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첫째주 일요일 오후.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예배가 열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리는 모든 관계 안에서 항상 손잡고 계시는 동행의 성령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외로운 인생길을 응원하시는 위로의 성령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폭력을 잠재우실 평화의 성령님을 믿습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다 함께 기도문을 읽으면서 10월 세월호 예배가 시작했다. 10월 7일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안산 화랑유원지 미조성 부지에는, 세월호 가족들과 각지에서 찾아온 기독교인 60여 명이 자리했다. 특별히 주향교회(엄윤섭 목사) 청년들이 단체로 참석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오후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예배를 열고 있다. 예배는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0월 예배에서는, 모든 참석자가 한사람씩 단원고 2학년 10반 아이들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이.은.별!) 사촌 언니들과 산책하고 함께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던 '응별' 이은별."
"(박.정.슬!)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 드시라고 붕어빵을 사 오던 눈이 맑고 예뻤던 박정슬."
"(김.주.희!) 엄마의 꿈. 웃으면 입술 끝에 주름이 생겨 별명이 '주름'이었던 김주희."

예배는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함께 성경을 읽고 묵상을 나눴다. 이날 읽은 본문은 로마서 8장 26-30절.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 것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롬 8:26)." 묵상이 끝나자, 창현 엄마가 대표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평소 기도를 잘 못 한다.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 말씀처럼 성령이 우리의 약함을 알고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대신 간구해 주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이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월호 예배를 지키는 분들을 보면서 성령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가자들도 말씀을 묵상한 내용을 나누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는,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과연 성령이 돕고 있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이 많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가족들은 전면 재수사를 외치며 4년 전과 같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하나님 말씀을 붙잡게 된다고 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령이 돕는다는 이 구절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를 대신해 간구하고, 우리로 하여금 협력해서 선을 이루게 하는 성령을 붙잡고 매달리며 다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해 왔던 조선재 집사도, 말씀과 현실을 비교해 보면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성령님이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씀을 신뢰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언제 이뤄질지 요원하지만, 언젠가 하나님께서 예배에 모인 우리들을 통해 역사하시고 열매를 맺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예배 마지막 시간, 가족들과 참석자들은 옆 사람 어깨에 손을 얹으며 서로 축복했다. 또 이 자리에 416생명안전공원이 하루빨리 세워지고,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전면 재조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사람들은 말씀을 함께 묵상하면서 성령이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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