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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선생님들의 이야기
단원고 희생 교사와 함께한 세월호 예배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11.05 15:34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 선생님은 4월 16일이 생일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날 자정, 반 학생 지민이가 5층 선실에 있는 선생님을 급히 불러냈다.

"수진이가 열이 나요!" 깜짝 놀란 김초원 선생님은 수진이가 있는 4층 선실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하하하" 불이 환하게 켜지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아이들은 축가를 부르고 귀고리와 반지를 선생님에게 선물했다. 김초원 선생님에게는 2014년 교사가 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처음 받아 보는 깜짝 이벤트였다.

4월 16일 태어난 김 선생님은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시신은 4층에서 발견됐다. 배가 기울자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나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김 선생님은 다른 단원고 희생 교사와 달리,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3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전 정권이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초원 선생님과 3반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김성욱

고창석 선생님은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녀 아이들에게 '또치쌤'이라고 불렸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했고, 학생들은 그를 잘 따랐다. 2017년 7월 11일, 그의 장례식에는 단원고 학생뿐 아니라 10여 년 전 상록중학교에서 재직했을 때 제자들도 찾아왔다. 옛 제자는 선생님을 정이 많고 늘 자신을 희생했던 분으로 기억했다.

수영을 잘하고 인명 구조 자격증까지 있었던 또치쌤은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미수습 상태였다. 그의 아내는 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남겼다. "더 이상 숨어 있지 말고 아이들과 선생님 손 꼭 붙잡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 줘." 고 선생님의 유해는 2017년 5월 세월호 선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1개월 만이었다.

2학년 2반 전수영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처럼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2013년, 첫 부임지로 단원고에 배정받은 그는 제자들을 향한 애정이 남달랐다. 자신이 가르치던 1학년 학생들이 진학하자 2학년 담임을 자처할 정도였다. 참사가 발생했을 때, 선생님은 선실에 물이 차오르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학생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 전수영 선생님의 어머니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조끼를 입고 어서 탈출하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애들은 입혔어요. 구조대가 온대. 얼른 끊어"라고 말하고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전화했다. 선생님은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생존자들은 전수영 선생님이 학생들을 밀어 올리다가 탈진하는 바람에 배를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구조대가 선생님을 발견했을 때에는 다리에 시퍼런 멍이 나 있고 발목이 부러져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학여행에 동행했던 단원고 교사는 14명이었다. 그중 3명이 구조되고 다른 11명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민규 교감선생님은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팽목항 인근 숲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가족들과 개신교인들은 희생 교사들을 기억하는 예배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단원고 희생 교사를 기억하는 예배가 11월 4일 416생명안전공원 예정 부지에서 열렸다.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 40여 명은 별이 된 선생님들의 이름을 불렀다. 청중이 다 같이 선생님을 한 사람씩 호명하면, 사전에 안내지를 받은 참석자가 앞으로 나와 고인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었다.

희생 교사들은 20~30대가 다수였다. 아이들처럼 그들 역시 못다 핀 꽃이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물이 차오르는 4층 객실로 기꺼이 달려갔고 구명조끼를 벗어 주었다.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선생님들 이야기를 듣게 되자 예배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마지막으로 최혜정 선생님의 사연을 소개하러 나온 박득훈 목사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선생님은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하기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말하며 망설임없이 4층으로 뛰어내려 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그동안 엄마 아빠들이 자식 잃은 아픔 때문에 선생님들을 한 분 한 분 눈여겨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태산같이 큰 분들이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순서에 없었던 노래 "잊지 않을게"를 부르며 희생 교사 12명을 기억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416생명안전공원 설립을 위해 기도했다. 지난달, 안산시는 설립 준비를 위한 25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예은 엄마는 "25인 위원회가 아직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내년 청사진을 구상할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된 2기 특조위는 빠르면 이달 안에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두 분야로 나뉜 만큼 1기 특조위보다 인력이 넉넉하지 못하다.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2기 특조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월호 전담 조사·수사팀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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