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에 유학 온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한국 생활 10년 차이지만 그는 은행에서 계좌 개설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시리아가 '위험한 나라'라는 이유에서였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에서 10년째 유학 중인 시리아인이 '테러'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로 신규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시리아인 지원 비영리단체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전세 보증금을 넣을 통장을 만들기 위해 2월 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우리은행 한 지점에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압둘 와합은 평소 다른 은행 계좌를 쓰고 있지만, 우리은행이 집 앞에 있어 이곳을 찾았다. 처음 상담받을 때는 "유학생 비자로도 계좌 개설이 가능할 것 같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14일, 은행에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챙겨서 방문했으나 "접수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압둘 와합 국장은 "은행 직원이 '전산에 접수가 되지 않는다. 아마 시리아는 테러 같은 안전 문제 때문에 개설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했다. 나만 안 되는 건지 모든 시리아인이 안 되는 건지도 명확하게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에 온 압둘 와합 국장은 그간 금융거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금융거래 때문에 고생하면서 살지는 않았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창구 직원에게 타행 인터넷뱅킹 사용 현황도 보여 줬지만 "저희 은행에서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압둘 와합 국장은 지점장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대로 나왔다. 그는 "오늘은 출입국사무소도 들러야 하고 바빠서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은행 해당 지점 관계자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국적이 시리아라고 해서 무조건 계좌 개설이 불가한 것은 아니고, 재직 증명서나 명함 등의 증빙서류를 본점 준법지원부로 보내면 신규 계좌 승인이 가능하다. 요즘은 내국인도 재직 증명서가 없으면 통장 개설이 어렵다. 아무래도 (시리아) 국적 때문에 본점에서 한 번 더 체크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승인이 계속 안 되다 보니까 안 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정확히 안내하지 못한 것 같다. 오늘 지점 방문 고객이 많기도 했고 신입 직원이 응대하기도 해서 자세히 설명드렸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압둘 와합 국장은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불이익을 많이 받고 이런 대접도 많이 받았다. 은행에서도 화가 많이 났지만, 많은 사람이 얘기를 듣고 위로해 줬다. 내 주변에는 좋은 한국인도 많다"며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연휴가 지난 후, 단순 안내 실수였는지 한 번 더 은행에 방문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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