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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머니스트 신학자의 맞는 말 대잔치
[인터뷰] 여성 구약학자 박지은 박사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7.06.28 22:24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성경 읽기는 곤욕스럽다. 여성을 자연스럽게 대상화하고 여성 혐오적인 표현도 많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성경을 읽자니 성경을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고, 그대로 읽자니 여성 인권이 너무 무시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어쩌면 마음 한켠에 불편을 간직한 채 후자를 택해 왔는지 모르겠다.

이화여대와 숭실대에서 강의하는 박지은 박사(구약학)는 이런 한국교회에 단호하고 간결하게 말한다. "페미니즘이야말로 교회에서 배제되는 여성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익한 성서 해석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보수를 지킬 수 있지만 사람들은 점차 떠나게 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기원전에 쓰인 성서를 모두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모두 믿는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성경 읽기가 불편했던 사람들에게는 속 시원한 활명수다. 6월 28일 이화여대 근처에서 박지은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지은 박사를 만나 우머니스트 신학에 대해 들어 봤다. 뉴스앤조이 현선

페미니즘이 세상 학문이라고?
성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돼야
남성 중심 성서, 뒤집어 읽기

- 한국교회는 아직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페미니즘 이야기가 나오면 세상 학문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교회는 페미니즘을 세상 학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보수적이다. 그러나 성서는 결국 세상 학문으로 해석되는 텍스트다. 목사와 교인이 성서무오설을 믿더라도, 우리는 학문이라는 잣대와 기준으로 성서를 해석해 왔다. 그렇게 해석된 성서가 무오하다고 믿는 거다. 페미니즘은 다양한 방법론 중 하나다. 페미니즘을 세상 학문이라고 보는 것도 오류가 있다. 교회 자체가 세상 안에 존재하는 단체고, 성서가 형성된 것도 세상 안에서 이루어진 거다.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상황이 적혀 있는 게 성서다. 세상과 교회, 성서와 학문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볼 수 없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교회 안에 왜 페미니즘이 필요한가.

성서 자체는 남성 중심적인 책이다. 내가 구약을 공부했지만, 구약은 여성 혐오를 근간으로 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레위인의 첩도 그렇고 강간당한 다말을 서술한 본문도 그렇다. 예언서를 보면 여성을 폄하하는 구절도 많다. 그 부분만 보면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구약성서가 당시 유대인의 여성관을 반영한 책이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교부들도 여성들을 '잘못 태어난 남성'으로 생각했다. 여성을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마녀사냥할 때 성서는 여성 혐오의 근거가 됐다. 여성을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 왔다.

왜 그럴까. 성서를 쓴 사람도, 해석해 온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쉽게 말해 하나님은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데, 전통적인 성서 해석 방법에서는 여성이 늘 제외돼 왔다. 그건 올바르지 않다.

우리는 이제 성경을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회는 여권 신장 등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기원전인 구약, 남성들 중심으로 해석된 성서를 진리로 받아들이는 교회는 사회와 반대로 간다. 여성들을 배제하니 깨어 있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다. 새로운 성서 해석 없이는 교회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

- 한국교회에는 여성 혐오적인 문화가 있다. 구약을 근거로 여성을 여전히 아이 낳는 존재로만 상정하고, '올바른' 가정 세우기를 여성의 소명으로 말하기도 한다.

구약시대를 살던 여성에게는 아이 낳는 것이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아이를 낳으면 족장 사회에서 명예로운 여자가 됐다. 당시 문화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 취급받았다.

당연히 현대사회에 그 맥락을 가져올 수 없다. 불임 여성에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안수 기도를 해 주거나, 불임이기에 하나님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문제다. 사회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여성=아이 낳는 존재'도 아니다. 당시 상황을 가지고 잣대를 들이대면, 성서는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만 줄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성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성서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박지은 박사는 성서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페미니즘 넘어 우머니즘으로
성서 권위 < 독자의 상황
타인 혐오적 성서 해석, 안녕
사람 살린다면 재해석 가능해

- 백인 여성이 중심이 됐던 페미니즘을 넘어, 흑인 노예 여성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제시한 '우머니즘' 관점으로 성서 읽는 방법을 강의한다. 우머니즘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나.

우머니즘은 한국교회에 낯선 이야기일 거다. 기본적으로 페미니즘과 우머니즘은 일맥상통한다. 다만 우머니즘은, 백인 여성 중심으로 진행된 페미니즘 담론에서 배제된 흑인 노예 여성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여성 운동에서 주로 백인 여성이 관심을 받았다. 소수 민족, 변방의 인종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미국에서 우머니스트 흑인 신학자 레티나 윔스(Retina Weems) 교수에게 신학을 배웠다. 당시 소수자였던 나는 윔스 교수에게 공감대를 느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성별과 인종차별 등 이중 억압을 겪은 우머니스트들 상황이 한국교회 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한국교회가 페미니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우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주류에 배제돼 왔던 목소리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교회가 우머니즘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 여성들도 희망이 없다고 본다.

- '우머니즘 관점에서 성서 읽기'의 특징은 무엇인가.

재해석이다. 성서의 권위보다는 독자의 상황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독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성서를 읽는다. 흑인 노예 여성의 경우, 노예를 정당화하는 본문은 건너뛰기도 한다.

박지은 박사는 우머니즘을 강의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성서의 재해석을 강조한다. 성서무오설을 믿는 대부분 한국교회 교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성서는 분명히 재해석이 필요하다. 고대에 형성된 책이기 때문에 상황을 새롭게 봐야 한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구약에 나오는 율법을 재해석했다. 이건 한국교회에 중요한 과제다. 예수님도 그렇게 했지만 교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목사가 그렇게 설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목사 설교를 절대화한다. 목사도 인간인지라 배움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편견이 작용할 수 있는데, 교인들은 그를 '주의종'이라고 맹신할 때가 있다.

나는 성서·목사의 권위가 사람을 억누른다면 그 권위조차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이성을 가동해 성서를 해석하는 걸 터부시한다. 그러나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어도 금지해야 할까. 물론 경전이 갖고 있는 힘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을 억누르고 사회규범에 맞추는 도구로 성서가 해석된다면 그게 올바른 성서 해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교회의 보수성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교회는 더욱 '개독교'라고 욕먹을 수밖에 없다.

우머니즘 관점에서 성서를 읽는 것이 진리를 깨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강의하다 보면, 불편하다고 강의를 취소하는 학생이 있다. 교회에서 들었던 내용과 다르다고 거부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반면, 새로운 성서 해석으로 해방감을 느꼈다는 친구도 있다.

- 독자의 관점에서 성서를 읽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각자 입장에서 해석하다 보면, 성경이 말하는 메시지는 다 해체되고 뜯겨 나갈 것 같다. 결국 성서가 진리라고 말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성경은 뜯겨야 한다. 이것은 맘에 들지 않는 성경, 예를 들어 여성 혐오적인 메시지가 많은 구약을 폐기하자는 게 아니다. 다 버리라는 게 아니다. 전통은 가져가되, 사람을 억압하는 본문은 새롭게 해석하자는 거다. 백인 남성 시각으로 해석된 성경은 미국 원주민을, 유색인종을 억누르는 데 사용됐다. 우리가 타인을 억누르는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 바른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 혐오도 마찬가지다. 구약의 폭력적인 하나님, 여성 혐오적인 하나님이 나오는 본문을 폐기하지 않되,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물론 다양한 독자 관점에서 성서를 해석하면, 성서 해석의 기준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 질문에는 '과연 이 해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될 거 같다. 안식일 법을 이야기할 때, 예수는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있다"고 말했다. 법과 전통도 중요하지만, 예수는 그게 사람을 살리고 있느냐에 초점을 둔 것이다.

사람을 살리고 자유를 줄 수 있다면 재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 관점에서 여성·성소수자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성서무오설을 믿는 교인들 역시 레위기에 나오는 율법은 다 지키지 않는다. 본인들도 성서를 다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왜 일부는 문자적으로 해석하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괴리감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고민이다.

- 우머니즘 관점에서 성서 읽기에 관심 있는 기독교인을 위해 신학자 및 활동가를 추천해 준다면.

흑인 신학자로는 돌로레스 윌리엄스, 레티나 윔스가 있다. 신학자는 아니지만 흑인 여성 인권 활동가로는 벨 훅스가 유명하다. 탈식민지 페미니스트 무사 두베도 있다. 작가 중에는 엘리스 워커도 있다. 엘리스 워커는 <더 컬러 퍼플>(한빛문화사)이라는 소설을 썼고, 이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 중에는 최근 개봉한 '히든 피겨스'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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