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2월 25일 폐막했다. 전 세계가 아시아 극동에서 평화를 노래할 때, 아시아 극서에서는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가 그치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간 시리아 동구타(The Eastern Ghouta)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주민 513명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 약 48%는 아동과 여성이었다.

시리아는 8년째 내전 중이다. 5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는 알 아사드 가문의 정부군은 2월 18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바샤르 알 아사드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의 마지막 요충지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최초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반군은 최근 동구타를 중심으로 수도 다마스쿠스를 여러 차례 공격했는데, 시리아 정부군이 이를 보복하기 위해 군인·민간인 구분 없이 동구타 일대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영국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집계된 사망자 수가 513명이다. 어린아이 127명을 포함해 희생자 48%가 아동과 여성이다. 민간인 부상자 수는 2000명이 넘는다. 지금도 무너진 건물 잔해에 부상자가 발견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시리아에 각종 구호품을 보내고 있는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2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장 활동가들에 따르면, 병원을 비롯한 동구타 내 여러 기반 시설이 거의 파괴됐다.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했다. 사상자가 많아 현지 의료진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거리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많은 동구타 주민이 추위와 굶주림에 노출되어 있다고 했다. "대다수 민간인은 지하에 마련한 피난처에서 피신해 있다. 약·음식·옷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공습 때문에 국제 구호단체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전쟁과 관련 없는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시리아 정부에 항의했다. 스웨덴·쿠웨이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동구타 30일 휴전안'을 제안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동구타 상황을 "지상의 지옥(Hell on Earth)"이라고 표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월 24일(현지 시각) 휴전안을 결의했다.

시리아 내전은 주변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전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 진입하고 있는 러시아군 모습. 사진 제공 위키피디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안을 결의했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하루 만에 공세를 재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2월 25일 동구타를 포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시리아 정부군이 공격을 멈추지 않은 건 휴전안에 있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이번 휴전안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리스트 조직이나 개인을 공격할 때 적용되지 않는다. 내전 초기부터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러시아는 휴전안에 이견을 제기하면서 위와 같은 조항을 추가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동구타 반정부 활동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휴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전투기가 동구타 상공을 돌며 주요 건물을 강타하고 있다"고 했다.

내전에서 인접 국가 각축전으로 
8년째 계속되는 전쟁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영향으로 시작했다. 알 아사드 가문의 퇴진과 유혈 진압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무장을 하면서,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확산했다. 초기에는 정부군과 반군이 대립하는 양상으로 전개됐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전선이 복잡해졌다.

정부군·반군·IS·쿠르드족·터키·러시아·이란·이스라엘 등 무장 단체와 주변 국가가 개입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인접 국가 각축전으로 확전하고 있다. IS와 시리아 쿠르드족은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을 기회로, 양쪽 영향이 덜 미치는 지역을 점령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시리아 북부에 인접한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시리아 쿠르드족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올해 1월 시리아 북부 아프린 지역을 공습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내전 초기부터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며 중동에 영향력을 강화했다. 이란과 대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남부에 인접한 이스라엘은 2월 초, 이란 드론 시설을 타격하기도 했다.

압둘 와합 국장은 "주변 국가가 내전에 개입하면서 전쟁이 8년째 끝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인들의 생명이나 인권에 관심이 없다. 자국 이익이라면 무차별 폭격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시리아 사람들이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도록, 주변 국가 군대는 모두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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