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꾸 종교의자유를 주장하는데, 사실 남을 합법적으로 차별할 권리를 주장하는 거다. 헌법 관점으로 전혀 맞지 않다. 그러면 이 공동체에 살지 말아야지. 대한민국은 누구나 다 평등하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심지어 인간도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빨갱이도 인간이 아니고, 무슬림도 인간이 아니고, 성소수자도 인간이 아니고. 그러다 나중에는 누가 순수한 기독교인인지 또 나눌 것인가. 철저히 배제의 논리지 포용의 논리가 아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그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기사가 나가면 반동성애 진영의 댓글 공격에 시달릴 텐데 괜찮겠느냐는 물음에 "상관없다"며 웃어 보였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었다.

이준일 교수(고려대)를 4월 10일 고려대학교 법학관에서 만났다. 이준일 교수는 헌법, 그 중에서도 소수자 인권을 연구해 온 학자다. 2007년 <차별금지법>(고려대학교 출판부), 2009년 <섹슈얼리티와 법>(세창출판사)을 저술했다. 가장 최근에 쓴 <가족의 탄생>(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는 헌법상 가족의 개념과 미혼모의 권리를 설명했다.

이준일 교수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보수 개신교계의 거센 반대에도 한국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물었다. 이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종교의자유가 심하게 위축되고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는 개신교계의 주장을 근거 없는 말이라 일축했다.

이준일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현선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제정과 동시에 혐오 발언은 처벌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 부분은 좀 설명이 필요하다. 차별에는 두 개의 층위가 있는데, 전통적 의미에서 차별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누군가를 구별·배제하고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지칭한다. 또 하나는 괴롭힘(harassment)이다. 최근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나라들이 괴롭힘 개념을 법에 포함하는 추세다.성별·장애·인종·국적을 이용한 괴롭힘이 있을 수 있다. 출신 지역을 이용한 괴롭힘도 있다(예: 탈북자). 이런 차별을 하나의 큰 카테고리로 보는 사람들은, 괴롭힘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증오 발언'(hate speech)을 꼽는다. 이것을 따로 독자적인 규율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괴롭힘' 범주로 넣어 차별로 규율할 것인지 학계에서 논쟁이 있다.

지금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적 지향'이라는 문구 때문에 자꾸 막히니까, 그럼 증오 발언이라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보자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동성애'는 들어 간다. 한국에서는 성소수자, 특정 지역 사람, 여성, 장애인, 외국인 정도가 혐오 발언 집중 타겟이다. 혐오 발언이 더 나가면 혐오 범죄가 된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 사건을 보면 이유가 없었다. '싫다'라는 표현이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전 단계에서 막자는 거다.

- 세계적으로 혐오 발언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많은가.

형벌을 부과하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나라는 한국처럼 각국 국가인권기구가 발언을 조사해서 차별 진상을 밝힌 뒤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낸다. 만약 피해자에게 피해가 있으면 손해배상까지 진행한다.

형벌을 부과하는 나라가 가장 위험하게 보는 행위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타인에게 차별을 지시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마음에 안 드는 부하 직원을 차별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차별을 당한 피해자가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으려 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행위다. 차별 지시와 보복, 이 두 가지에 형벌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것도 호주, 뉴질랜드, 유럽 몇 개 국가에서만 시행 중이다.

- 한국에서 입법화를 시도한 차별금지법 중 이런 내용이 있는가.

지금까지 언급된 차별금지법에는 혐오 발언 자체를 놓고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지시하거나 보복하는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다. '불이익 금지 처분'이 그 얘기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한다. 교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다', '동성애는 잘못된 거다'고 얘기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주장이 100%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혐오 발언을 형사처벌한다는 전제를 넣으면 일부 맞을 수도 있는데, 현재 한국 법학계에서 혐오 발언까지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지 않다.

이준일 교수는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곧바로 혐오 발언이 처벌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현선

- 해외에 '동성애는 죄'라고 말해서 형사처벌된 경우는 있는가.

스웨덴 판례인데, 한 목사가 교회는 아니고 20~30명 모인 예배 비슷한 자리에서 동성애 관련 발언을 했다. '기독교적으로 볼 때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한 말은 문제가 안 됐는데 거기에 덧붙인 말이 문제가 됐다.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 동성애는 모든 사회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차별금지법이 괴롭힘이나 혐오 발언 중 하나만으로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 이 발언은 처벌받았다. 형사처벌 규정으로 처벌받은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근거 없는 혐오 발언으로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일반인이 반감을 사도록 혐오를 선동하면 형사처벌한다. 물론 종교의자유는 인정이 된다. 하지만 위의 예는, 성경에 써 있는 교리를 설교한 것에서 그친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섰다.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금하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성경 어디에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하며 모든 해악의 근원이라고 써 있는가. 그건 목사 개인 생각이라는 거다. 성경에 근거한 이야기는 기독교 교리이기 때문에 종교의자유로 본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추가하고 거기에 혐오나 반감 유발이 들어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레위기에 나온 것처럼 '동성애는 가증한 행위'라는 걸 그대로 설교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독교인들이 믿는 하나의 신념 체계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뭐라고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거기에 개인의 해석과 견해를 추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한국교회가 하는 동성애 반대 운동은 성경적인 게 아니다. 교회에서 대놓고 항문 섹스, 에이즈 어쩌고 하는 건 혐오 발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성경에는 그런 말이 없지 않은가.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도 종교의자유가 침해받지 않는다는 것인가.

교리적인 고백은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은 신앙고백이라고 해도, 그 고백이 사회법상 혐오나 혐오 선동에 해당하면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혐오 선동 발언을 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법규가 없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자유·표현의자유를 자꾸 이야기하는데, 그 자유가 남을 차별할 자유는 아니다. 헌법에 평등권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평등권이 보장된다. 내 종교의자유를 빌미로 남을 차별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나도 기본적으로 종교의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기독교적으로 여호와의증인은 이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의 병역거부권은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이단이라고 다 죽어 마땅한 것이 아니다. 종교의자유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들의 신앙 입장에서 평화의 절대성, 집총 병역을 거부하는 신념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인들은, 이럴 때는 또 종교의자유를 지지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종교의자유인가.

보수 개신교계에서 국가인권위원회 해체를 주장한다고 들은 이준일 교수는 '너무 나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현선

- '성적 지향'을 명시한 차별금지법 대신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개개 사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외국 예를 보면 스웨덴·호주 같은 나라는 개별 영역마다 차별금지법을 만들었다. 문제는 각 차별금지법마다 시정 기구와 법을 집행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했다. 법 제정에 따라 기구 수도 증가했다. 이런 경우 똑같은 차별인데도 기구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가 있다. 같은 국가 기관에서 차별을 판단하는 데 그 기준이 다르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각 영역별로 가다가 하나의 통일된 차별금지법 체제로 가는 게 세계적 추세다.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게 맞다. 또 하나는 차별 영역이 중첩되는 문제다. 장애인 동성애자 혹은 장애인 동성애자 여성은 어느 법에 근거해 차별을 호소할 수 있는가. 보통 소수자들의 정체성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어느 한 분야로 가서 차별을 다루라고 얘기할 수 없다.

-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도 충분히 차별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지금 현행법상 차별을 다루는 법률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인데, 그 법은 엄밀히 말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직과 권한에 관한 법률'이다. 여기에는 간접 차별, 괴롭힘, 차별 지시, 보복에 대한 처벌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인 추세도 하나로 통합하고 포괄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 방향이 맞는 것 같다. 자꾸 '성적 지향'을 문제 삼는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차별 금지 사유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지가 16년이 넘어가는데 이제 와서 '성적 지향에 근거해 동성애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주장은 웃기지 않나.

-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성적 지향'을 삭제해야 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건 너무 나간 주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19가지 차별 금지 사유가 있는데 '성적 지향'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나머지 18가지 차별 사유를 다 인정하자는 것인가. 그러면 교회에서 여성과 장애인을 차별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다수가 역차별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차별은 특정한 이유 없이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만들기 전까지는 차별을 하는 다수자가 그만큼 유리하게 살았다. 그 유리했던 점을 동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유리한 점을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차별하는 기준으로 삼았는데 그건 무질서한 공동체 아닌가. 힘 있는 사람이 뭐든 다 하고, 힘없는 사람이 빼앗기는 게 정의로운 질서인가.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차별받아 왔던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여성 쿼터제를 도입하는데, 남성들이 역차별이라 주장하면 이상한 것이다. 부당하게 박탈당한 권리를 되돌려 주자는 것이지, 그 권리를 계속 한쪽만 누리게 한다는 건 조폭의 논리, 힘의 논리다.

이준일 교수는 종교의자유도 중요하지만 이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해칠 권리는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 차별금지법 제정 뒤 역차별 주장 사례로 가장 많이 드는 예 중 하나가 미국 케이크 가게 부부 사건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텔을 운영하는 기독교인 부부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았다. 손님이 왔는데 남자 두 명인 거다. 부부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방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모텔 주인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영국 국내법이 자신들의 종교의자유를 침해한다는 거였다. 인권재판소는 종교의자유를 포함해 모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종교의자유를 주장하는 일이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 사회질서를 침해하게 되면 대부분 그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종교의자유를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까지 법이 용서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꾸 종교의자유를 주장하는데, 사실 남을 합법적으로 차별할 권리를 주장하는 거다. 헌법 관점으로 전혀 맞지 않다. 그러면 이 공동체에 살지 말아야지. 대한민국은 누구나 다 평등하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심지어 인간도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빨갱이도 인간이 아니고, 무슬림도 인간이 아니고, 성소수자도 인간이 아니고. 그러다 나중에는 누가 순수한 기독교인인지 또 나눌 것인가. 철저히 배제의 논리지 포용의 논리가 아니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확산되고, 동성 결혼이 만연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교회가 무너질 것처럼 말한다.

그분들은 어떤 통계를 갖고 그런 주장을 펼치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통계를 한번 잡아 봤다. 과거 <섹슈얼리티와 법>이라는 책에서 동성혼을 다룬 적 있다. 전 세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에서 동성 결혼한 커플 수를 찾아봤다. 가장 먼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는, 입법 첫 해 동성 커플이 급증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전체 결혼한 커플 중 동성 커플 비율은, 많은 나라가 4%였고 일반적으로는 1~2%다.

이 수치를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성적 지향은 환경이 만든 게 아니라 타고난다는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도 1~4%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동성혼이 합법화하면 동성애가 확산되고 인구 절반이 동성 결혼을 한다? 그건 아니다. 이성애자를 동성애자로 만들 수도 없고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만들 수도 없다.

이준일 교수는 인권법,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 연구에 집중해 왔다. 뉴스앤조이 현선

-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한국교회가 이성(理性)을 너무 죄악시하는 것 같다. 이성도 하나님께 선물로 받은 것인데, 기독교 신앙이 이성과 합리성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맹목성만 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합리적인 이유도 없고 그냥 나만 옳다고 주장한다. 뭔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사람은 사탄의 종이라고 한다. 박근혜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집단과 다를 게 뭐 있을까. 기독교인들이 좀 이성과 합리성을 겸비한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