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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귀신 들린 게 아니에요"
정신질환자 보듬는 온누리교회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8.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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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조현병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사람들이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약물치료를 잘 받으면 회사도 다닐 수 있고 일상생활도 가능한데, 사람들 편견 때문에 오랫동안 출석한 교회에서도 자신의 병을 밝히지도 못하고 끙끙거린다고 했습니다.

가끔 답답할 때면 그는 온누리교회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에 출석한다고 했습니다.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예배입니다. 온누리교회에 가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자신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습니다.

온누리교회는 예배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환자나 가족들에게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일에는 환자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나님의정원이라는 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누리교회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 사역을 소개합니다. - 기자 주

"권사님, 다음에 친구 데리고 와도 돼요? 근데 걔는 교회 안 다녀요."

"그럼 되고말고. 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과일도 먹고 가라 해."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미영 씨(가명)가 밥을 먹다 옆에 있는 강혜영 권사에게 물었다. 자기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하나님의정원(하정원)을 소개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강 권사는 흔쾌히 답했다.

하정원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정신질환자를 위해 마련한 쉼터다. 다세대주택 1층을 빌려 일반 가정집처럼 꾸몄다.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환자와 그 가족 십 수 명이 이곳을 찾는다. 함께 식사하고 친구를 사귄다. 악기 연주, 미술, 공방 등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에 있는 하정원을 8월 10일 찾았다. 문밖에서부터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 왔다. 이샘 집사와 하정원 식구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쪽 방에서는 공방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책상 앞에 둘러앉은 6명이 바느질에 몰두했다. 옆에 바느질 교본을 펼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 땀 한 땀 천을 꿰맸다. 무엇을 만들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여성이 손가방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만든 손가방, 지갑, 목걸이를 교회 바자회에서 판매한다고 했다.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나님의정원에서 악기 연주, 미술, 공방 등 활동 프로그램이 열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신과 의사 제안으로
정신질환자 예배 시작

하정원 식구들은 주일이 되면 온누리교회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한마음 예배)에 출석한다. 온누리교회는 1998년 정신질환자를 위해 한마음 예배를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 차준구 장로가 제안한 것이다.

차 장로는 병원에서 정신질환자를 만나면서 약물치료나 상담 못지않게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는 환자가 회복도 빨랐다. 그런데 환자들 중에는 인간관계가 모두 끊겨 일상이 망가진 이가 많았다. 차 장로는 교회가 이들을 위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마음 예배 초창기부터 팀장으로 활동한 김중식 집사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예배를 찾았다고 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다. 김 집사는 말했다.

"기독교인 중에서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가 많다. 대부분 자신의 병을 쉽게 밝히지 못한다. 편견 때문이다. 한마음 예배에서는 더 이상 병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하고 교제하면서 힘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한마음 예배는 순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정신질환자는 사회성을 기르고, 그 가족은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연령, 성별, 결혼 유무 등을 기준으로 17개 순을 편성했다. 환자로 처음 예배에 참석했다가 병이 호전돼 순장이 된 이가 있다. 이들은 유경험자로서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충에 공감하며 상담을 해 준다.

정신질환이 있는 교인들이 미술 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약물치료, 상담 권장
예배하면서 상태 호전돼

한마음 예배 특징은 신앙생활 못지않게 의료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정신질환자를 보면 귀신이 들렸다거나 정신이 나갔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정신질환은 말 그대로 '질환'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기획과장이자 한마음 예배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남윤영 집사가 말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병에 걸린다. 감기에 걸리거나 암에 걸리는 것처럼 뇌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조현병,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뇌가 병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면 진료를 받고 약물과 상담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그걸 마치 귀신 들렸다거나 당사자나 가족이 잘못했다는 등 왜곡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마음 예배 초기 교역자가 귀신 들렸다고  생각하고 안수를 하기도 했다. 예배에 온 교인이 안수나 안찰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정신과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처럼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강조하게 됐다.

정신질환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치료 시기를 놓쳐 악화된 상태로 오는 분이 많다.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문제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여기고는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끊는 이가 있는데, 그러면 나중에 더 악화된 상태로 재발할 수 있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 정신질환은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마음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은 오랫동안 관리와 치료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훈련이 됐다. 본인 상태가 안 좋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3주 입원을 자청한 교인도 있다. 이 교인은 조현병 환자라, 상태가 안 좋아지면 외부 자극이나 노출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스스로 폐쇄 병동을 선택한 것이다."

교회는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에 나오는 교인들에게 약물치료와 상담을 적극 권하고 있다.

하정원에서 만난 강혜영 권사는 아픈 오빠를 데리고 교회에 왔다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처음 오빠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했을 때 가족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옛날에는 뇌과학이나 정신과 치료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랐다. 어떤 이들은 기도원이나 점집을 권하기도 했다.

증세가 심할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오빠가 거칠게 반응하고 심한 말을 해 가족들이 상대하기를 꺼렸다. 그런데 예배에 참석하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가족이나 교인과도 잘 어울리며 지낸다.

환자 가족 중 관련 지식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도 많을 것 같다. 한마음 예배에 와서 정신질환 치료 정보를 배우고, 같은 질병과 싸우고 있는 이들을 만나 힘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

한마음 예배에서는 남 집사를 포함한 정신과 의사 3명이 상담 역할을 맡고 있다. 1달에 1번 정신질환과 치료법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교회는 매년 봄과 가을에 1달 동안 '정신 건강 세미나'를 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을 비롯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하나님의정원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67길 8에 있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문의: 02-3215-3532(온누리교회 한마음 정신 회복 예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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