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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역사는 난민의 역사
우리 시대 강도 만난 이웃, 예멘 난민
  • 구교형 (ku6699@hanmail.net)
  • 승인 2018.08.10 10:44

난민이란 전쟁(분쟁)이나 정치적·사회적 탄압과 억압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과 고국을 등지게 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러한 난민들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엔난민기구 6월 19일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전 세계에 6850만 명의 난민이 확인된다. 세계 인구로 따졌을 때, 110명 중 한 사람이 난민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숫자다.

지금 제주에 있는 난민 신청자들의 조국, 예멘은 어떤 나라인가.

홍해 건너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예멘은 성경 중심 무대인 팔레스타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영국 식민지였으나 독립한 후 친서방적 북예멘과 사회주의 남예멘으로 나뉘었다가 1986년에 내전이 일어났다. 마침내 1990년 통일되었으나 이전 남북 갈등이 심화되어 1994년 다시 분단됐고 전면적 내전을 겪었으며, 그해 7월 북예멘이 이겨 다시 통일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남북 분단과 닮은 점이 많다.

최근 상황은 이렇다. 2011년 아랍을 휩쓴 민주화 운동 와중에 독재자 살레를 몰아냈지만, 이는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후투와 투치라는 두 종족의 대결로 와전되었다. 여기에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 각각을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서방 외세가 끼어들었고, 이는 도무지 풀기 힘든 무차별적 살육과 내전의 양상이 되어 버렸다.

"지금 2900만 예멘 인구의 3/4에 해당하는 2200만 명이 원조와 보호를 필요로 하며, 100만 명이 콜레라에 감염되었고, 전투로 1만 명이 피살되고 4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복음과상황> 2018년 8월호, 30쪽)

우리가 예멘 난민에 대한 찬반을 논하려면 최소한 여기까지는 알고서 판단해야 한다.

제주도를 찾은 예멘 난민들. 6월 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사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 한국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진실과 거짓

1) 제 나라 위해 싸우지 왜 도망 왔나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지켜야 할 나라는 어디며,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살육이 두려운 그들에게 이 문제를 스스로 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버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다.

2) 일자리 빼앗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업과 생존에 내몰린 국민들의 막연한 우려가 반영된 주장이다. 실제 이번 예멘인들에게 몰린 일자리들은 더 이상 우리 국민 안에서는 취업자를 찾기 힘들어 이미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를 불러들여 왔던 연안어업 등 소위 3D 업종이다.

3) 위험한 범죄 집단, 테러리스트다

이미 여러 차례 실증되었듯 이것은 '가짜 뉴스'다. 제3세계 노동자들의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훨씬 낮다. 지금 예멘 난민들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문제를 일으킬 처지가 아니다.

가짜 뉴스를 증폭하는 데 개신교인들의 이슬람 혐오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전부터 주류 개신교 집단들은 '이슬람교(무슬림) = 테러 = 집단 개종 전략 = 취업, 결혼, 귀화, 난민 신청' 등의 공식을 유포하며 한국 사회와 교회의 공포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왔다. 우리는 이것을 문자·카카오톡·메일 등을 통해 숱하게 보았다. 이번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개신교인들의 반대(58%)는 다른 이웃 종교인들보다 높게 나왔다.

4)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껏 제주의 슬픈 역사가 그랬듯이 '살지도 않는 육지 것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때까지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 원했던 제주민들의 마음과 상관없이 군대·기지·관광 등에서 문제를 쏟아 내지 않았나. 이제 제주를 난민 문제 성토장으로 만들면 안 된다. 정부가 나서서 난민에 대한 바른 정책과 대책을 만들어야 하고,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

예멘 난민 사태의 의미

1) 인애·자비·긍휼 베풀라는 명령

생활과 생존의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고(마 25:31-45)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돼라(눅 10:36-37)는 주님의 말씀은, 사람으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의 도리다. 특히 그리스도인에게는 일차적 명령이다.

상대가 어디 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체제에 속하고 어떤 종교를 믿느냐는 전혀 고려할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도울 이웃은 우리 맘대로 선택하는 게 아니다. 강도 만난 처지에 빠진 이웃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복잡한 이유를 대기 전에 예멘인들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예멘인들은 큰 강도를 만났고 강도들의 칼부림에 집안사람들 모두가 죽을 지경이 되어 일단 살아 보겠다고 도망 나온 상황이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선택해 여기까지 왔다. 그러면 우리는 무조건 도와야 한다. 그게 그리스도의 명령이며, 사람 된 도리다.

2) 사회·정치적 의미

지금 우리는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를 향한 단꿈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번 예멘 난민 사태를 보면서 그 단꿈이 그저 개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막연하게 평화의 새 시대를 찬양하지만, 우리가 이제 3만 명을 넘어서는 탈북 동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 남북 교류·접촉이 본격화할 때 북녘 동포를 일자리를 빼앗고 세금을 올리게 하는 재앙처럼 여길지도 모른다.

예멘에서 온 난민 500여 명조차 마치 5만 명쯤 되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며 배제와 증오를 쏟아붓는 모습을 보면, 한반도 평화 시대에 발휘해야 할 민족 통합의 역량이 의심된다. 최근 제주에서 실종·사망한 30대 여성 사건을 아무 근거 없이 예멘 난민 짓일지 모른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을 보라.

21세기 들어 가장 능력 있는 유럽 지도자라고 칭송받던 독일 메르켈 총리조차 난민 정책의 수렁에 빠졌다. 정부 구성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온갖 사회·정치·종교·민족적 차별과 편견을 부추겨 주도권을 장악해 가는 트럼프의 미국을 보며, 이 모습이 바로 우리의 내일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이 모습을 예멘 난민 정책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3) 신학적·선교적 의미

난민들에 대한 한국교회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출신 성분을 잊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 등 족장들은 하나같이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거류민이었고(행 7:2-6), 무엇보다 우리 구주 예수께서는 아기 때부터 정치적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니던 난민이었다(마 2:13-14, 22-23).

그런데 지금 우리는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라는 정체성(히 11:13-14)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이 땅에서 높은 성을 쌓고 고급 아파트를 짓고 영원토록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오히려 하나님의 선교를 가로막으려 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난민을 조명하며 우리의 출신 성분과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곳곳에서 이슬람교를 대적하며 무슬림들을 배척하고, 배제하면서도 그들을 선교하겠다고 소리 높이고 있지만, 찾아온 나그네를 티 내지 않고 환대하고 섬기는 것으로 선교의 밭을 일구어 가는 일이 지금 시기에 합당한 세계 선교가 아닐지 성찰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참여할 수 있다

제주에 예멘 난민들이 찾아온 뒤로 이전부터 이주민을 돌보던 분들과, 새롭게 함께하기 위해 참여한 분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13년 동안 예멘 선교사로 일했던 박준범 인터서브코리아 전 대표가 주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만든 '예멘난민을위한사마리안행동'은 난민 숙소 마련, 필요 후원품 모집, 다양한 도우미 모집(생활 도우미, 한국어 교육, 문화 활동 지원) 등에 힘을 쓰고 있다.

강도 만난 예멘인들의 이웃을 되어 줄 선한 사마리아인들에게 참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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