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나는 1989년 6살에 광명남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녔다. 7살에는 대양선교원에 다녔다. 8살에는 광명남초등학교에 입학했다.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2학기 때 광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1997년 광명중학교에, 2000년에는 광명북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재수를 거쳐 04학번으로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2010년 8월 졸업했다.

'안물안궁'인데 왜 갑자기 자기소개를 죽 늘어놓느냐. 내가 내 학력을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한번 가늠해 보고 싶었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어떤 유치원을 다녔는지 기억해 내는 건 어렵지 않다. 정확한 연도야 손가락으로 세 봤지만 말이다.

자기가 어느 학교에 다녔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목사들을 보면, 나는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물론 학벌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일류 대학이 아니면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학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본인의 목사 자격을 묻는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학력을 밝히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목사가 본인이 다닌 신학교를 까먹을 수 있을까. 정확한 연도야 손가락으로 세 봐야 한다 해도.

파리열방교회 송영찬 목사는 20년이나 '목사'로 불렸지만, 도대체 그가 어디서 공부하고 어디서 안수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교인들이 물어도 기자가 물어도 묵묵부답이다. "우리가 예수 믿는 사람인데, 어떻게 내가 어느 학교 나왔다고 자랑하겠느냐"는 이유를 댔는데, 지금 교인들이나 언론이 당신을 띄워 주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다. 아무 의미 없는 겸손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출신 고등학교부터 미스터리였다. 의혹이 불거지고 불거지자 나중에야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뿐인가. 대학은 도대체 어디를 몇 년도에 입학하고 졸업했는지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미국에서 받은 '강도권'이라는 것도 정체가 뭔지 모르겠고, 석사부터 박사까지 학위 논문은 죄다 표절 시비다. 결국 총신 편목 과정도 다시 다니게 됐으니, 그는 도대체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는 걸까.

언론이 학력을 묻는 것은 신학교 네임 밸류로 그 목사를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총신 출신'이라는 것도 빠르면 2주 만에 딸 수 있는데 뭐. 나는 오정현 목사가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삶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많이 봤다. 목사 자격이 없다는 말은, 사실 그런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목사들이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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