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특별한 도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수도로 삼겠다고 싸움을 지속했고, 전 세계 나라들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해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트럼프의 결정은 평화 유지 기조로 이어 온 중동 정책을 단숨에 뒤엎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고 선언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의 성지가 공존하는 예루살렘의 특수성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아랍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12월 8일부터 사흘간을 '분노의 날'로 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터키·이란·이집트 등도 정부 차원에서 일제히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전 세계 여러 단체도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했다. 세계교회협의회, 예루살렘 내 13개 기독교회, 미국교회협의회, 세계루터교연맹, 중동교회협의회 등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해 '예루살렘 선언'의 무모함을 비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상황을 악화하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삶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12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발표로 둘 사이의 긴장감은 증가하고, 희망은 감소하며 더 많은 환멸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루살렘에 있는 기독교회 13곳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띄웠다. 예루살렘에는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안정교회, 이집트콥트교회, 성공회교회, 복음주의루터교회 등 13개 교회가 있다. 대표들은 12월 6일 작성한 공개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예루살렘과 중동 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개서한에는 "앞으로 미국이 밟아 갈 단계는, 예루살렘과 거룩한 땅에 증오, 불신, 충돌, 폭력, 고통을 야기할 것이다. 이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목적에서 멀어지게 하고 파괴적인 분열로 이끌 것이다. 더 큰 사랑과 영원한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 예루살렘은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 우리를 도와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교회협의회(NCCUSA)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비판했다. 미국교회협의회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결정이 성경적이며 신학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미국교회협의회는 "예루살렘에서 초대교회의 흔적을 좇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번 결정이 의심스럽다는 것을 안다. 지역 분쟁을 단순하게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그 땅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 유대인, 무슬림 모두가 고통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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