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국장은 시리아인으로,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 기관에서 시리아 내전 상황을 알려 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에서 시리아 난민 상황을 알리고 현지에 구호물자를 전하고 있는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대형 교회의 지교회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다가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와합 국장이 무슬림이라는 이유였다.

압둘 와합 국장은 며칠 전 한 대형 교회에서 시리아 내전 상황과 난민이 처한 현실을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렵게 조정해 9월 말로 강의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8월 14일, 담당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와합 국장에게 종교가 무엇인지 물었다. 와합 국장은 이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목사는 놀라면서 강연은 없던 일로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와합 국장은 8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건 종교가 아니라 시리아 상황이다. 종교가 난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담당 목사는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토로했다.

담당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인이 와합 국장을 추천해 줘서 당연히 기독교인인 줄 알았다. 나중에 혹시나 해서 종교가 무엇인지 확인한 건데, 무슬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담임목사님이 무슬림은 안 된다고 해서 강연 요청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는 '시리아 난민'이었다. 강연 내용과 종교가 무슨 상관이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교회는 무슬림을 강단에 세울 수 없다. 시리아는 이슬람권 국가이니, 강연 도중에 무슬림 관련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강사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와합 국장은 시리아인으로, 지금까지 교회와 성당 등 여러 종교 기관에서 난민을 주제로 강연을 해 왔다. 그는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교회에서 강연을 못 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처사다. 종교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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