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옷 고르는데 써요. 살짝 비치는 블라우스, 가슴이 파인 브이넥, 민소매 혹은 너무 달라붙는 티와 바지, 짧은 바지와 치마는 입을 수 없으니까요.
- 왜 못 입어요?
- 형제들 시험 든다고 해서요.
- 평소에는 입고 싶은 대로 입어요?
- 그럼요.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서울 ㄱ교회 청년부 여성 A(25)는 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복장과 관련해 한소리 들었다. 더위를 많이 타서 민소매티를 입고 교회에 갔다. 한 집사가 "교회에는 단정하게 입고 와야 한다"며 혼을 냈다.

머리카락 염색도 규제를 받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염색을 하고 예배드리러 갔다. 교회 어른들이 "왜 저래?"라는 눈치를 줬다. 당시 A는 중등부 교사를 했는데, 한 집사가 "염색 머리는 애들한테 본보기가 안 되니 자제해라. 다시 바꿔라"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A는 더운 날에도 긴팔·긴바지를 입고 교회에 왔다. A와 함께 있던 다른 여성 청년들도 복장에 신경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도 하나같이 긴소매에 긴바지를 입었다. 반팔 반바지를 입은 남성 청년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찬양팀을 하고 있다. 강단에 올라갈 때 너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속이 보일 수 있으니 단정하게 입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가슴 파인 옷을 입고 가면 중·고등부 학생들 시선이 가슴에 고정되는 게 보인다. 그런 생각(?)을 아예 교회에서 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슬리퍼는 껄렁해 보일 수 있어서 단정해 보이는 구두를 신고 온다. 털레털레 온 게 아니라 예배드리러 왔다는 것을 복장으로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여성들은 교회 갈 때 복장에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쓴다. 단정한 복장이 예배에 임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형제들을 시험에 빠지게 하지 않기 위해', '혼기가 찼으니까' 단정한 옷차림을 강요받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구 ㄴ교회에 다니는 B(32)는 편한 복장으로 교회에 간다. 청바지나 선교 여행에서 산 헐렁한 인도식 바지, 수련회 티, 시민단체에서 산 티를 주로 입는다. 날 더운 여름이면 짧은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선글라스를 쓰기도 한다. 운동화도 좋아하고 워커도 신는다. B도 종종 교회에서 복장 지적을 받는다. 

"이렇게 입으면 영원히 교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어른들께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그럼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교회 다녀야 하는가. 이상한 일이다. 교회에서 복장을 왜 컨트롤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 자매들도 편하게 입는 편이다. 지방 교회 청년부에서는, 여자가 서른이 넘으면 김장 시기를 놓친 배추 취급을 받는다. 신경 안 쓰면 그만이지만, 교회 어른이나 남자들 잔소리가 너무 심하니 짜증이 난다.

친한 남자 동기가 대형 교회로 옮겼다. 결혼하고 싶어 하기에 그 교회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돌아온 말이 '여기 여자들 너무 예쁘다. 너도 그러고 좀 다녀 봐라. 너네 교회에서처럼 하고 다니면 아무도 교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 청년들은 어떻게 입고 오느냐고 물었더니 '풀 메이크업은 물론, 대부분이 결혼식 복장으로 온다'고 했다."

청년부 리더, 주일학교 교사 등을 섬기며 교회를 다닌 C(27)도 복장에 대한 불만이 많다. 그가 다니는 교회는 아예 여성 청년들에게 짧은 옷을 입고 오지 말라고 규제한다. 봉헌 담당자는 청바지도 입지 못한다. 복장에 민감한 어른들은 무조건 깔끔하게 입으라고 말한다. 괜한 말 듣기 싫어서 아예 성가대 가운을 입은 적도 많다. 

"그런 피드백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것이 불쾌하다. 남자들이 편하게 입고 오면 '어디 놀러 가냐'고 묻는 정도인데, 여자들이 치마 입으면 '오늘 왜 치마 입었냐', 바지 입으면 '오늘 왜 바지 입었냐'고 한다. 간섭이 지나친 것 같다. 어떨 때는 옷을 따로 가지고 온다. 대예배 때 입는 옷은 너무 불편해서 청년 예배 때 갈아입기도 한다. 기독교가 제일 유교적이다.

한번은 한 목사에게 '너와 내가 둘이 성경 공부하는 걸 내 아내가 힘들어한다. 그러니 옷을 잘 갖춰 입으라'는 말도 들었다. 난 그냥 평범하게 입고 있었는데. 그 말이 너무 황당해서 그 목사가 다른 곳으로 갔는데도 그 말밖에 생각 안 난다."

대학생 때부터 신앙생활해 온 D(26)는 키가 큰 편이다. "치마가 짧은 게 아니라 내가 키가 커서 옷이 짧아 보였을 뿐인데, 담임목사 사모가 '그런 옷 입지 마'라고 했다. 주일마다 눈치가 보인다. 그냥 예쁘게 입고 싶어서 신경 써서 입고 간 날에는 '남자 유혹하는 것처럼 힘줘서 입고 왔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청년부 리더, 회장, 주일학교 교사 등 교회에서 안 해 본 게 없다는 E(31)는 "(주일 복장에) 신경을 많이 쓴다. 몸이 드러나는 옷이나 색이 튀는 옷은 피하게 된다. 옷을 살 때 기장이 짧은 옷은 아예 안 산다. 남한테 뭐라고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냥 평범하게 입는다. 섬기는 사람은 갖춰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기사 수정: 기사에 게재된 사진 일부를 내렸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2017년 6월 19일 20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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