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그나마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던 한 대형 교회 강단에서 '네오마르크스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상징적이다. 지난 수년간 반동성애 진영이 외쳤던 극단적인 주장이, 비교적 합리적 신앙을 추구했던 교회들에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나서도 반동성애 운동가들은 잘나간다. 일부 중소형 교회를 넘어, 정통 교단과 신학교, 대형 교회들에 불려 나간다. 이들이 일으키는 극우화의 바람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교회 전체에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정통 보수를 표방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홍동필 총회장)은 3월 18일 '동성애 대책 아카데미'를 연다.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가 '글로벌 성혁명과 아동 성애화',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독재', 김영길 목사(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가 '동성애 인권과 프레임'을 주제로 강의한다. 이정훈 교수(울산대·엘정책연구원)는 아예 1·2부로 나눠 '종교개혁의 은혜와 자유의 역사'와 '정교분리와 법과 제도로 지키는 하나님의 통치'라는 제목으로 강의한다.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말을 할지 가늠이 된다.

'유사 과학'으로 불리는 창조과학도 여전히 잘나간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는 3월 21일 이재만 선교사(미주창조과학선교회)가 그의 저서와 같은 제목 '타협의 거센 바람'이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부제는 '성경 안에 들어온 진화론의 가면'. 진보 교단이라 평가받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 청년선교위원회와 신도위원회도 3월 23일과 30일 2회에 걸쳐 이재만 선교사의 창조과학 세미나를 유치했다.

<뉴스앤조이>가 우려하는 상황은 우리가 돈이 떨어져 망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점점 이런 조류에 잠식된다면, 결과는 자멸이다. 인권이 향상되는 것을 교회 파괴로, 과학을 인정하는 것을 진리 타협으로 인식한다면, 개신교는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이 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진리를 보수하다가 고난받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반지성주의에 빠져 도태되는 것이다.

네오마르크스주의 설교는 소속 교인 제보로 알게 됐다. <뉴스앤조이>가 기사를 내보내자, 몇몇 교인이 감사하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교회 안에서 나름대로 항의도 해 봤지만 반성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교인들이 있어 그나마 잠식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일 테니.

동성애를 반대할 수 있고 진화론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바로 '동성애와 진화론은 교회를 파괴한다'는 극단으로 건너뛰면 안 된다. 주류 교단과 교회가 극우화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아직 한국교회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찬반으로 사람을 나누는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저항이 필요하다. 자기 자리에서, 극우와 선을 긋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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