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개신교인이 아니고 가톨릭교인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예배가 있다는 소식을 보고, 우리 8반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라고 해서 참석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계속 함께해 주는 분들이 있어서 기도회가 4년 넘게 계속되는 것 같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단원고 2학년 8반 제훈 엄마 이지연 씨가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8월 5일 안산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예은 엄마, 창현 엄마, 순영 엄마, 시찬 엄마·아빠 등 세월호 가족을 비롯해 서울·안산·일산·과천·춘천 등에서 온 기독교인 6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기상청이 밝힌 안산 단원구 일일 최고기온은 34℃였다. 오후 5시가 되자, 참석자들은 차광막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찬송을 부르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눈앞에는 생명안전공원 예정 부지가 보였다.

"기억하고 함께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라는 제훈 엄마 말처럼, 많은 도움을 받아 시작한 기도회였다. 4년 동안 세월호 가족 곁을 지키고 있는 김은호 목사(희망교회)와 조선재 집사는 전날 기도회 장소에 나와 땀을 뻘뻘 흘리며 예초기를 돌렸다. 이들은 당일에도 1시간 일찍 나와 차광막을 설치하고 의자를 놓았다. 박인환 목사(화정교회)가 의자 20여 개를 내놓았고, 예은 엄마는 집에서 손수 얼려 만든 아이스팩 40봉을 준비했다. 새길교회는 생수 두 상자를 공수했다.

60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차광막 그늘에 모여 앉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 사회는 창현 엄마가 맡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교회에 오신 걸 환영한다." 사회를 맡은 창현 엄마가 참석자들을 반겼다. 기도회는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그대 가졌는가'를 묵상하며 시작했다.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그 사람을 그대 가졌는가'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기도회에는 참석자들이 매달 각 반 아이들을 기억하며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있다. 이번 기도회에서는 단원고 2학년 8반 희생자 29명을 떠올렸다. "배려의 아이콘, 김.제.훈", "조경사가 꿈이었던 이.재.욱"… 아이들 이름이 하나씩 불릴 때마다 참석자들은 훌쩍였다.

이날 목사·전도사 등 몇몇 교역자도 기도회에 참석했지만, 설교자는 따로 없었다. 설교 대신 성경 구절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나눴다. 본문은 '마리아의 노래'로 알려진 누가복음 1장 46-55절이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희망교회 이동규 전도사는 "마리아가 갑자기 임신한 상황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음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비천한 처지를 돌보신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아픔을 겪고 있는 오늘날, 그런 우리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천에서 온 한 참석자는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예배하고 있는 줄 알았다. 의자도 부족한 줄 몰랐다. 가방에 들어 있던 전단지 하나를 꺼내 바닥에 깔고 앉았다. 조금 불편했지만, 오히려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은호 목사는 기도회를 마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모여 서로 깊이 연결되고, 영적인 관계를 이루자"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완전한 진상 규명을 이루는 날, 416생명안전공원을 세우는 날까지 '세월호 교회'로 계속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제훈 엄마 이지연 씨는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단원고 2학년 8반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 후,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부지를 둘러보는 세월호 가족과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들은 주기도문 대신 4년 전 세월호 기도회에서 읽었던 기도문을 읽으며 기도회를 마쳤다. 2014년 8월 4일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인모임'이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기도회에서 함께 읽은 기도문이다.

"고난받는 이들의 위로자가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뜻밖의 참사로 먼저 하나님의 품에 안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들을 보내고 여전히 슬픔 가운데 있는 남겨진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남겨진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 가운데 영원히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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