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역시 쉽지 않았다. 종전 선언이 기대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끝났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틀어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 

평화의 길목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개신교인들은 한반도 평화를 논할 때 쉽게 '복음 통일'을 이야기해 왔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단골 멘트이기도 하고,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된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도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복음 통일은 한국교회의 숙원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통일을 원한다면서 체제는 인정하지 않았고, 꽃제비 이야기에 눈물 흘리면서 인도적 지원 정책은 싫어했으며, 억류된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선교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북한 교회와 교류하면 "그들은 김일성을 하나님으로 믿는 자들"이라며 거짓 믿음 취급했고, 대화라도 하려 하면 "먼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해야 한다"며 사상 검증했다.

'민족 복음화'를 주문처럼 외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했다. 아직도 현실성 없는 '흡수통일'을 상상하고, 더 현실성 없는 '적화통일'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할 뿐이다. 교인들의 기도는 그것대로 순수한 열정이었다고 해도, 그런 감정의 고양만을 부추기며 북한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종용해 온 사람들의 정체는 뭘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의 생리는 '안보 장사꾼'들과 같다. 통일을 외치지만 정말 평화의 시대가 오는 것은 두려워하는, 색깔론으로 이념 갈등을 부추기며 기득권을 유지해 온 사람들 말이다. 누구보다 애국자인 척하지만 실은 반민주·반평화 세력인 이들은, 지난 정권 9년간 득세하며 남북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었다. 이런 자들을 지지해 온 기독교인들은 복음 통일을 논하기 전 자기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복음 통일'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기도 제목과 설교 등을 들어 보면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 십자가를 꽂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각 교단에는 '평양노회', '함경노회' 등과 같은 북한 지방 이름을 가진 노회가 많다. 통일이 되면 그 지방에 들어가 교회를 세운다는 명목이다. 극동방송이 돈을 쌓아 둔 이유 중 하나도 '통일이 되면 북한에 송신소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묻고 싶다. 통일이 되면, 혹은 현실적으로 북한에 왕래라도 가능해진다면, 정말 그 땅에 십자가 꽂는 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민자본주의에 잠식돼 더 많은 교인을 모으고 더 큰 예배당을 짓는 게 목적인 '한국식 교회'를 그곳에도 세우기 바라는가. 분단 후 한 세기도 버티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개신교를 북한에 이식하는 게 옳은 일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하지만 정말 북한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면, 성경적 상상력을 더 키워야 한다. 북한은 다른 의미로 기회의 땅이다. 그 땅에 '희년'의 씨앗을 심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십자가 네온사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제도에 성경의 희년 정신이 깃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길목에서, 희년의 상상력을 키우지 못하면 한국교회가 설 자리는 없다. 이것은 북한뿐 아니라 '영혼 구원'에만 치중해 있는 남한의 교회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상상력은 공부해야 키울 수 있다. 조금만 찾아보면 좋은 책과 강연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뉴스앤조이>가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연재한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조성찬 박사의 '평화가 살길이다'부터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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