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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막는 '주님의 전사들'
댓글 지령, 대선 대응 지시하는 기독교 카톡방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4.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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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프로 댓글러'라는 말이 있다. 뉴스,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 지속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을 지칭한다. '프로 댓글러' 중에는 동성애·성(性) 관련 이슈에만 집중하는 이도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관련 기사가 뜨면 어김없이 이들이 쓴 댓글이 도배된다. 언론사·방송사 가리지 않는다. 댓글 내용은 한결같이 '반동성애'다.

새로운 기사가 뜨는 것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댓글을 작성할까. 성소수자 관련 기사가 뜨면, 가서 '댓글'과 '좋아요' 사역에 동참하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는 곳이 있다. 기독교인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에는 '지령'이 난무한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 후보 평가는 물론 특정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반동성애 운동
전담 카톡방의 활약

동성애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이 주로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카톡방)이 있다. 이 카톡방에서는 반동성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몇몇 사람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퍼 나른다. 어떤 기사에 어떤 댓글을 달지 알려 준다.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는 표시로 '댓글 완료'라는 글을 남긴다. 행동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동성애 파고를 막아 낼 하나님의 전사'라고 불렀다.

하루에도 댓글 지원을 요청하는 글이 수차례 올라오는 카톡방. 글이 올라오면 무서운 속도로 댓글이 달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수강자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동성애 관련 기사를 올린다. 이곳에서는 '성소수자'라는 단어도 잘 쓰지 않는다. 성소수자가 '소수'라는 인식을 부각시켜 다수인 이성애자를 역차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성애 독재'라는 말도 사용한다. "서양 21개국이 동성애 독재 세력에게 넘어갔는데 이들과 세계적인 전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꼭 동성애 기사만 올라오는 건 아니다. 정치 이슈도 빠지지 않는다. 5·18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대거 가산점을 받아 한국 공무원 대다수가 광주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가짜 뉴스'도 올라온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사망자를 전원 의사자 처리한다거나, 유가족에게 평생 지원을 보장한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거짓 정보도 이곳에서는 질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부 기독교 언론이 쏟아 내는 기사에 더해 개인, 개신교계 시민단체가 만들어 낸 각종 정보가 홍수를 이룬다. 팩트 체크 없는 '카더라' 정보가 사실처럼 유통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기서는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글도 '기사'가 된다.

댓글 지령 떨어지면
1시간에 30개는 기본

이들은 기사에 여러 유형의 댓글을 달라고 '주문'한다. 반동성애 성향을 그대로 내보이는 기사에는 응원 댓글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댓글이 달린 기사에는 물량 공세로 그 댓글을 덮어 버리자고 말한다. 어떨 때는 '기독교인의 주장'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심해서 댓글을 달라고도 한다.

4월 18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는 "軍 동성애 조사에 '인권침해' 적반하장"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A는 채팅방에 "<국민일보>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동성애자들이 들어와 댓글 달고 있습니다"는 글과 함께 링크를 남겼다. 글을 올린 시각은 오전 8시 19분. 댓글 창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채팅방에 이 공지가 뜨기 전까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은 불과 6개. 하지만 8시 19분부터 9시까지 40분 만에 댓글 35개가 달렸다. 이 기간 집중적으로 댓글을 남긴 사람들은 다른 기사에도 비슷한 댓글을 남겼다. 동성애 반대 운동을 펼치는 보수 개신교계가 주장하는 '동성애 = 항문 섹스 = 에이즈 창궐 = 국민 세금 낭비' 논리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다수자가 차별받고 종교의자유를 침해받는다는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1시간 동안 댓글 56개가 달린 <뉴스앤조이> 기사. 뉴스앤조이 기사 갈무리

<뉴스앤조이>가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를 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반동성애 운동 진영에서는 이 뉴스에도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였다. 여기도 양상은 비슷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승소 소식을 다룬 기사가 게재된 뒤 3시간 동안 댓글은 없었다. 이 카톡방에 해당 기사 댓글 지원 요청이 떨어진 건 3월 16일 오후 10시 27분. 댓글 지원 요청이 뜬 뒤 1시간 동안 댓글 56개가 달렸다. 만 하루가 지난 뒤에는 댓글이 120여 개가 달렸다.

반대 댓글은 늘상 있는 일이다. 최근 <뉴스앤조이>를 후원하는 교회에 항의 전화해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공지까지 했다. 지령을 받은 이들은 <뉴스앤조이> 후원 교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동성애를 찬양하는 <뉴스앤조이> 후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하는 홍준표 후보
대통령 돼야"

대선을 앞두고 '동성애'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채팅방도 이전보다 바빠졌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토론회에 나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고 발언했다. JTBC·SBS·<조선일보>·<한겨레>등은 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근거로 보도했다. 카톡방에서는 팩트를 체크한 기사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으면 '가짜 뉴스'가 된다.

카톡방에는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명확하게 밝힌 홍준표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문재인 후보를 교묘하게 비판하는 방법도 알려 준다. <중앙일보>는 4월 27일 "문재인, 차별금지법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반동성애 운동 단체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글을 보도했다.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는 보수 개신교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교회연합

보도가 나간 뒤 카톡방에는 이 기사에도 댓글을 달아 달라는 '부탁'이 떴다. 이번에는 단순하게 찬성·반대 논리가 아니었다. B는 "전술상 문재인 까지 마시고, 동성애 반대하면 차별금지법도 반대해야 진정한 대통령 후보라는 톤으로. 문재인 진영이 흔들리고 있는데 자칫 우리와 싸워서는 안 됩니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이 글에는 카톡방 내부에서도 '위험하다'며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는 의견이 붙었다.

홍준표 후보가 더 정교하게 반동성애 논리를 펼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홍 후보가 차별금지법을 막는 것은 물론 강성 노조, 전교조, 북괴 스파이를 척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유도했다. C는 홍준표 캠프에 "거짓 인권 프레임을 무너뜨리고 쟁점화할 수 있도록 대비를 당부했다"며 카톡방 사람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동성애를 막는 주님의 전사들'은 오늘도 하나님 사역을 한다는 마음으로 댓글을 단다. 홍준표 후보가 '동성애 이슈'를 꺼낸 것이 전략적이라며 앞으로도 이 이슈를 꾸준히 부각해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홍 후보를 지지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 대선과 맞물려 이들의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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