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45도로 누워 있는 배를 보는 게 가장 힘들다. 간담회나 행사에 참석하면 배가 나오는 영상을 자주 본다. 가족들이 힘든 건, 우리 눈에 배만 보이는 게 아니라 창문이 보이고 그 뒤에 있을 아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놀라서 겁먹은 눈동자가 보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심장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여전히 부모들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왜냐고. 아직도냐고."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가 11월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416가족과함께하는안산기독인모임·고난함께·성서한국·교회2.0목회자운동·촛불교회 등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진영 27개 교회·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늦은 저녁 추운 날씨에도 200여 명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노란색 패딩을 입고 중앙에 모여 앉았다.

이날 기도회에는 가족들을 대표해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가 발언대에 섰다. 그는 가족들이 지금도 세월호 선체를 지켜보는 일이 괴롭다고 말했다. 마치 아이들이 참사 원인을 묻고 있는 것 같아서.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예배했던 기독교인들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반이 지났다. 정부가 그동안 군경합동수사본부, 1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등을 구성했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지난하다.

군경합동수사본부는 참사 직후 한 달 만에 사고 이유를 고박 불량, 과적, 조타 미숙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급선회, 폭발음 등 여러 의문점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한 발표였다. 1기 특조위와 선조위도 침몰 원인을 결론짓지 못한 채 기한 만료로 활동을 마쳤다.

가족들은 지금도 거리에 나와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는 10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국민대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와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광장에서 2기 특조위 장완익 위원장에게 시민 10만 488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3월 구성된 2기 특조위는 직원 채용 절차가 끝나고 나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은 엄마는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까지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을 둘러보면서 끝까지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2014년 4월 아이들을 수습하고 서울에 왔을 때, 가족들은 두렵고 화가 나고 억울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이곳에서 함께 예배했던 여러분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이곳을 지켜 주던 여러분이었다. 고통의 현장이, 아비규환 같은 지옥이 될 뻔 했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은 우리와 함께 하나님과 씨름해 주었다. 이곳을 지옥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집, '벧엘'로 만들어 주었다.

4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이 길이 너무 힘겹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우리 앞에서 이미 예수님이, 그리고 수많은 예수들, 우리 아이들이 먼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 지치고 힘들 수 있지만 갈 수 있을 것 같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것 같다. 가족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아이들이 먼저 가 있으니까. 이 길을 여러분도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416합창단도 기도회에 참여했다. "노래여 날아가라 우리 생명의 힘을 실어 깊은 겨울잠을 깨어 노래여 날아가라"라고 불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실시하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에 참석한 416연대 안순호 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2기 특조위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촉구하는 진상 규명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했다.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 외에 정부가 구조를 방기한 이유와 1기 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하고 증거자료를 은폐·왜곡한 사실 등을 규명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서명을 받으면 많은 시민이 묻는다. 문재인 정부가 다 해 주지 않겠느냐고.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여론이 모여 정부와 공조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부스 리모델링 작업과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모든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단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 사람씩 초를 놓아 리본 모양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설교를 맡은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고 아픔과 애통이 없는 새날을 허락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지고 죽음과 침묵의 바다가 생명과 소망의 바다로 변화할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지난 정권의 은폐와 조작으로 아직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우리는 여전히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년 전,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얻을 수 없었던 그 답을 들을 수 있는 그날을 끝까지 간구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정부에 세월호 전면 재수사·재조사를 촉구하고, 4년 반 전 다짐처럼 참사를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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