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서울동노회 재판국(한대웅 재판국장)은 1월 4일 강간 미수와 무고죄로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박승렬 목사를 '정직' 처분했다.

박 목사의 '면직'을 요청한 여성 단체와 신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됐다. 이미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을 살고 있는 목사를 정직 처분하는 건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기장 여성연대와 한신대 신학생들로 구성된 기장 '성정의실현을위한연대'는 1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노회 재판국원들이 가해자 편에서 판결했고 피해자의 아픔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대리인을 통해 재판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밝혔다. 박승렬 목사를 기소한 서울동노회 기소위원회가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총회에 상소장을 제출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소위원회와 노회 임원회는 나서지 않았다. 판결을 내린 재판국원들도 다 같은 노회 동료들이라서, 불복하는 게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성 구성원들은 노회가 상소를 포기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1월 30일 직접 상소장을 총회에 제출했다. 1월 9일 '성정의실현을위한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결국 교단 여성들이 나섰다. 이들은 기일 마감을 꽉 채운 1월 30일, 총회에 상소장을 제출했다. 총회 관계자는 1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서울동노회 기소위원회가 아닌, 여교역자협의회·전국여장로회·여신도회전국연합회 대표자 세 명 공동 명의로 소장이 접수됐다. 총회 기소위원회가 심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소의 주된 이유는, 노회 재판국에 참여하면 안 되는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재판국원 7명 중 3명은 형사재판 1심 당시 제출된 박승렬 목사 선처 요청 탄원서에 서명했다. 기장 여성 단체들은, 재판국은 이미 구성할 때부터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힘들게 설치한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
정작 성폭력 사건 해결에 도움 안 돼

기장은 지난해 9월 103회 총회에서, 격론 끝에 성폭력대책위원회(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박승렬 목사 사건과 관련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노회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위원회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서울동노회 임원회에 만남을 제안했다. 이들은 1월 중순경 만나기로 날짜까지 잡았으나, 임원회 쪽에서 약속을 번복했다. 위원회와 임원회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기장 여성연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총회에서 어렵게 총대들을 설득해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위원회만 전담하는 실무자가 없어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위원회가 무엇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무력하다고 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김애희 센터장은 이런 구조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1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장 성폭력대책위원회에는 강제력·집행력이 없고 권고·자문 기능만 있다. 집행권자인 노회 재판국원들은 전문성과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 책임과 권한은 막중한데, 전문적 역량·경험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은 없다. 이런 사람들이 집행권을 독점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기장 구성원들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총회 현장을 찾아 교단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 목사 측, 항소심서도 '무죄' 주장
입증 위해 '삼성헬스' 자료 제출

박승렬 목사 형사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네 번째 항소심 공판이 1월 3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도 변호인들은 박 목사가 피해자를 강간하려 한 적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에서도 혐의를 전부 부인한 박승렬 목사 측은 항소심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다 일어났는데 심장에 통증을 느껴 피해자와 함께 침대 쪽으로 쓰러졌다고 했다. 변호인들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문제 삼았다. 돈이 필요한 피해자가 박 목사에게 돈을 받아 낼 목적으로 없는 사실을 이야기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변호인단은 박 목사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한 사실이 없었다며, 박 목사 휴대폰에 내장된 건강 앱 '삼성헬스' 데이터를 제출했다. 운동 수치를 분석해, 사건 발생 당시 강간 시도가 있었는지 증명하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박 목사가 휴대폰을 지속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거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입증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며 2월 말 한 차례 더 공판 날짜를 잡았다.

이날 공판에는 서울동노회 재판국원 한 명과 노회원 한 명이 참석했다. 기자가 "사회 법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받았는데 노회에서 정직 처분한 것은 솜방망이 징계 아니냐"고 묻자, 이들은 "솜방망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너무 과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 다른 것"이라 답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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