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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자 아닌 평범한 사람…존엄성 지켜 달라"
교회협 인권센터, 난민·이주민과 함께하는 사순절 기도회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4.10 14:39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돕기 위해 할랄 푸드 식당을 개업한 하 아무개 씨는, 4월 7일 예멘인 무함마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맺은 인연이 평생 연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제주 향교에서 도민들과 예멘 난민들을 초대해 전통 혼례를 치렀다.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도 있다. 예멘인 사담은 올해 2월 9일 한국에서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사담이 인도적 체류 상태라 아이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지만 이름만큼은 한국인에 가깝다. 제주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제민(제주도민)'이다.

지난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 난민들은 지금도 제주와 여러 지역에서 근근이 살고 있다. 무함마드와 사담처럼 훈훈한 이야기는 소수다. 대부분은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원인 모를 따가운 시선을 받고, 사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린다. 원치 않게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삶 자체가 고통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사순절을 지나는 지금, 한국 사회 안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을 기억하고 돕자는 취지로 4월 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서는 예멘·이집트에서 온 난민과 필리핀 이주 여성의 삶을 들을 수 있었다.

교회협 인권센터가 사순절을 맞아, 난민과 이주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멘인 야스민은 지난해 법무부 최종 심사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그는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가 난민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았다.

야스민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볼 수 없고 오랫동안 살던 집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절망감과 함께, 낯선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와 언어·규범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내 정체성을 지탱해 주던 고향의 종교와 문화, 언어는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난민은 스스로 많은 것을 고쳐야 한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직업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야스민은 "난민들이 버틸 수 있는 건 언젠가 내전이 멈추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 여러분들께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인 제이콥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가 정부의 핍박을 받고 난민이 되었다. 이집트 국민들은 2011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진시키며 혁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곧바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제이콥은 "2013년 이집트 군부가 수천 명을 학살한 '라바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 인간으로서 반인도주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군사정권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이콥은 군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붙잡혔다. 이집트 군부는 제이콥에게 징역 15년형과 보호관찰 5년형을 내렸다. 그는 극적으로 고국을 탈출할 수 있었다. 제이콥은 "난민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상실한 것과 같다. 사랑하는 가족, 세 자녀, 오랫동안 살던 집과 직업 등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제이콥은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당하는 차별, 난민 혐오를 부추기는 뉴스, 관료적이고 난해한 난민 신청 제도 때문에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된 난민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건 소수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제이콥은 말했다. 그는 "난민을 위해 기도회를 열어 준 여러분처럼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가슴속에 희망이 싹튼다. 신께서 이들을 통해 상황을 바꾸고 난민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이 창조한 하나의 큰 가족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필리핀 이주 노동자를 돕고 있는 존스 선교사는 이들이 사업장에서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필리핀 이주 여성 올리버는 20년 전 한국에 왔다. 그는 공장에서 만난 또 다른 필리핀 이주 노동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올리버와 그의 남편은 비자를 연장하지 못했다. 온 가족이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아이들만 고향에 보내고 둘은 한국에서 미등록자로 남기로 했다. 고향에 있는 친척들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올리버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분이 불안하기 때문에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임금을 못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친척들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 기간에는 이동마저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올리버는 정부가 이주민들을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대우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가끔씩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왜 정부는 우리를 범죄자 취급할까. 언젠가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을 기계 혹은 범죄자로 보지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대하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이 땅에서 함께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기계가 아닙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협 인권센터 이사 송병구 목사(색동교회)는 이날 '경계선에 선 인간'을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이주민의 삶은 불안하고 취약하다. 이들은 원주민의 친절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 친절은 개인의 도움이고 사회적 보호이며 국가의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는 이주민의 타향살이를 도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나그네의 삶을 살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삶의 경계선에 내몰린 경험이 있고, 다른 이의 친절과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룻이자, 보아스다"라고 말했다.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지난해 예멘 난민이 왔을 때,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했다. 이 일을 그냥 이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사순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난민과 이주민들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인 40여 명은 난민과 이주민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전쟁과 테러, 기아와 인종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소수자들을 환대하고 사랑을 베푸는 곳이 되도록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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