의 공동체를 향하다 △개인 신앙을 넘어서 공적 신앙으로 살다 등으로 구성됐다.

"성경 텍스트에 대한 재발견이 교회를 회복시킨 것이 아니다. 텍스트의 가르침이 교회라는 공간을 넘어 대중이 살아가는 콘텍스트와 맞물렸을 때 비로소 새로운 교회가 탄생했다. 이러한 재탄생은 암흑과 같은 인고의 밤을 보낸 후에야 가능했다. 서로마 멸망으로 무너진 터 위에 유럽을 만든 베네딕트수도회, 교회의 타락 앞에 사도적 청빈을 앞세우며 등장한 12세기 탁발수도회, 중세와 결병하고 새로운 근대를 추동한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과 가톨릭 트리엔트공의회, 극에 달한 부의 불평등으로 피폐한 대중의 분노를 프랑스와 같은 혁명이 아닌 '종교의 힘'으로 견인해 낸 18세기 영국의 메소디스트 운동,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근대성의 절대 절망을 넘을 빛을 제시한 20세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등은 시대의 변곡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냈다." (프롤로그, 10~11쪽)

"명성교회 사건은 효율과 자본에 기반을 둔 근대 교회 목회자의 욕망의 발현과, 그러한 현상에 대해 신학적 대답을 하지 못하는 (혹은 하지 않는) 신학적 무력함과, 스스로 신앙적 주체성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길들여져 있는 교인들이 빚어낸 '예외적 정상'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적어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종교개혁 500주년 하면 두고두고 남아 있을 상징적 사건이다. 여러 해 전 칼뱅 탄생 500주년에 강남 어딘가에다 '칼빈로'를 만들자던 그 제안만이 또렷하게 기억되듯이 말이다.

(중략) 이제라도 긴 호흡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읽고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새 관점'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2장 '한국교회를 넘어서 보편 교회를 고민하다' - '명성교회 세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117~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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