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인 동시에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이다. 임시정부는 난민들이 세운 망명정부였다. 일제 박해와 탄압에 쫓겨 만주·상하이·연해주 등으로 흩어진 독립운동가들은 '난민'이었다. 이들은 국내외 독립운동 단체와 한인을 대표하는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난민들이 세운 임시정부를 계승한, 난민의 나라다.

김종대 대표(33)는 자신을 난민 2세대로 정의한다. 그의 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국회의원이다. 김종대 대표가 태어났을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군사정권에 사형선고를 받고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할 때였다. 타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정체성 문제는 평생 따라다닌다. '나는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 김 대표는 "청소년 시절,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었다. 내가 두 나라 사이 어디엔가 애매하게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양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 애틀랜타 클라크스턴(Clarkston)에서 난민 2세들을 돕고 있다. 2017년 12월 난민 청소년 교육 단체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regenerationmovement)를 설립했다. 난민 청소년들이 미국 사회에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단체를 만든 이유다. 김 대표는 난민 2세대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에게 미국 교육제도를 소개하며,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김종대 대표를 2월 28일 서울 필동 카페바인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3·1 운동 100주년 기념 컨퍼런스'와 <교회, 난민을 품다>(토기장이) 북 토크에 참석할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 <교회, 난민을 품다>는 김 대표가 출판사에 직접 제안하고 번역한 책이다. 지난해 예멘 난민이 언론에 조명을 받을 때, 일부 극우 개신교를 중심으로 난민 혐오 정서가 확대됐다. 미국에서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당황했다. 환대는 교회의 책무다. 그는 이 책이 한국교회가 어떻게 난민을 맞아야 할지 안내해 주는 개론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대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손자다. 그는 미국에서 난민 2세들을 돕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난민들 보금자리, 클라크스턴
인구 80%, 40여 국가 출신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 설립
난민 청소년 대입 지원

김종대 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클라크스턴은 '난민들의 보금자리'로 불린다. 클라크스턴은 애틀란타에서 16km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다. 여의도만 한 땅에 약 1만 명이 살고 있는데, 전체 인구의 80%가 난민 출신이다. 이 조그만 동네에 미얀마·네팔·베트남·아프가니스탄·이라크·이란·시리·에티오피아·소말리아·케냐·수단·보스니아 등 40여 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60여 개 언어를 사용하며 다채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김 대표가 난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 무슬림 난민 가정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평소 친하게 지낸 한인 선교사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무슬림 가정을 소개했다. 그 선교사는 김 대표에게 이 가정이 미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대표는 이들과 교제하며,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기 시작했다.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 교육이었다.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생계가 어렵고 환경이 불안하지만, 아이들은 꿈을 꾸며 성장한다. 의사가 되고 싶은 아이도, 변호사가 되고 싶은 아이도 있다. 김 대표는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 상담도 받아야 하고 입시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클라크스턴이 낙후해서, 공립학교가 부족하고 인프라도 열악하다. 많은 난민 청소년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난민 청소년을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에 김 대표는 2017년 12월 비영리단체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를 설립했다. 난민 청소년들이 진로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국 대입 시험 SAT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 국제구호위원회(IRC) 등 다른 난민 지원 단체에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다. 나는 난민, 이민자 출신 아이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은 기본적으로 문화적 감수성이나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다. 이들이야말로 국제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 대표는 난민 2세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 주역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 제공 김종대

한국 내 반난민 정서 목격
"성경, 이방인 환대하라고 명시
한국교회, 이번 일로 성찰했으면"

지난해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에 몰려오면서, 난민 문제가 한국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반난민 정서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불법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70만 명이 동의했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난민 반대 집회가 열렸다. 김종대 대표도 한국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어 지난해 8월 제주를 찾았다.

그는 "미국에서 언론을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 사회가 난민 이슈로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느꼈다. 반대하는 이들 중에 기독교인도 있어서 놀랐다. 교회 역할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나그네를 환대하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걱정과 달리 많은 기독교인이 예멘 난민을 환대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여러 교회가 돈을 모아 예멘 난민에게 숙소와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는 "예멘 난민 청년들은 교회가 베푸는 모습에 깊은 감사와 호의를 느끼고 있었다. 이들도 한국 사회가 자신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행동을 조심하고 어떻게 하면 한국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난민을 무조건 혐오하고 배제하려고 하는 건, 난민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민을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낯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건,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이슬람포비아 결합하면서 반난민 정서가 커졌다."

김종대 대표는 이번 일이 한국교회가 난민을 어떻게 수용할지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 교계도 2015년 시리아 난민이 급증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미국 교계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성경의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 한국 교계가 난민뿐 아니라 북한 이탈 주민,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등을 그동안 어떻게 대했는지 함께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김대중 대통령의 신앙은 현재 김종대 대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할아버지 김대중 대통령, 신앙 도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리제너레이션 궁극적 목표는
'하나님나라' 회복

김종대 대표는 할아버지의 신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홍업 전 의원은 가톨릭교인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서 서울 은평구에 있는 개신교 교회를 출석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손주들을 불러 모을 때면, 항상 신앙인으로서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사는 삶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았던 것 같다. 언론과 인터뷰하거나 기관에서 강연하는 자리가 있으면, 와서 듣게 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모든 사람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며, 선이 이기는 쪽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기초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데 있다고 말씀했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분의 정치철학도 대부분 이러한 신앙을 근거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를 만들 때도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묵상했다고 했다. "30대 젊은 나이에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내가 과연 저 많은 난민 2세의 필요를 채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마치 예수님 앞에서 5000명을 어떻게 먹일지 고민하는 제자들처럼."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이 물고기 2마리와 떡 5개에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크게 사용할 것이라고 소망하고 있다.

"리제네레이션무브먼트는 '회복'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하나님나라 회복을 꿈꾸고 있다. 하나님나라 특징은 다양성의 공존이다. 성경에는 이 모습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사자와 소,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어울리는 것처럼 적대적인 개체들이 서로 화합하고 어울린다. 각 나라와 족속과 방언이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말씀처럼 다양한 존재가 고유의 성격을 유지하며 공존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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