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 편집자 주
박승렬 목사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반성을 전혀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조카 강간 미수와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박승렬 목사가 항소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박 목사는 피해자 조카를 상대로 강간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김우수 재판장) 주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이 11월 15일 열렸다. 검찰과 박 목사 양측 모두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 목사는 원심에서 징역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박 목사 측 변호인단은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고, 양형이 부당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피고(박 목사)가 자신의 조카이자 교회 신도인 피해자를 강간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피해자 모친과 (사건 당일로부터) 10일 뒤 미국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간을 설정한다는 건 엽기적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 사건 당시 2~3분 격하게 반항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을 뽑거나 얼굴을 할퀴었어야 했는데, 피고에게는 아무 상처가 없다. 범죄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동영상'도 문제 삼았다. 동영상에는 박 목사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변호인단은 "동영상이 원본과 다르다. 피고가 하지 않은 말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주심 판사는 변호인단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피해자가 왜 박 목사를 고소했는지, 그 동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변호인단은 피해자의 남자 친구를 언급하며 "그들이 동영상도 찍었는데, 아마 적절한 배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의) 남자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판사는 "돈을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변호인단은 "사건 이후 피해자와 피고 모두 외국으로 떠났다. (돈을 요구할 만큼) 원활한 시간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판사는 박 목사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왜 늦은 시간에 피해자 집에 머물렀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생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40~50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차茶를 내어 달라고 요청했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조카가) 차가 없다면서 와인을 가져왔다"고 했다.

강간 미수 사건 직후 박 목사는 자신의 집으로 가던 중 피해자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다시 피해자 집으로 되돌아갔다. 판사가 왜 다시 갔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목회자로 26년을 살았다. 조그마한 잡음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자 신도와도 독대해 본 적 없다. 그런 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인데, (피해자 남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한다니까 덜컥 겁이 났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봐 무마하기 위해 갔다"고 말했다.

판사는 동영상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왜 무릎 꿇고 죄지은 사람처럼 사과하는 취지로 말했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게 아니다. (협심증 탓에)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는데, 남자가 나를 잡고 눌렀다. 무릎 꿇고 굴복하는 자세가 됐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어 겁도 났다. 겁먹은 상황이어서 남자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무릎 꿇고 사과한 박 목사는 돌아가는 길에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판사는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문자를 왜 보냈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당시 동영상을 찍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게 공개되면 진위를 가리기 전에 목회나 교회에 논란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들었고, (조카를)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야단을 치면 안 되니까 달래기 위해 (사과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 재차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박승렬 목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친척 구성원끼리 신뢰 관계가 파괴되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하다. 피고는 처음에는 범행을 인정하는 듯하더니 다시 부인하고 있다. 야비하다. 반성도 전혀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피해자가 굉장히 힘들어한다. (박 목사 측이) 별도로 민사소송도 제기해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곤혹스러워하니 빨리 종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2월 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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