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 판결을 미루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송을 심리 중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재판국(이만규 재판국장)이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는 무효로 하고, 서울동남노회 선거는 적법하다고 판결하기로 정했다는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지만, 교단 안에서는 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두 소송 중 상대적으로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102회기 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법은 유효하다고 해석을 내렸고, 최기학 총회장도 교회 세습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명성교회가) 승소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는 "세습할 수밖에 없는 개교회만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법과 원칙대로 하면 세습은 불법이다. 지금의 명성교회가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다. 젊은 목회자를 포함 신학생, 신학대 교수들까지 나서서 (세습을)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소문과 달리 판결까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명성교회가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4개월간 명성교회 당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당회·제직회·공동의회 등을 진행했다. A 변호사는 "명성교회가 행정법을 어긴 건 맞지만, 김하나 목사가 이미 위임목사로 시무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기각을 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들은 물러설 의지가 없다. 명성교회 김재복 장로(사진 왼쪽)와 서울동남노회비대위원장 김수원 목사가 재판에 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러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15명으로 이뤄진 총회 재판국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국장 이만규 목사는 "이미 결과가 다 나왔다"고 이야기했지만, 한 재판국원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고) 당일까지 가 봐야 안다. 합의가 아닌 가부 투표로 결과가 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대하는 총회 재판국의 자세는 조심스러워 보인다. 2월 27일 변론에서, 주심과 재판국장을 제외하고 심문에 나선 국원은 1명뿐이었다.

재판국원 이 아무개 목사는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에 '자립 대상 교회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작은 교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데, 명성교회만 문제 삼고 있다. 명성교회 교인 80%(정확히는 74.07% - 기자 주)가 (김하나 목사를) 찬성하는데 왜 원고 측만 유독 이 난리를 치는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질문이었다.

당시 원고 측 변호인 송준영 목사는 "대형 교회와 미자립 교회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에게는 질적인 평등이 필요하다. 국가가 부자와 가난한 자에게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듯, 명성교회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 달라"고 했다.

재판국장 이만규 목사는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심문했다. 이 목사는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은 선악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청빙한 결의가 제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만 결정한다고 했다. 선고가 명성교회 장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법에 따라 판단할 테니 총회 재판국을 신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소송 원고와 피고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장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재판국이 헌법에 따라 판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한 장로는 "우리가 패소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우리에게 플랜 B는 없다"고 했다.

총회 재판국의 판결과 관계없이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A 변호사는 "총회에 '특별 재심' 제도가 있는데다가, 총회 재판국 판결을 사회 법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총회 재판국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소송의 다음 재판 기일은 3월 13일이다. 그날 판결이 나올지 불투명한 가운데, 판결에 시간을 끄는 재판국을 규탄하는 목소리와 결과를 점치는 뜬소문만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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